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는 입단속 중

▲ 지난 10월 메라스사는 세계 초고층 타워를 포함한 95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나 두바이 부동산 시장이 불투명해 지면서 지난 1월 이 사업은 중지됐다. 작년 건설프로젝트 발표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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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기적’ 두바이가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수만 명이 떠났고, 부동산 가격 하락에 주요 건설 프로젝트가 중지 또는 취소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 전했다. 두바이 정부가 정확한 경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각종 악성 루머들이 무성하지만 오히려 언론보도를 제한하는 법안이 추진 중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아랍에미리트가 밝힌 미디어법 초안에 따르면, 국가 명성이나 경제에 해를 입히는 행위는 범죄이며, 최고 100만 디르함(약 4억원)에 이르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신문은 이미 경제 위기 관련 보도에서 법안의 효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한 지역 일간은 두바이에서 매일 취업비자 1,500건이 취소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두바이 노동부는 이 사실을 부정하지도 확인하지도 않고, 다만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HSBC 은행 두바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최악의 일도 믿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데이터 공개가 제한되면서 소문을 반박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 정부 투명성 결여로 소문만 무성

아랍에미리트 연방(UAE)에 속한 7개 에미리트(토후국) 중에 하나인 두바이는 부동산, 금융, 관광을 중심으로 지난 6년간 급속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한 UAE의 수도이자 에미리트 중 하나인 아부다비와 달리 두바이는 자체 보유한 석유가 없는 상태다. 따라서 두바이도 세계적인 금융 위기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심각한 정도가 피부로만 느껴질 뿐 정확한 수치로 제시되지 않으면서 각종 루머만이 무성하다는 것이다.

이달 초 두바이 공항에 버려진 차가 3천대란 영국 ‘더 타임스’ 보도가 있었다. 부동산 가격하락이나 실직으로 주택이나 차량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도주하는 외국인들이 공항 주차장에 고급차를 두고 떠났다고 한다. 이에 두바이 경찰청장이 작년부터 “겨우 11대가 버려졌을 뿐”이라며 “신의 이름을 걸고 기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더 타임스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버려진 차’의 정확한 수치는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NYT는 더 타임스의 보도가 일말의 진실을 전한다고 풀이한다. 직장을 잃은 외국인은 취업비자가 취소되며 한 달 안에는 두바이를 떠나야 한다. 두바인 인구에서 외국인 비율은 90%다. 외국인의 탈출은 곧바로 소비 감소와 주택 가격 하락을 의미하고 결국 경제 침체로 이어지게 된다. 두바이 일부 지역에선 지난 두 석 달 사이에 주택 가격이 30%가 빠졌고, 중고 고급 승용차 가격도 두 달 전 보다 40% 하락했다. 두바이 일부 지역은 외국인이 빠져나가 유령 마을로 변했고, 길거리에선 눈에 띠게 차량이 줄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두바이 경찰청장은 “한창 번성하고 있는 도시의 명성에 흠집을 내기 위한 지독한 작전”이라며 외국인 탈출을 보도한 더 타임스를 비난했다. 하지만 두바이가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빗겨간 안전한 피난처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경제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