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영철
[대기원]신선 안기생에게서 도술을 전수받다

이소군(李少君)은 제(濟)나라 사람이다. 이소군과 동시대에 살고 있던 한 무제(漢 武帝)는 도술(道術)에 푹 빠져서 법술이 높은 방사(方士)들을 널리 초빙하였다. 이때 이소군은 신선 안기생(安期生)에게서 화로(火爐)를 걸어 신선이 되는 신단(神丹)을 제련하는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러나 집안이 가난하여 처방에 따라 단(丹)을 만들 방법이 없었다.

이소군은 제자들에게 “한 해, 한 해 가는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늙을 것이다. 재력이 부족한 데다 설사 전력을 기울여 논밭을 경작한다 하더라도 단(丹)을 만들 만큼 충분한 돈을 모을 수 없다. 지금 방법이 하나 생겼다. 현 황제인 무제가 도술을 좋아하니, 나는 부름에 응해 천자를 만나고자 한다. 분명히 만사가 뜻대로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무제를 만나 신선술을 설파하다

이소군은 봇짐을 지고 장안으로 가서 연단(煉丹)의 비법을 한 무제에게 올렸다. 그리고 한 무제에게 “이 비방(秘方)은 단사(丹砂)를 황금으로 만들 수 있으며, 그때 이것을 복용하면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일찍이 동해 바다 위에서 노닐 때 신선 안기생을 만났는데, 안기생이 늘 먹는 대추는 주먹만큼 큽니다. 안기생이 저에게 이 비법을 전수해 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무제는 이소군의 자초지종을 정중하게 경청하고는 그 말에 푹 빠져 이소군에게 벼슬을 내리고 곁에 머물게 했다. 또 이소군에게 무수한 금은보화를 상으로 내렸다.

이소군, 정황으로 보아 이미 수백 살을 살다

한 번은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이소군이 왕족인 무안후(武安侯)와 함께 연회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 가운데 노인 한 분이 있었는데 머리와 수염이 새하얗게 쇠었다. 나이가 이미 90여 세가 넘은 고령이었다.

이소군은 그 노인에게 성명을 묻고 난 후, “나는 아직도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 당신의 할아버지는 이름이 누구이고 어떻게 생겼다. 나는 당시 당신의 할아버지와 함께 밤에 놀러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당신은 그때 아주 어려서 할아버지 옆을 따라다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당신도 이미 노인이 되었다.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은 이제야 내가 생각나는가?” 하였다.

그 노인은 이소군이 옛날 상황을 눈앞에서 보듯이 아주 생동감 있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는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또 한 번은 어느 날 하루 이소군이 궁전에 들어갔다. 이소군이 궁전 가운데 청동기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 청동기를 가리키면서 한 무제에게 “나는 내 눈으로 약 500여 년 전 춘추시대에 제나라 환공(桓公)이 일찍이 이 청동기를 침전 안에 놓아둔 것을 보았다.”하였다.

이 말에 한 무제는 반신반의하였다. 그래서 청동기를 자세히 관찰해 보니, 청동기 위에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글자를 해독하고서야 비로소 옛날 제나라에서 사용하던 침전용 장식 그릇임을 알았다.

앞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이소군은 이때 이미 수백 년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보기에는 그저 50여 세로 보이는데 얼굴색과 피부가 윤기가 나고 광택이 있었으며 하얀 이빨이 가지런한 게 아이들과 같아 조금도 늙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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