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by 박노해 좋은 글 2006. 12. 31. 21:41

하늘
박노해 詩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
나의 하늘이다.

두달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
감옥소에 집어 넌다는 경찰관님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죄인을 만들수도 살릴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무서운 하늘이다.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

높은 사람, 힘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
모두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대대로 바닥만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
이제 막 아장아장 걸음마 시작하는
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겠지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짖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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