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학생의 중국빈민가 탐방기

등록일: 2007년 08월 14일

▲ 자신의 세계로 돌아오니 이곳은 여전히 그토록 따뜻하고 편안했다. 그러나 마음은 평정을 찾을 수 없었다. 오늘 내가 본 일체는 나 개인의 기억에서 남을 뿐 아니라 수많은 네티즌들들도 볼 수 있게 남기고 싶다.
ⓒ 인터넷 이미지
[대기원] 여름방학이 됐다. 오늘 역에서 친구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곳은 사람들로 야단법석이었다. 수천 만의 낯선 사람들이 신기하게도 이곳에 모였다 자기 길을 찾아간다.

친구를 보내고 나와 친구는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거기 여학생.” 두려움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 우리를 불렀다. 내가 고개를 돌려 보니 한 할머니가 내 손에 들고 있는 음료수캔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 손에 들고 있는 주머니를 보고서 대번에 알아차렸다.

음료수는 아직 절반이나 넘게 남았는데도 할머니는 계속 내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려는듯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안타까와 하며 빨대로 음료수를 힘껏 빨았다.

음료수캔을 할머니에게 건넨 후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나는 할머니를 도와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질’ 덕분에 나는 재빨리 주머니 한가득 음료수캔을 채웠고 할머니에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사람들 옆에서 쓰레기 버리기를 기다리는’ 이 할머니는 우리나라 사정을 잘모르것 같다. 그렇게 해서는 반나절을 기다려도 수확이 없을 것이다.

할머니는 오늘 큰 수확을 거뒀다. 폐품을 가득실은 바구니는 무거웠지만 할머니의 마음은 기뻐보였다. 할머니가 이토록 기뻐하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할머니가 들고 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나는 아예 할머니를 도와서 집에 가져다 주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에겐 아들 셋이 있는데 큰 아들의 도박빚과 막내 결혼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렇게 쓰레기를 줍는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듣자 나는 갑자기 손에 든 쓰레기봉투가 아주 무겁게 느껴졌다.

할머니가 사는 곳은 아주 멀고 편벽하며 낡은 곳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번화한 도시 속에 놀랍게도 이러한 곳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쓰레기로 가득한 이 작은 골목을 지나는데 비록 1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반세기 전으로 되돌아 간 듯 했다.

끝내 할머니가 살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 작은 골목은 집집마다 수많은 종류의 쓰레기들로 둘러 쌓여 있었다. 영화 ‘쿵푸허슬’에 나오는 돼지우리 요새도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곳 주민들은 보편적으로 부뚜막을 사용했고 연료는 석탄 부스러기를 제외하고도 주워온 나무조각과 일부 가연성 재료들이다.

아주머니는 나를 집으로 열정적으로 초대했다. 아주머니에 따르면 이곳에서 그녀가 가장 부자라고 한다. 온 방에 가득 찬 쓰레기와 순박한 이곳 사람들을 보며 나는 겉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가장 부유한 이 작은 집을 다시 한번 더 보기로 하자. 침대 밑 조차도 ‘재산’이 가득 쌓여 있었다. 내 생각엔 가장 인색한 구두쇠일지라도 집안 가득한 이러한 쓰레기를 보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것 같다.

한 집을 건너자 안에서 한창 쓰레기정리를 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 오늘의 수확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내 신분을 알고 나자 아주머니와 나의 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 졌다. 아주머니의 아들도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머니는 주어온 이런 쓰레기들을 돈으로 바꿔 소중한 아들의 비싼 등록금을 마련한다. 아주머니는 그래도 아주 생기있게 살고 있는데 그녀에겐 아들이 있었고 아들이 졸업하면 반드시 가족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대학생들의 취업률이 예전과 달리 아주 낮으며 별로 전망없다는 이야기를 차마 아주머니에겐 할 수 없었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 한 남자아이가 내 눈길을 끌었다. 그 아이는 이곳에 유일한 사내대장부다. 이 아이가 이곳에서 잘 자랄 수 있기를 바랐다.

아스팔트길, 대리석으로 깔아놓은 도로, 고층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시, 분수대를 보는데 습관이 되어있던 내가 오늘 쓰레기로 둘러싸인 골목을 걷고 있노라니 정말로 감개무량했다.

우리가 와서 이곳의 고요함을 깼다. 이 열정적인 아주머니들은 우리의 비디오카메라를 보고 우리를 데리고 한 주민을 방문하러 갔다.

칠흑같은 작은 집 문어귀에서 나는 이곳에서 연세가 가장 많은 분을 만났다. 나는 이 할머니를 보고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곳에 모든 사람들처럼 이 할머니도 유유히 문을 짚고 일어나 나를 환영했다. 이 할머니는 등이 휘어 머리를 들지 못하신다.

올해 80세인 이 할머니의 한 아들은 불구자고 한 아들은 결혼 후 그들을 버리고 떠났다고 한다. 불구자인 아들은 현재 장애인차에 앉아서 돈을 벌고 있으며 할머니는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많고 사지가 불편했기에 인근 쓰레기더미에서 비닐주머니 같은 쓰레기를 모으고 계셨다. 그래봐야 한 달에 몇 십 위안밖에 벌지 못했다. 할머니는 또 페기종을 앓고 있었는데 돈이 없어 치료할 수 없었으며 하루하루 버티고만 계신다고 한다.

이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더는 있을 수 없어 떠나고 싶어졌다. 나는 떠나기전에 어머니가 나에게 준 용돈을 할머니에게 드렸다. 지금까지도 할머니의 모습이 나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떠나기 전 다시 골목을 바라보았다. 이 골목은 외부와 연결되어 있지만 외부와의 깊은 골은 너무나 깊고 깊다.

거리에 나가자 눈부신 광경이 펼쳐졌다. 여기저기서 번쩍이는 네온사인으로 장식된 도시는 마치도 온 몸에 금은보석을 지닌 귀부녀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여기에 도취돼 늘 고급백화점이나 점포들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나에겐 더이상 이러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는 묻고 싶다. 우리가 이렇게 번화한 도시생활에 젖어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도시를 먹여 살리기 위해 고생을 하고 있는가?


빈곤과 낙후, 고통과 시련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은 바로 우리들의 잊혀진 구석에 도사리고 있다. 오직 당신이 마음만 있다면 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에 우리는 또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출처/ zyz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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