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관료들의 해외도피, ‘왕조’ 멸망의 서막

베이징 올림픽의 슬로건 '하나의 꿈'은 고위 관료들의 해외 도피와 함께 꿈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FREDERIC J. BROWN/AFP/Getty Images
중국은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두 가지 큰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하나는 실업 대군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는 점, 다른 하나는 고위 관료들이 해외로 달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관료는 이민 수속 절차도 없이 해외여행 도중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난제는 이미 랴오왕 뉴스 주간 등 중국 언론에서도 공개적으로 보도했다.

실업 인구의 증가에 대해 언론들은 ‘2009년은 집단 사건이 다발(多發)하는 해’라는 시리즈물을 통해 중점 보도했다. 이 연재물의 주요 내용은 사회 불안정 요소가 증가하고 있어 집단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실업이 주된 요소라는 것이다.

고위 관료의 해외 도피에 대한 보도도 있다. 이런 보도들은 해외 도피가 단지 ‘거액의 경제 손실’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중공중앙의 통치력과 구심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가정(國際家庭), 고관 탈주의 온상, 제도의 허점’이라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심각한 실업문제로 사회 안정의 기초가 무너졌고, 고위 관료의 도피로 중앙정부의 자신감이 뿌리부터 뒤집혔다는 내용이다.

장기 실업자는 대부분 유랑민(流民)이 된다. 역사적으로 유랑민은 왕조 말기에 나타난다. 유랑민의 구성은 복잡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집과 토지 등 모든 것을 잃고 생계수단이 없는 밑바닥의 사람들이다. 비록 사회적 지위는 없지만 모든 왕조의 마지막은 그들의 발자국에 사라졌고, 이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왔다.

유랑민 출신으로 명조(明朝)를 연 주원장(朱元璋)은 정권을 잡자마자 호적 제도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수백 년 후 이자성(李自成), 장헌충(張献忠) 등의 유랑민에 의해 전복됐다.

사실 평화로운 시기에 유랑민의 역량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이자성과 같은 리더가 나타나면 제로에 1이 더해져 거대한 힘을 가진 집단으로 변한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장기간에 걸쳐 ‘등록 실업률’, ‘대학졸업생 취직률’ 등의 개념을 만들어 내 ‘유랑민’의 공포에서 도망쳐 왔다. 하지만 지난해 시작된 기업 도산의 물결로 중국 경제의 중심인 장강 삼각주와 주강 삼각주 지역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유랑민의 악몽은 다시 살아났다.

중국의 일부 지식인들도 이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 상하이의 저명한 평론가 주다커(朱大可)는 고향을 떠난 농민, 실직자, 근로 빈곤층, 일용직과 난민 등 유랑민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그는 유랑민 사회가 국가를 전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유랑민 집단의 괴멸적인 파괴에 직면하고서도 이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정재계의 엘리트들은 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걱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중국 사회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고위 관료들은 해외 영주권을 확보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 그들에게 중국은 돈벌이 하는 장소에 지나지 않으며,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지식인들은 결국 유랑민과 함께 고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제가정(國際家庭), 고관 탈주의 온상, 제도의 허점’이라는 기사 본문에는 “일부 고위 관료는 배우자나 자녀를 이용해 거액의 국유자산을 해외로 유출하고, 무슨 계기가 있으면 해외로 도피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사실 중공 중앙의 통치력에 대한 불신을 그린 것이다.

중공 당국이 해외 도피에 신경 쓰는 이유는 유출한 국유 자산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고위 관료들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정치 집단으로 아직 남아 있는 관료들도 뒤를 따를 것이다. 해외 도피는 당국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국가와 민족의 구심력이 없어졌음을 뜻한다.

경제 위기에 직면한 2009년, 고위 관료들은 더 이상 빨아 먹을 ‘단물’이 없어질 경우 해외 도피 붐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흐어칭롄 (중국경제전문가, 미 프린스턴大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