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로 등장하는 블로그 파워

등록일: 2007년 09월 19일

[대기원]미국과 세계 경제계를 일시에 긴장시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닥치기 전, 익명의 투자전문가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서브프라임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고하는 글이 올랐다.

놀라운 선견지명을 가진 이 블로그(http://epicureandealmaker.blogspot.com)의 운영자는 자신을 20여 년간 뉴욕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작은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M&A 전문가로 소개했다. 상당수 투자기관이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블로그를 즐겨 찾던 네티즌들은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운영하는 경제 전문 블로그(http://discussionleader.hbsp.com/davenport/). 언론이 제공하는 기사보다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미국에서는 이와 같이 전문적인 금융 지식을 제공하는 블로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OTRA(대한무역진흥공사)는 ‘미국도 블로그 시대’라는 분석에서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운영하는 블로그인 ‘Discussion Leaders’를 소개했다. 10명의 교수•박사•CEO 등이 경영•세계화•혁신•관리 등을 주제로 매주 기고한다. 각 기사의 말미에는 블로그 내 관련 기사 링크가 있어 독자들이 생각을 이어갈 수 있게끔 해놨다.

최근에는 경제 분야 외에도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 전문 블로그와 부동산 관련 블로그가 큰 인기를 모으는 등, 블로그는 주요한 정보 전달 경로가 되었으며, 여론 형성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유력 언론들도 전문가로 구성된 필진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독자들을 끌어 들이는 데 공을 들인다. 미국에서 블로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블로거들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구글 광고 서비스와 같은 수익 창출 모델을 결합해 짭잘한 수익을 거둔다. 경제적 뒷받침이 이뤄지면서 블로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국도 최근 IT분야를 중심으로 언론보다 더욱 전문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가 속속 등장하였다. 블로그의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형 포털 사이트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포털 사이트의 디지털 콘텐츠 독과점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240여 언론사가 참여해 뉴스콘텐츠저작권자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포털 사이트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정보 제공과 여론형성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일부 가진 블로그의 활성화와 함께 인터넷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