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계절성 우울증(정동장애)
기분 좍 가라앉으면 밖에 나가 웃고 즐겨라
이유없이 울고 싶거나 가슴 답답하고 무기력
환자 70∼80%가 여성…30대에 주로 나타나
야외 활동·운동하고 햇빛 많이 쬐면 좋아

/유선태기자

40대인 김 여사는 가을에 접어들면서부터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자꾸 울고 싶어지곤 한다. 팔다리에 힘이 없고 나른해지기도 한다. 처녀 때부터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철만 되면 사람 만나는 것이 싫어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며, 슬픈 음악 듣기를 좋아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을 타는 여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심해졌다. 특히 올해는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며, 낮잠 자는 시간이 많아졌다. 수시로 빵과 과자를 입에 댄 탓에 며칠 사이 체중이 무려 3㎏이나 늘었다. 김 여사는 때로는 이러한 자신의 행동이 비참하게 느껴져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즈음, 김 여사처럼 기분이 계절 변화에 영향을 받아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증상이 심해 직장생활이나 가사일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계절성 정동장애(계절성 우울증)'라고 한다.

김희철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정신과)는 "지금까지 연구에 의하면 계절성 정동장애는 전체 성인의 4∼12%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계절성 정동장애 환자의 70∼80%는 여자이고, 가장 흔히 발병하는 연령층은 30대"라고 말했다.

◆여성에게 집중된 계절성 우울증

대표적인 계절성 정동장애는 '겨울형'이다. 가을철이 되면 우울해지기 시작해 겨울이 지날 때까지 이 증상이 지속되다가 봄과 여름이 되면 괜찮아진다.

지금까지 연구된 결과에 따르면 겨울철 우울증은 해가 짧아지는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겨울철 우울증이 잦은 데는 추위보다 부족한 일조량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일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위도 지역과 사계절이 뚜렷해 일조량의 계절 변화가 심한 온대 지역에서 겨울철 우울증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열대에 가까운 필리핀의 경우 계절성 정동장애 환자가 하나도 없는 반면, 북유럽의 덴마크는 전체 국민의 12.4%나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겨울형 우울증은 대개 20대부터 50대 후반에서 발생하는데, 환자의 4분의 3이 여성이며 20대 이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겨울철 우울증에 취약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남성과는 다른 성호르몬 분비체계,즉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뇌하수체 자극 호르몬의 분비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계절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 증상은 전형적인 우울증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뇌의 생물학적 시계는 외부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계절성 우울증 환자의 경우에는 환경 변화에 적합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분상태 관심 기울여야

일반적으로 우울증에 걸리면 매사에 의욕이 없고, 시도 때도 없이 피곤하고,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아 낮엔 꾸벅꾸벅 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겨울형 우울증 환자들은 식욕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경험한다. 특히 탄수화물이 많은 밥·라면·빵을 비롯해 단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잠들기 전 식욕 증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에 밤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당연히 체중이 늘어난다.

또 수면 욕구가 크게 증가해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고, 온종일 자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잠을 자도 피로는 풀리지 않고 몸이 납덩이처럼 굳어 잘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늘어난다.

계절성 우울증의 치료는 다른 우울증의 치료와 유사하지만 '광치료'가 첫 번째 치료방법으로 추천될 만큼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는 게 특징적이다. 광치료를 시작할 때는 대개 오전에 2천500㏓의 빛을 쬐게 한다.

환자가 이에 반응이 없거나 다른 치료를 원할 때에는 항우울제 투여가 고려된다. 다만 항우울제를 사용하기 전에는 계절성 우울증이 조울병과 관련되어 있지 않은지에 대한 전문가 진단이 필요하다.

가을철에 찾아드는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의 기분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가을이 시작될 즈음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느껴지면 활발한 활동을 준비하고,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활동 계획을 구상하는 것이 좋다.

또한 햇빛을 많이 쬐면 도움이 되므로 야외 활동과 운동으로 신체적 건강함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춥다고 실내에서 웅크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 활동하는 시간을 늘리면 우울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김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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