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천관산 동백숲

위 치 : 전남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

강원도 강릉에 정동진이 있다면 전남 장흥에는 정남진이 있다. 정남진이란 ‘서울의 정남쪽에 위치한 바닷가’라는 뜻이다. 서울 광화문의 도로원표(동경 126°59′34.1″)를 기준으로 삼으면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 518-15번지가 정남진의 좌표점이라고 한다. 현재 관산읍 신동리의 삼산방조제 옆에는 정남진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정남진’은 특정 지명이기보다는 장흥군에서 발굴하여 명명한 지역이미지 브랜드이다. 장흥군에서는 맨 동쪽에 위치한 안양면 수문리에서 맨 서쪽의 대덕읍 옹암리까지의 길이 42.195km에 이르는 해안을 정남진권역으로 설정하여 따뜻하고 풍요로운 삶의 터전을 가꿔나갈 계획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정남진 장흥군은 오랜 역사와 그윽한 문학적 향취, 그리고 때묻지 않은 자연과 인정을 간직한 고장이다. 게다가 봄꽃의 개화가 시작되는 봄의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서 한겨울에도 어딜 가나 봄빛이 가득하다. 정남진 장흥 땅에서도 한겨울 속의 봄빛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맨 동쪽의 안양면을 먼저 찾아가는 것이 좋다.

장흥읍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안양면 수문해수욕장으로 가다보면 종려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게 된다. 남해안의 일부 지역과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종려나무가 안양면을 관통하는 18번 국도의 가로수로 늘어서 있다. 종려나무의 잎과 줄기가 여름철의 그것처럼 싱싱하다. 종려나무 가로수 길의 양쪽 들녘에는 파릇한 보리밭과 쪽파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계절은 틀림없이 한겨울인데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나른하고 따사로운 봄날이다.

예로부터 장흥군은 ‘문림의향(文林義鄕)’이라 일컬어져 왔을 정도로 많은 문인과 의병을 배출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표적 중견작가로 꼽히는 한승원, 이청준, 송기숙 등이 장흥 출신이다. 그 가운데 한승원씨는 종려나무 가로수가 늘어선 안양면 사촌리 율산마을의 ‘해산토굴’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율산마을 앞의 바닷가에는 ‘한승원 문학산책로’도 조성돼 있다. 무지개처럼 휜 여다지해변의 모래언덕에 길이 600m의 산책로를 만들고, 그 길을 따라 20m 간격으로 30기의 시비가 놓여 있다. 호수처럼 잔잔한 득량만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느릿느릿 걸으면서 시와 소설을 읽어보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절로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다. 간혹 작가가 길동무로 나서서 작품의 배경설명과 함께 시나 소설의 일부를 직접 낭송해주기도 한다.


자신이 쓴 시를 직접 설명하는 한승원 작가<출처:사진작가 양영훈>



종려거리 조성 기념탑<출처:사진작가 양영훈>


여닫이해변과 이웃한 안양면 수문리는 전체 250가구 중에 100여 가구가 키조개 양식업에 종사하는 키조개마을이다. 장흥 최고의 해수욕장인 수문해수욕장 주변에 자리잡은 음식점들도 대부분 키조개 요리를 최고의 계절별미로 내놓는다. 수문해수욕장의 동쪽 끝에는 워터파크, 모텔, 스카이라운지, 해수찜질방, 사우나, 횟집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옥섬워터파크가 자리잡고 있어서 온욕과 숙식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여다지해변에서 직선거리로 3km쯤 떨어진 곳에는 용산면 남포마을도 꼭 한번 둘러볼 만하다. 남포마을은 ‘소등섬’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바로 앞에 떠 있고, 득량만 바다의 득량도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이는 갯마을이다. 겨울철에는 이 마을의 민박집 창문만 열어도 소등섬 위로 붉은 아침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구경할 수가 있다. 마을 주변에는 석화(굴)와 바지락이 생산되는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석화구이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겨우내 끊이질 않는다. 이 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가 촬영되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축제의 촬영지인 남포마을의 소등섬 전경<출처:사진작가 양영훈>

영화 <축제>는 장흥군 회진면 출신의 작가 이청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정남진 좌표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회진면 진목리의 산저마을 바닷가에도 이청준의 소설을 영화화한 <천년학>의 주막 세트장이 세워져 있다. 안온하고 고즈넉한 남도의 바다와 어우러진 세트장 건물이 애초부터 제자리였던 듯이 자연스럽다. <천년학> 세트장 부근에는 봄이면 샛노란 꽃물결이 일렁이는 유채꽃 단지와 이청준씨가 나고 자란 생가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회진면과 관산읍 일대의 간척지 들녘도 젖먹이의 머리만큼이나 자란 보리가 가득 자라고 있어서 실제 계절감을 잊게 만들곤 한다.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정남진 장흥 땅을 찾아볼 작정이라면 가급적 토요일을 포함해서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정남진토요시장의 매력과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처음 장흥땅을 밟았거나 오랜만에 다시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남진토요시장을 가장 인상 깊은 곳으로 꼽는다. 매주 토요일 10시에 개장하는 이 시장에는 보고 먹고 놀고 살 것이 아주 많다. 떡메로 쳐서 만든 찹쌀떡, 방금 잡은 장흥한우, 청정해역 득량만에서 자란 키조개, 시골 노인들이 직접 캐온 나물과 청국장 등 먹거리가 즐비하다. 장터 안의 간이무대에서는 초청가수의 공연행사가 열리는가하면, 고깔 쓰고 색동옷 입은 풍물놀이패가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신명난 놀이판을 벌이기도 한다. 급속한 도시화와 거대한 할인점에 밀려서 이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시골장터의 풍경과 인심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정남진 토요시장의 겨울 페스티벌 광경<출처:사진작가 양영훈>

정남진 토요시장<출처:사진작가 양영훈>


통일신라 때에 구산선문 중 하나였던 보림사도 일부러라도 한번쯤 찾아볼 만한 곳이다. 장흥군 유치면 봉덕리의 가지산(510m) 기슭에 자리한 보림사는 860년경 헌안왕의 권유로 보조선사 체징이 세웠다고 한다. 한때 전라도에서 가장 큰 사찰로 꼽히기도 했으나, 해방 이후에 좌우익의 격렬한 대립으로 인해 국보 제204호였던 대웅보전을 비롯한 옛 건물들이 대부분 불타버렸다. 천왕문과 외호문만 남기고 폐허로 변했던 보림사는 근래 들어와서 대적광전, 대웅보전, 요사채, 종루 등이 복원되었다. 현재 보림사에는 육중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의 철조비로자나불좌상(국보 제117호), 불국사 석가탑을 닮은 삼층석탑 및 석등(국보 제44호) 등의 국보 2점과 보물 4점 등의 국보급 문화재가 있다. 그리고 경내에는 대웅보전 뒤편의 울창한 비자나무숲에서부터 흘러내린 보림약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빼어난 물맛을 자랑한다.

그 밖에도 50여 기의 자연석 문학비가 늘어선 천관산문학공원과 600년 역사의 장흥위씨 집성촌으로 전통가옥, 유물전시관 등이 있는 관산읍 방촌마을도 정남진 장흥의 대표적 명소에 속한다.

관산읍 방촌마을의 석장승<출처:사진작가 양영훈>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장흥여행 : http://travel.jangheung.go.kr
- 귀족호도박물관 : www.hodonamu.com

○ 문의전화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 귀족호도박물관 061)863-2736
- 보림사 061)864-2055

○ 대중교통
[ 버스 ]
- 서울-장흥/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장흥행 고속버스가 1일 3회(08:50, 15:40, 16:50) 운행, 5시간30분 소요
- 부산-장흥/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장흥을 경유하는 강진, 또는 목포행 직행버스가 1일 20회 운행, 4시간40분 소요
- 광주-장흥/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에서 20~30분 간격으로 장흥행 직행버스 운행, 1시간20분 소요

○ 자가운전 정보
[서울-장흥]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나들목→2번 국도→강진→장흥
[부산-장흥] 남해고속도로 순천나들목→17번 국도→체육관사거리(우회전)→2번 국도→호현삼거리(좌회전)→벌교→보성→장흥

○ 숙박정보
- 진송관광호텔 : 장흥읍 건산리, 061)864-7775
- 스위스모텔 : 장흥읍 건산리, 061)864-3111
- 리버스모텔 : 장흥읍 건산리, 061)864-9200
- 탐진각 : 장흥읍 건산리, 061)863-5566
- 옥섬워터파크 : 안양면 수문리, 061)862-2100, www.oksum.co.kr
- 해오름펜션 : 안양면 수문리, 061)862-2288
- 천관산자연휴양림 : 관산읍 농안리, 061)867-6974, www.huyang.go.kr
- 유치자연휴양림 : 유치면 신월리, 061)863-6350, www.yuchi.or.kr

○ 식당정보
- 신녹원관 : 장흥읍 건산리, 한정식, 061)863-6622
- 싱싱회마을 : 장흥읍 건산리, 생선회, 061)863-8555
- 명동가든 : 장흥읍 향양리, 쌈밥 정식, 061)863-2020
- 바다하우스 : 안양면 수문리, 키조개 요리, 061)862-1021
- 갯마을 : 안양면 수문리, 바지락요리, 061)862-1203
- 여다지회마을 : 안양면 사촌리, 생선회, 061)862-1041
- 갯바위회타운 : 회진면 회진리, 생선회, 061)867-8211
- 남포자연산굴구이 : 용산면 남포리, 굴 구이, 061)863-6586

○ 축제 및 행사정보
- 해맞이 행사 : 장흥의 해맞이 5경으로 꼽히는 정남진(관산읍), 남포 소등성(용산면), 여다지해변(안양면), 천관산(대덕읍), 한재공원(회진면) 등 5곳에서 매년 1월 1일에 면사무소나 마을 청년회의 주관으로 진행
- 정남진 장흥 키조개 큰잔치 : 제암산철쭉제가 열리는 매년 5월 초순경 안양면 수문항에서 개최. 장흥군청 해양수산과 : 061)860-0412

○ 이색체험 정보
- 상선약수마을 : 장흥의 진산인 억불산 기슭에 위치한 장흥읍 평화리에 속하는 체험마을.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대나무숲,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 전통가옥, 전통방죽, 샘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서예체험, 다도체험, 상생도 만들기, 남도음식체험, 죽마고우 만나기, 고택과 옛 정원을 찾는 문화답사, 약수염색체험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사무장(019-625-3446)

○ 주변 볼거리
- 장흥댐, 천관산, 천관산자연휴양림, 천관사, 장천재, 제암산, 억불산천문과학관, 한재 할미꽃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