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과 함께하는 인체파괴여행 2 [위, 십이지장]

토가 더 심해지게 되는데 처음엔 점막이 파열되고, 다음엔 근육층이 파열되고, 나중엔 동맥까지 파열될 수도 있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안녕하세요 에탄올입니다. 한 주간 잘 쉬셨나요?
빨리빨리 움직여야 오늘 여행 스케줄 맞출 수 있으니까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우리가 지난 주에 식도까지 구경했었죠?
그럼 오늘은 위부터 구경하면 되겠네요.

첫 번째 코스 <위>

위는 위로는 식도와 연결되어 있고, 아래로는 십이지장과 연결되어 있는 소화기 장기 중 하나인데요.
음식물을 저장하고 강한 산성물질을 분비해서 단백질 등을 분해시켜 영양분을 흡수하기 좋게 만들어 주고 밑으로 내려 보내는 기관이랍니다.
저 알코올의 일부도 여기서 흡수되어 혈관으로 가게 되지요.

저기가 위의 입구인 분문이라는 곳인데요. 위와 식도의 국경입니다. 저길 통과해야 위로 들어갈 수 있어요.

말로리 웨이즈 증후군
혹시 말로리 웨이즈 증후군이라는 이름 들어보셨어요? 처음 발견한 미국 의사 이름을 따서 붙인 병명인데요. 저랑 아주 친한 녀석 중 하나랍니다.저기 보이는 것처럼 위체부는 넓은데 식도와 연결된 분분 위로는 아주 좁잖아요. 보통 저를 많이 마실 경우 구토 반응이 일어나게 되는데, 갑자기 구토가 일어나게 되면 넓은 위체부에서 좁은 식도로 내용물이 역류되어 쏟아져 나가게 되니 압력이 높아지게 되요.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경계부위인 저 분문의 점막이 파열되어 피를 토하게 됩니다.

점막파열-> 근육층파열-> 동맥파열-> 생명의위험
근데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닙니다.
토하고 나서 술을 또 먹어요. 그럼 구토가 더 심해지게 되는데 처음엔 점막이 파열되고, 다음엔 근육층이 파열되고, 나중엔 동맥까지 파열될 수도 있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병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아 이거 처음부터 너무 무서운 곳을 구경했나요? 분위기가 쏴하네요. 하하!그럼 위 안으로 들어가보죠.

점막손상, 위궤양, 위천공
자 여기서부터 진짜 위의 시작입니다. 조심하세요. 여기는 주변이 모두 강산이거든요. pH 2 정도의 염산이 위벽에서 분비가 되요. 아! 근데 걱정 마세요 위벽은 말이죠 여기 보이는 끈적끈적한 점막이 둘러싸며 보호하고 있어 강산인 주변 환경에도 전혀 손상을 입지 않거든요.
하지만 죄송하게도 어쩌다 제가 본의 아니게 점막을 좀 손상 시키기도 한답니다.그 손상된 부위가 강산에 노출되면 염증이 심해지고, 위궤양이 생기고 그러는데,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위에 구멍이 나는 위천공만 안 생기면 되죠 뭐.

위천공이요? 꼭 제가 그러는 건 아니지만 관련이 없다고 볼 수는 없어요. 가끔은 저 때문에 생기기도 하니까요. 아까 이야기한 제 친구 말로리 웨이즈 증후군이 좀 오버하면 간혹 위천공이 생기거든요.
근데 위천공이 생겼을 때 수술 빨리 받지 않으면 죽습니다.
아! 그리고 여기 있는 DNA는 다른 애들과 달리 절 만나도 별로 변하지 않더라구요. 조금씩 변하는 것 같기도 한데 눈에 띄게 변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섭섭해요. 근데 모르죠 변하는데 아직 제가 발견을 못한 걸 수도 있고.
이만하면 위는 다 구경한 것 같군요. 사실 위는 뭐 넓기만 하지 구경할게 별로 없어요.
저기 출구인 유문이 보이네요.
위와 십이지장의 국경을 유문이라고 하는데요.
유문은 아주 탄력적인 괄약근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괄약근은 열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열리면 바로 나가야 됩니다. 준비하시고 하나! 둘! 셋!! 뛰어~

두 번째 코스 <십이지장>

십이지장염증, 궤양
자 여기는 십이지장입니다.
손가락 12마디 길이라고 십이지장이라고 불리는데요.
여기도 조심해야 됩니다.
위와는 반대로 강알카리거든요. 위에서 강산에 반죽된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내려와서 강알카리에 중화되어 소장으로 내려가야 장기가 손상을 입히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근데 이거 어쩌나.. 제가 위에 손상을 입혀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십이지장이 감당을 못해 위산 때문에 염증이 생기고 궤양이 생기곤 한답니다. 하하! 이거 죄송합니다.

세 번째 코스 <췌장>

급성췌장염, 만성췌장염
강알카리는 십이지장이 분비하는 게 아니라, 십이지장 연결통로로 저기 옆에 보이는 노란색 췌장이 분비하는데요.
췌장 하니까 또 내 친구들인 췌장염들이 생각나네요. 급성췌장염하고 만성췌장염.이 녀석들 제가 다 업어 키웠어요. 제가 한 번씩 들어와서 볼 때 마다 얼마나 커지던지.
기특한 녀석들. 지금도 커지고 있네요. 근데 전 급성췌장염 보다 만성췌장염이 더 애착이 가요.
급성췌장염은 제가 오랜만에 들어오면 사라지고 없더라구요. 만성췌장염은 제가 만나러 오지 않아도 절대 없어지는 일이 없는데.
근데 이제 염증은 하도 많이 봐서 별로 구경거리도 못되죠?
저 역시 제가 어딜 가나 염증이 안 나타나는 곳이 없으니 이제 지겹답니다.

아~ 이제 저는 소장에서 흡수되어 혈관으로 들어가야 하거든요.그래서 우리의 여행은 여기가 마지막입니다.저랑 같이 소장까지 가서 저는 혈관으로 가고 손님께서는 대장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아! 나가실 때 치질 조심하세요~ 성격 고약합니다. 제가 지금도 성질 좀 건드렸거든요.
나중에 기회 되면 혈관부터 같이 여행을 한 번 떠나 보는 것도 좋겠네요. 거긴 소화기보다 볼거리가 훨씬 많거든요.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