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인이 사들인 명품이 세계 판매량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명품시장 연구기관인 재부품질연구원(財富品質研究院)이 지난 14일 발표한 ‘중국 명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인이 중국과 해외에서 구매한 명품 구매 총액은 1020억 달러(108조 원)로 전 세계 판매량의 47%에 달한다. 그 중 중국 현지 구매량은 280억 달러, 해외 구매는 740억 달러였다.

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대량 구매로 명품 시장에서 개성이 사라지고 제조업체가 규모를 키우는 계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명품협회(WLA)의 2월 21일 통계자료에 따르면, 1월 한 달 간 중국인이 해외에서 명품 구매에 쓴 돈은 85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1%는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 등 유럽에서 소비가 이뤄졌으며 이는 유럽 전체 소비 총액의 60%를 넘어서는 수치다. 23%는 홍콩, 마카오, 타이완에서 소비가 이뤄졌으며 중국 국내 소비는 지난해 동기 대비 53%가 감소한 8억 3000만 달러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HSBC은행 명품소비 애널리스트 런쥔원(任俊文)은 중국인이 형성항 홍콩 명품 시장이 장기적으로 홍콩의 GDP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올해 중국의 명품 소비는 지난해 동기 대비 20% 상승할 것이라 예측했다.

11월 초 세계 최대 정보컨설팅 업체 루더핀(ruder finn)과 세계 3위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는 연합 조사 보고서 ‘2014 중국 명품 보고서’를 통해, 중국 소비자의 성숙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정 브랜드 구매에서 벗어나 수준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소비자의 92%가 중국 국내 판매원들이 제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서비스 태도가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해외 구매를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주로 유럽에서 시계와 주류를 구매하고, 홍콩에서 보석과 가죽 핸드백 및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은 부패의 상징

중국 브랜드 전략 협회 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명품 소비군은 외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중국은 남성 위주로, 주로 사업가과 유명 연예인, 관료들이 주를 이뤘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공산당 간부들의 부패 스캔들에 명품이 관련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중국 언론에는 부패 공무원과 간부들이 명품을 대거 사들였다거나, 고위 관료의 정부(情婦)가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시진핑과 리커창은 집권 이후 공직 사회 부패 척결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명품 소비족들은 기존에 선호하던 명품 대신 소량 제작된 다른 명품을 구매하는 등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이 세계 명품 소비를 선도하는 것은 중국인이 정말 부유하다는 것을 의미할까? 지난 해 12월, 중국 서남 재정대학교의 중국 가정 금융 조사 보고에 따르면, 2012년 중국 가정의 지니계수는 0.61로 빈부격차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도시 주민 1인당 평균 수입이 가장 높은 상하이에서도 3만 6230위안(약 630만 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