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 무릉계곡의 무릉반석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

강원도 삼척 두타(頭陀)산(해발 1353m). 조선 전기 4대 명필가 중 한 명인 봉래 양사언 선생이 이 두타산 초입 무릉계곡 너른 바위 위에 써 놓은 글이다.


`신선들이 노닐던 이 세상의 별천지, 물과 돌이 부둥켜서 잉태한 오묘한 대자연에서, 잠시 세속의 탐욕을 버리니 수행의 길이 열리네.`


참으로 절묘한 해석이다. 무릉 계곡 등반로 초입에 선 등반객들도 연신 고개를 끄떡인다.




두타산 무릉계곡 쌍폭 중 왼쪽 폭포

두타산은 남성적이다. 수줍은 듯 에둘러 매력을 발산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뽐낸다. 아니나 다를까. 10분도 채 되지 않아 절경이 펼쳐진다.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인공적인 미를 벗어던진 두타산은
훨씬 더 강인한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등산은 산을 오르는 `등산`의 기분이 아니다. 그저 대자연의 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두타산 무릉계곡 금란정

아마 먼저 간 선현들도 이렇게 느꼈으리라. 한 발 한 발 앞으로 가다보면 남성적인 두타산이 한껏 발산하는 매력에 흠뻑 젖어들 수밖에 없다.
힘들만 하면 비경이 펼쳐지니 거친 호흡은 잊은 지 오래다.


두타산 무릉계곡 쌍폭

가장 먼저 만나는 절경은 쌍폭. 반달계곡과 용추폭포에서 흘러내린 두 개 물길이 쌍으로 만나서 흥겨운 듯 한판 힘겨루기를 벌이며 만들어 낸 쌍폭은 이름만큼이나 장엄하다. 거인들의 계단처럼 켜켜이 쌓은 듯한 바위 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물줄기는 남성적인 두타산 상징으로 남을 만하다.


무릉계곡 용추폭포

쌍폭 위에는 용추폭포가 수줍은 듯 흘러내린다. 쌍폭이 남성이라면 용추폭포는 여성적이다. 장고한 세월 동안 흘러내린 물줄기가 단단한 화강암을 깎고 다듬어 항아리 같은 골을 만들고 수줍은 모습으로 조용히 흘러내린다.

조금 더 산을 오르다 보면 `하늘문`이 등장한다.

글자 그대로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 해서 계단은 70도가 넘는 급경사로 이뤄져 있다. 마치 하늘을 오르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두타산은 이처럼 남성적이면서도 능동적이다. 가만히 기다리며 자신의 절경을 드러내지 않고 뽐내 듯 먼저 매력을 발산한다. 그러니 두타산에서는 지루할
틈이 없다.

무릉계곡 학소대

잠깐 딴생각을 하면 거북바위 곰바위가 모습을 드러내고 또 잠깐 한 눈을
팔면 자라바위가 시선을 붙잡는다.


두타산 무릉계곡 선녀탕


해발 180m의 무릉계곡에서 1353m의 두타산 정상까지 가는 데만 소요되는 시간은 무려 4시간. 하지만 절경에 취해 산을 오르다 보면 체감 시간은 확 줄어든다.

그래서 두타산 정상에 오른 산악인들은 늘 놀라곤 한다. 정신은 맑고 상쾌한데 다리가 후들대기 때문이다. 몸이 지치는 것조차 모른 채 산을 올라서다.


두타산 무릉계곡 암벽

두타산 정상은 특별하다. 산을 오르는 중턱이 암벽과 기암괴석의 골산 느낌이었다면 정상부 능선들은 완만한 육산의 분위기다. 동해 바다와 내륙의 고봉 준령도 한눈에 들어 온다. 그래서 정상은 오히려 후덕한 느낌이다.


두타산 삼화사

`두타(頭陀)`란 이름은 `불교 두타행(頭陀行)`에서 나온 말로 의식주에서
탐욕을 버리라는 뜻이다. 탐심과 욕심은 떠올릴 수조차 없는 곳. 실로 멋진
이름의 명산이다.

▶ 가는길 : 영동고속도→강릉 나들목→동해고속도→7번 국도→동해시 효가 사거리→우회전→삼화동 삼거리→좌회전→무릉계곡 주차장

삼척 두타산 인근 가볼만한 곳

◆ 천곡동굴(동해시)

= 천곡동굴은 강원도 동해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도심 속에 석회동굴이 있는 것은 국내 유일에 세계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설 속에 등장하는 황금박쥐가 서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넉넉잡고 30분이면 돌아볼 수있고 헬멧을 쓰고 좁은 틈을 지나야 하는 곳도 많아 마치 동굴탐험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천곡동굴은 동굴 규모는 작지만 `종유석 전시장`이라 불릴 만큼 아기자기하다. 수시로 변하는 조명도 화려하다.

촛불ㆍ샹들리에ㆍ베이컨ㆍ방패 모양 등 다양한 종유석과 석순이 즐비하고 가까이에서 종유석을 관람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천곡동굴관리사무소 (033)532-7303

◆ 추암해수욕장 촛대바위

= TV에서 애국가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일출을 보고싶다면 추암해수욕장으로 가자. 차갑게 느껴지는 가을 바람을 맞으며 출렁이는 동해를 붉게 물들이는 일출은 끝이 뾰족하게 솟아 있는 촛대바위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추암은 용추와 같이 기이한 암석으로 되어 있는 부락이 있었다고 하여 추암이라고 불렸다.

길이 150m에 불과한 아담한 해변이지만 촛대바위 칼바위 등 기이한 모양을 한 바위들이 모인 해안절벽과 어우러져 예부터 명승지로 꼽혔다.

여기에 2003년 `겨울연가` 촬영지로 유명세를 더했다.

준상과 유진이 한적한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곳이 바로 추암해수욕장이다.

동해 시내에서 해수욕장까지 수시로 시내버스가 오가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가족, 연인들이 추억을 만들기에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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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매일경제조효성 기자
사진 : 한국의 산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