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랑을 기억해 드립니다

유럽에 ‘실연 박물관’ 탄생

ⓒ 실연박물관 웹사이트
[대기원] 뜨거운 사랑은 식고 실연은 아픈 상처만 마음에 오랫동안 남긴다. 이런 아픔을 조금이나 치유하기 위해 과거 연인과 관련된 소품들을 전시하는 방법은 어떨까? 이런 취지로 지난 4월 크로아티아에 문을 연 것이 ‘실연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50여 점의 물품들은 얼핏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하나하나 모두 과거 연인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볼펜에는 애인에게 절교 편지를 썼다가 후회의 눈물을 흘렸던 사연이 숨어 있다. 또 한 자전거에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애인과 헤어지게 됐다는 한 남자의 가슴 아픈 기억이 남아 있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크로아티아의 올린카 비스티카와 그의 연인은 4년 전 이별의 아픔을 겪은 적이 있다. 비스티카는 어떻게 하면 과거의 아픔을 잊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두 사람 사이의 사랑과 관련된 물품들을 수집해 전시했고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 동참하면서 ‘실연 박물관’이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외순회 전시 중인 이 박물관은 매 한 지역에 들를 때마다 현지인들의 동참을 요청하고 있어 전시품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비스티카는 많은 실연자들이 과거의 아픔을 덜기 위해 이 박물관에 물품을 기증하고 있으며 또 그들 덕분에 박물관이 점차 충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의 한 남자는 도끼를 기증했다. 이 도끼는 그가 옛 애인의 가구를 때려 부술 때 사용했던 것이다. 이 남자는 도끼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도구였다고 말했다.

화려한 웨딩드레스 옆에는 한 여인이 남긴 이런 쪽지도 볼 수 있다. “어느 날 재혼한다면 이 웨딩드레스를 또 입을 수 있을까?”

박물관에서는 옛 애인의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 한 남자가 기증했다는 휴대폰도 볼 수 있다.
로이터 등 외신의 주목을 받아 왔던 이 특별한 박물관은 뜻밖의 성공을 자축하며 파리, 런던, 이스탄불 등에서도 해외 순회 전시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허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