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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계항(啓航)
[정견망] 3년 전 어떤 사람이 장난감 곰인형을 하나 주어 나는 그것을 책상 위에 놓았다. 그런데 아주 오랜 사전(史前)시기에 나는 그와 연분이 있음을 알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6530년 전 지난번 인류 문명시기인데 나는 부잣집에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수행을 좋아해 14살 때 가정을 떠나 사방으로 스승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16살에 유명한 스승을 찾아뵈었다. 17살 때 스승의 명을 받들어 심산으로 들어가서 수행했다. 스승의 명은 세 가지였다. 살생하지 말 것, 물건을 가지지 말 것, 허튼 생각을 하지 말 것이었다. 사부는 나에게 주홍색 호리병을 주면서 말씀하셨다. “어느 때든지 이 호리병 색이 하얗게 변하고 그 속의 물이 금빛을 내뿜으면 곧 하산하여 속세와 인연을 맺어야 한다.”
나는 사부의 당부를 존중해 산중에서 고생스럽게 수련했다. 하루가 지나고 일년이 지나 봄, 여름, 가을에는 버섯이나 야채, 과일로 허기를 채웠고, 가끔씩 내려와 물을 마시고 호리병에 물을 떠서 산으로 돌아갔다. 겨울이 되어 목이 마르면 눈을 먹었고 배가 고프면 나무껍질이나 뿌리 등으로 허기를 채웠다. 사계절 내내 숲속에서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수도인으로서 내심이 평온하고 의지가 확고하여 고생을 느끼지 못했다.
어느 날 한 마리 먼데서 온 검은 곰 한마리가 산중의 정적을 깨고 내가 앉아있는 동굴로 쳐들어 왔다. 정좌하고 있는 중에 여러 천신(天神), 호법(護法)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으며 내 자신이 수련해낸 에너지의 위력이 곰에게 겁을 주어 곰은 멍하게 잠시 서 있다가 엎드려 꼼짝도 않고 작은 눈을 껌뻑거리고 나를 쳐다보며 이따금씩 발로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내가 입정에서 깨어난 후 큰 곰을 보자 처음에는 놀랐으나 다시 곰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고는 웃음이 나왔다. 곰은 온순하지만 뚜렷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나서 입을 열었다. “나를 위해 산문(山門)을 좀 지켜줄래?” 곰은 뜻밖에 고개를 끄덕였으며 이때부터 곰은 나의 문지기가 됐다.
반년 후 곰은 사라졌다. 나도 그 녀석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보름 후 그 곰은 또 돌아왔다. 내 앞에 엎드려 마치 나에게 자기가 작별인사도 하지 않고 떠난 것을 용서해달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또 때때로 고개를 동굴 밖으로 돌려 쳐다보았다. 나는 그 녀석이 동반자를 데리고 온 것을 알고 말했다. “나무라지 않을 테니 네 친구와 함께 산문을 지키렴!” 곰은 만면에 희색을 띠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가서 한 마리 갈색 곰을 데리고 들어왔다. 내가 한번 보자 또 그 곰을 데리고 나갔다. 때로는 새로 온 곰이 그에게 복종하지 않았고 그럴 때면 검은 곰은 뺨을 때리고 그놈을 야단 쳐서 자기 말을 듣게 했다.
어쩌다 내가 동굴을 나가서 한 바퀴 돌면 검은 곰은 좋아하며 따랐다. 한번은 곰이 물에서 노는데 자기를 깨끗이 씻고는 언덕에 올라 털을 말린 후에 나에게 등에 타라는 시늉을 했다. 나를 태워 산위로 올라가겠다는 뜻이었다. 나무 위의 작은 새들이 놀라서 친구들을 불러 재잘거리며 말했다. “산사람이 곰을 탔어요, 정말 재미있어요!” 가끔 두 마리 곰은 내 뒤를 따라다니며 즐겁게 놓았는데 어쩌다 짐승을 만나면 두 곰과 서로 쳐다보기는 했지만 결코 싸우지는 않았다.
두 곰은 동굴 부근에서 지켰는데 시일이 오래되자 영기가 통하여 매우 영리해졌다. 그 녀석들은 늘 함께 나가서 먹을 것을 찾았으며 돌아올 때는 자기 입과 발을 깨끗이 했다. 나는 늘 그 녀석들에게 무고하게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곰의 식사량은 처음처럼 그렇게 많지 않았고 또 야채나 과일을 먹을 줄 알게 됐다. 또 나무를 흔들어 열매를 떨어지게 했다. 만일 내가 옆에 있으면 내가 가서 주워 먹기를 기다렸고 또 저장할 줄도 알았다.
곰들은 12년간 산문을 지켜주었는데 내가 51살 되던 해에 나는 호리병이 하얗게 변하고 그 속 물이 황금빛을 내뿜는 것을 보고는 하산해야할 때임을 알았다. 그래서 곰들을 불러놓았다. 그러자 그들은 이미 나와 헤어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내 앞에 꿇어 앉아 눈물을 흘렸다. 나는 이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 무한한 자비심이 생겨 그들에게 말했다. 이후에 사람 몸을 얻으면 수행을 잊지 말라고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곰들의 가슴팍 앞에서는 금색 도안이 나타나더니 번쩍하며 곰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들의 기억이 나에 의해 이미 강하게 된 것임을 알았다.
오랜 역사를 지나고 무수한 차례의 윤회를 통해 그때의 검은 곰은 오늘의 곰인형으로 바뀌어 태어났고 이런 형식으로 나와 만나게 된 것이었다. 나는 감개무량함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곰인형에게 물었다. “왜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했니?”
그는 간절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모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저는 지난번 생에 귀주에서 다리 하나가 병신인 아이로 태어나서 차가운 눈초리와 업신여김을 수없이 당하고 많은 재난과 병을 겪은 후 12살 때, 다시 말해 바로 3년 전 독감에 걸려 죽었습니다. 당신이 그때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사람으로 되어 수련하려고 생각했으나 신이 말씀하시기를 인피(人皮)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많은 생명들을 완구 창고를 데려갔습니다. 그곳에서 완구를 관장하시는 신이 나에게 물었습니다. ‘넌 무엇이 되고 싶니?’ 나는 첫눈에 보니 커다란 곰인형이 있어서 ‘저런 모습이 되고 싶습니다’ 했고 그래서 이 곰인형이 된 것입니다. 저는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는데 당신 곁에 오게 됐습니다. 신은 너무나 위대합니다. 이렇게 잘 배치를 했으니 저는 정말 행운입니다.”
1년 전 친구가 나에게 작은 가죽 방석을 주었다. 내가 몇 번 앉아본 후 그것을 구석에 놓아두었다. 시간이 오래되자 집안에 놓아두어야 별 소용이 없다고 느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했다. 며칠 전 나는 곰인형을 방석 위에 앉혀 놓았는데 인형이 매우 편안한 느낌이었다. 이틀이 지나 곰인형이 말했다. “방석을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마세요, 제가 앉아 있을게요!” 그래서 나는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안 줄게, 네가 앉아라.” 곰은 즐거워했다.
어느 날 이 일을 생각해보니 매우 의미 있다고 느껴 곰인형을 쳐다보니 곰인형은 마침 방석과 중얼거렸는데 조용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주의하여 보았더니 그 방석은 뜻밖에 내가 당시 곰인형이 나를 위해 산문을 지킬 때 태양을 쬐느라 늘 누워 있던 그 바위였다. 나도 모르게 심경이 진동하여 또 감개무량함을 느꼈다. 함께 모이는 것은 정말로 연분이구나!
곰인형과 방석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그들은 오래전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자기들의 지난 경험을 이야기 했다. 그 당시 수련인은 정말 고생스러웠다. 현재는 생활하기가 훨씬 나아졌지만 다만 인심이 너무 복잡하다고 했다.
방석이 인형에게 말했다. “넌 모를 거야, 내가 원래 기다리던 그 집은 부부가 싸우는데 늘 놀래 죽는 줄 알았어. 나는 그들이 열 받으면 나를 집어던져 죽을까 겁이 났어. 그 집의 꽃은 그들이 싸울 때는 놀라서 예쁜 꽃들이 색을 잃고 기절하려 했어. 넌 정말 모를 거야. 그들이 얼마나 거칠게 싸우는지. 이 집 같지 않아. 남자 주인은 상냥하고 여주인은 부드럽지. 어린 주인도 우리를 아끼니 정말 너무 좋아.”
곰인형이 말했다. “여주인은 인정이 깊은데 그녀는 그것이 자기가 아님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수련하여 버려야 함을 알고 있는데 괜찮아.”
이 말을 듣자 나는 좀 기분이 언짢았다. 그들 둘은 작은 목소리로 의논하는데 어린 주인의 작은 형이 매우 싫다고 했다. 늘 아기 인형과 곰을 거꾸로 세워 놓으며 좋지 않은 마음을 품고 그들을 대하니 그것들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들 둘은 때때로 가볍게 일부 화제를 논하는데 오래 전에 태양을 쬘 때의 그때 같이 흐뭇해하던 그런 것들이었다.
곰인형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 글을 쓰는 중에 다른 곰인형이 말했다. “제 얘기도 써주실 수 있어요?” 내가 말했다. “넌 무슨 쓸 거리가 있니?” “당연히 쓸 거야 많지요. 저도 오랜 역사가 있어요! 집안에 있는 장난감들 어느 생명도 수천 년 만년 넘는 역사를 안 가진 것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그럼 네 지난 일 휘황한 일을 한번 얘기해보려무나!”
이 곰인형은 격동한 듯 침을 한번 삼키더니 말했다. “저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붉은색 술이 달린 은색 총으로 태어났었고 약왕 손사막(孫思?, 당나라 시기 의사)의 약단지로도 태어났으며, 공로가 큰 것은 당신(태평공주-측천무후의 딸)의 화장 거울로 태어나는 등 당나라를 지나왔어요. 명나라 때는 나는 당신(남옥 대장군)의 보검이 됐었고 주체(명나라 삼대황제인 영락제)의 녹색 여의(如意)로 태어났었죠. 청나라 때는 강희 황제의 서재에서 쓰는 문진(계혈석 재질)으로 태어났었어요. 또 건륭 황제의 옥여의, 서태후의 두루마기였어요. 또 많고 많은 것으로 태어났어요. 이것은 제가 유명한 것만 골라서 말한 것이지 보통 백성들의 집에서 항아리, 채소단지, 창문 틀, 걸상이나 부뚜막 등이 됐을 때는 말하지도 않은 거예요.”
“넌 참 세세생생 다채롭기도 했구나, 네가 사람으로 태어난 이야기를 좀 해주렴!”
“사람이라, 그리 유명하진 못했어요. 그저 사병, 시녀, 평민, 장사꾼이었죠. 장사꾼일 때 한번은 산중에서 호랑이를 만나 놀라 도망친 적이 있고요. 삼국지에 나오는 초선(貂嬋)의 시녀 노아(露兒)로 태어난 적이 있는데 당신은 그때 바로 여포(呂布)였어요.”
“그건 나도 알아. 네가 태어난 것도 적지 않고 고생이 많았구나.”
“고생은 아니었어요. 제 생각엔 유명인이 되면 고생이 많고 일이 많아 편안한 생을 지내지 못해요. 유명인이 되려면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런 재료가 없어요.”
“재료라고? 한번 상세히 좀 이야기 해봐.”
“재료란 바로 사람의 정신, 성질, 특성, 매우 복잡하고 복잡한데 큰 용량이 있고 기백이 있으며 큰 내력이 있는 사람만이 유명인으로 태어날 수 있죠.”
“내력이 있다고? 너는 어떤 사람이 내력이 있는지 아니?” 나는 더욱 흥미가 일었다.
“당신 이곳에 오는 연공인은 모두 내력이 있지요, 와도 보통 사람은 안 됩니다. 예를 들면 늘 여기 오는 연공인은 상완아(官婉兒 당 중종의 비빈), 노지심 등이었는데 많은 생에 모두 당신 친구였어요, 그리 간단치 않죠.”
“흠, 네가 아는 게 적지 않군.” 나의 칭찬을 듣자 이 곰인형은 겸허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집에서 당신이 책 읽는 것을 들으면 우리의 기억도 끊임없이 열려요.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면 우리도 알지요. 당신 보기에는 제가 털북숭이 곰인형이지만 하늘에서 우리도 왕이 있는데 매우 큰 왕이에요. 우리도 연을 맺으려고 왔어요. 어느 날 당신이 책(법공부)을 읽을 때 우리는 매우 기뻐했고 당신이 바빠서 책을 읽지 않을 때 우리는 매우 유감이었어요. 당신이 책을 보면 당신이 제고되며 우리는 전부 이익을 얻어요. 책에 쓰여 있잖아요. ‘불광이 널리 비추니 예의가 원명하도다’라고.”
나는 웃었다. “넌 정말 아는 게 많네. 네가 한 말을 써낼 테니 좀 기다려줄래 ?”
“그럼 너무 좋죠, 고맙습니다.” 곰인형은 두 손으로 허스하면서 나에게 꿇어 엎드렸다.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그만 됐어.” 그러자 그는 멈추었고 한마음으로 기뻐했는데 마치 큰 소원을 이룬 것 같았다.
그 녀석이 절을 하는 중에 나는 완구로 가득한 다른 공간을 보았다. 그곳에는 많고 많은 곰인형이 있어서 금빛이 번쩍거렸으며 그중 가장 큰 왕은 매우 격동했고 매우 즐거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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