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과 함께 떠나는 인체파괴여행

! 저 녀석 또 있네... 저기 저 빨간색 보이세요? 저건 사람들이 염증이라고 부르는 친구인데요. 절 아주 싫어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알코올이라고 합니다.” 아!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에탄올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네요.정정하겠습니다. “저는 에탄올이라고 합니다.”
저는 곡식이나 과일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만들어지는데요..
곡식에서 소주, 맥주, 위스키, 보드카 같은 친구들이 나오고, 과일에서 와인, 꼬냑 같은 친구들이 나옵니다.
저는 맨날 아주 바쁩니다. 여러분들이 기뻐도, 슬퍼도, 화가나도, 반가워도 절 마구 부르거든요.
아! 이유 없이 그냥 부르는 사람들도 있구요.
저는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그게 저의 일이니까요. 아~ 지금 저기서 절 부르는군요. 그럼 전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같이 가실래요?

첫 번째 코스 <입>

자 저기 입구 보이죠? 저건 입이라고 하는데요, 저 입구로 들어가면 우리의 여행이 시작 됩니다.
그럼 들어가 볼까요?

염증
아! 저 녀석 또 있네... 저기 저 빨간색 보이세요? 저건 사람들이 염증이라고 부르는 친구인데요. 절 아주 싫어해요.전에 한 번 가까이 갔더니 아주 뜨겁고 크게 변하면서 화를 내더라구요. 자기 좀 건들지 말라고. 근데 여기 입은 워낙 좁아서 가까이 안 갈수도 없잖아요.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와! 저 화내는 것 좀 보세요. 오늘은 더 화내는 것 같네... 화 풀리려면 몇 일 가겠는데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혀라는 곳입니다. 색깔 좋고 부드럽죠. 근데 내일 와서 다시 보면 아마 놀랄 걸요. 제가 지나가고 나면 황사 맞은 서리가 내린 것처럼 누렇고 하얀 것들로 뒤덮이고, 갈아엎은 논 바닥처럼 까끌까끌해 지거든요… 진짜 볼만해요.

입냄새
음... 근데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여기서 안 좋은 냄새나죠? 그건요 제가 여기 왔다가 나갈 때 물을 데리고 가는데, 그것 때문에 입이 바짝 말라서 냄새가 완전 고약해진데요. 여기 숨어사는 냄새나는 박테리아 녀석이 있는데, 그 놈이 건조한 환경을 너무 좋아해 물이 없으면 막 번식하거든요.

구강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요. 저기 깊숙한 곳에 제가 몰래 들어가서 DNA라고 하는 친구랑 놀거든요.
근데 얼마 전부터 얘가 조금씩 변하더라구요 처음엔 몰랐는데 이제 변한 게 눈에 조금씩 보여요.
걔 말로는 이렇게 조금씩 변하다 암이 된데요. 그럼 자기는 천하무적이라나... 아무튼 자주 놀러오래요... 어라~ 뒤에 에탄올 친구들이 또 들어오네요. 저 때문에 길이 막히겠어요... 조금 더 내려가볼까요?

두 번째 코스 <식도>

여기는 식도라는 곳인데 구경할 게 별로 없어요.

정맥류
아~ 저기 하나 있네요. 저기 식도벽에 약간 파란색 튀어나온 선 보이죠? 저건 정맥류라고 하는데요. 지금은 괜찮은데, 이따 토할 때 잘못하면 저 혈관이 터져서 피를 토한답니다.근데 그것도 저 때문이라고 막 그러더라구요.

식도염
또 지금은 안 보이는데 입에 있던 염증이라는 애는 여기도 있거든요, 근데 아까 봤던 친구보다 얘가 더 무서워서 특별히 조심해야 되요. 화를 더 잘 내거든요.

식도암
참! 여기도 제 DNA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도 언젠가부터 점점 변하더라구요. 안 그러던 애들이 왜 자꾸 저만 만나면 변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럼 다음 코스로… 아 벌써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아직 봐야 할 코스가 많은데……늦었으니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주에 마저 구경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