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감기약, 이번에 또 먹는다고?

오래된 약 못 버리는 가정 많아
항생제 등 유통기간 지나면 위험

하루 이틀 유효기간이 지난 우유는 바로 버리면서도, 오래된 약은 바로 버리지 못하고 묵혀두는 집들이 많다. 갑자기 아플 때를 위해 비상용으로 남겨 두고픈 심리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그러나 약국에 전용 수거함을 설치,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약을 수거해 이를 제약사가 거둬들여 폐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칫하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됐다고 해서 모든 약이 갑자기 약성(藥性)이 확 달라지거나 식품처럼 부패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약대 예방약학과 신완균 교수는 “약의 효능이 떨어지고 오용의 소지가 있으므로 정부가 폐기 처분을 권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흔히 사용하는 몇 가지 약들은 실제로 독성을 갖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약이 협심증 환자가 쓰는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혀 밑에 넣고 흡수시키는 약)이다. 이대목동병원 약제과 이은경 과장은 “이 약은 휘발성이 강하고 온도나 습도, 햇빛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쉽게 변질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생제들도 유효기간에 주의해야 한다. 테트라사이클린 계통의 항생제는 오래되면 신장에 부담을 주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시럽 형태는 유효기간을 넘기면 공기 중의 균이 들어가 오염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 과장은 “냉장보관인 항생제 시럽은 조제 후 1주일, 상온 보관인 것은 2주 지나면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 설사에 주로 처방하는 페디라와 같은 전해질 보급제도 개봉 후 하루가 지나면 버려야 한다. 당이 풍부한 전해질은 세균이 번식하기에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잘못 먹을 경우 설사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처방을 받아 조제한 감기약을 보관했다가 다음 번에 또 감기를 앓으면 다시 복용할 때가 많다. 그나마 약 봉투에 코 감기나 목 감기 등 구체적인 증상 표시를 해 두는 것은 좀 나은 편에 속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조영규 교수는 “증상이 유사하더라도 의심되는 균종에 따라 다른 항생제가 처방되기도 하므로, 환자들이 감기라고 해서 덮어놓고 예전에 먹었던 약을 다시 먹는 것은 항생제 내성만 키우는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