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仙小傳 (29) 서 복 (徐福) (2)

ⓒ 삽화 박영철
반신불수 환자, 신선을 찾아서

[대기원]진시황으로부터 약 천 년이 지난 후, 당(唐)나라 현종(玄宗) 개원(開元)때였다. 선비 한 명이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누어 있었다. 그 당시 어의로 이름을 날리던 장상용(張尙容)도 그 선비의 병을 고칠 수 없었다. 반신불수가 된 선비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나의 신체는 이미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견디기가 어렵고, 수명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듣기로는 동해바다 한가운데 신선이 있다고 한다. 신선을 찾아가서 신선에게 병을 보이면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다.” 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만류하였으나 병자는 결심을 굳힌 듯 듣지 않는다. 반신불수인 선비는 자기를 돌보아줄 하인 한 사람과 함께 먹을 양식 등 생활필수품을 챙겨서 등주(登州)해변가로 갔다. 속도가 제법 빠른 배 한 척을 구해서 짐을 싣고 돛을 펴서 바람을 따라 배를 저어 나갔다. 이렇게 항해한 지 십여 일 만에 망망대해 가운데에서 섬 하나를 발견했다.

백발의 노인이 바로 신선 서복

멀리서 관찰해 보니 점점이 새까맣게 보이는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아침에 조정에서 조회를 하듯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잠시 후, 배가 해안에 닿았다. 해안가에서는 여인네들이 바닷물에 약물을 씻고 있었다. 그 선비는 여인들에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섬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그중 여인하나가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키면서 “저 사람들 중, 가운데 침상 위에서 가부좌하고 앉아있는 수염이 하얀 노인을 보시오, 저분이 바로 서군(徐君)입니다.” 하였다.

선비는 서둘러서 “서군(徐君)이라면 누구를 말합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그 여인이 “당신도 알겠지만 진시황 때의 서복(徐福)입니다.”하였다. 선비는 깜짝 놀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들이 모여 있던 곳을 보니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막 자리를 떠나려 하였다.

그 선비가 하인의 부축을 받아 해안으로 올라가 서복에게 인사를 올리고 자기의 병세와 이곳에 오게 된 경위를 상세히 보고했다. 서복은 “너의 병은 나를 만나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서복은 먼저 선비에게 맛이 향기롭고 먹기 좋은 밥과 찬을 먹도록 하였는데 밥과 찬을 담은 그릇이 작아 그 양이 아주 적었다. 선비가 양이 너무 적다고 투덜대자 서복은 “이것을 다 먹고 나면 다시 찬을 더 주겠다. 다만 이것조차 너는 다 먹지 못할까 염려스럽다.”하였다.

반신불수를 고치고, 동풍을 빌려 되돌아오다

선비는 그 말을 믿지 못하면서도 한 입, 한 입 먹기 시작하였는데 큰 밥그릇으로 몇 개를 먹은 것처럼 배가 불렀다. 그러나 그릇 안에는 하나도 먹지 않은 것처럼 여전히 음식이 줄어들지 않고 남아있었다. 서복은 또 작은 술잔에 술을 따라 선비에게 한 잔 건넸다.

그날 저녁은 잘 자고 다음 날이 되었다. 서복이 약주머니에서 새까만 환약 몇 알을 꺼내어 선비에게 먹도록 하였다. 그 약을 먹은 선비는, 뱃속에서 전쟁을 치르는 듯 요동이 심하여 서둘러 화장실로 갔는데 시커먼 똥이 설사처럼 쏟아졌다. 그러자 선비의 병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못쓰던 수족이 다시 원활하게 움직였다.

선비는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서복에게 이곳에 머물러 스승으로 평생 모시기를 간청했다. 이에 서복은 “너의 운명 중에는 아직 세속에서 누려야 할 복록이 남아 있다. 따라서 아직 여기에 머물 때가 아니다. 네가 돌아가는 길은 걱정마라. 내가 한바탕 동풍을 불게 해서 너를 돕겠다.”하였다.

서복은 돌아가는 선비에게 약 한 포대를 주면서 “이 약은 진단이 어렵고 치료하기 힘든 난치병을 고칠 수 있으니 돌아가서 잘 사용하라.”고 하였다.

선비는 머리 숙여 감사하고 서복의 명을 좇아 배에 올랐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수일 만에 처음 출발했던 등주로 돌아왔다. 장안으로 돌아온 선비가 그간의 일을 당 현종에게 보고하자, 선술(仙術)을 사모하던 당 현종은 오직 부러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서복이 준 약으로 선비가 수많은 난치병 환자를 고쳤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다음호에는 신라사람 김가기 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