"단돈 50달러에 13살 여자 파트너 공수"
아시아에 1000만… 매년 200만 국경 넘어 인신매매

노예제도는 19세기에 이미 사라져 버린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격월간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3·4월호는 "지금 세계에는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광범위하게 '현대판 노예제'가 퍼져 있다"고 보도했다. 신체의 자유를 강탈당한 채 폭력과 경제적 착취에 시달리는 '현대판 노예'들은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 200만 명, 신분제 전통이 강한 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동유럽 및 구(舊)소련 연방 등의 '체제 전환국가'와 선진국에서는 성 매매를 강요당하는 '성 노예'의 비율이 높고, 후진국에서는 국가나 군벌에 의해 전쟁에 내몰리는 '노예 군인'이나 경제적으로 착취당하는 '강제노역 노예'의 비율이 높다.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채석장에서 일하는 청년 로하가라 달(Dhal)은 가족과 함께 하루 14시간 휴일도 없이 망치와 끌로 바위를 깬다. 대가는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음식뿐이다. 그는 "60년 전 할아버지가 한 농장 주인에게 62센트 정도를 빌렸는데 그 빚에 이자가 불어나, 3대째 이 채석장에서 빚을 갚고 있다"고 FP에 말했다.

국경을 넘어 인신매매되는 현대판 노예의 숫자도 매년 50만~200만 명으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카리브해 국가인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 거리에서는 쉽게 '아동매매 브로커'를 만날 수 있다고 FP는 밝혔다. 브로커들은 "50달러(약 4만7000원) 내면 사흘 안에 '하녀'와 '파트너'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13세짜리 여자아이를 구해 주겠다"며 외국인 손님을 유혹한다고 FP는 전했다. 또 입양한 것으로 꾸며 비행기에 태워 데려갈 수 있는 서류도 함께 위조해 준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수단 특파원 출신으로, '극악한 범죄: 현대판 노예와의 만남'이라는 책을 쓴 벤자민 스키너(Skinner)는 "각국 정부가 나서 명확히 노예 개념을 규정하고 실태를 파악해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