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치 : 전북 군산시 대명동 일원

군산과 익산(과거의 이리)을 잇는 철길, 호남선의 지선인 군산선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 3월 6일 호남선 강경-이리 구간과 동시에 개통됐다. 군산역 건물은 그때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의 전통적 목조 양식에 따라 직사각형 형태의 단층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애초의 건물은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사라졌다. 1960년 재건축되었고 여러 차례의 개보수와 외관 개조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군산과 익산을 이어주는 군산선 철길의 길이는 군산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23.1km이다. 중간에 개정, 대야, 임피, 오산역이 있다. 이 가운데 임피역은 1936년 건립됐으며 2005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군산역의 첫차는 오전 7시 20분에 출발하며 이 열차는 익산을 거쳐 전라선 구간에 올라 전주까지 달려간다. 군산역의 막차는 오후 10시 25분에 출발하며 익산까지만 운행된다. 이렇게 군산선 열차는 군산-익산-전주 구간을 하루 8회 정도 왕복 운행되고 있다. 편도 요금은 1천4백원이다.

3량으로 편성된 군산선의 첫차는 근로자들의 통근열차이자 학생들의 통학열차이다. 낮 시간대에는 노인이나 주부들과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익산에 가서 KTX로 갈아타고 수도권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1,300~1,400명 선이고 연간으로 계산하면 22만~23만명 수준이다. 군산선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태평양 전쟁 시기인 1943년으로 연간 60만명을 넘었다. 지금처럼 이용객 숫자가 급감한 것은 군산-익산 간 시외버스가 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탓이다. 기차 요금이 버스 요금의 절반 수준인데도 열차 이용자가 적은 것은 비단 군산선만의 사정은 아니다.

군산역사 앞 광장은 새벽이면 시장으로 변신한다. 추석과 설날만 쉬고 1년 내내 펼쳐지는 장이다. 익산을 출발한 첫 기차가 군산역에 닿는 시각은 오전 6시 50분. 할머니들은 각자 집에서 농사지은 채소를 역 앞 광장에 풀어놓는다. 이 반짝시장은 일명 새벽시장, 도깨비시장, 군산역시장으로 불린다. 할머니들의 물건은 오전 8시를 지나면 거의 다 팔려나가고 파장 분위기로 넘어간다. 약간의 돈을 손에 쥔 할머니들은 이것저것 생필품을 역 앞 상설시장에서 장만하고 오전 9시에 익산으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군산 내항 풍경<출처:여행작가 유연태>

낮 시간대에는 군산시내를 만나보려는 일반여행객들이나 선유도행 배를 타려는 단체여행객들이 군산역에서 빠져나온다. 역 앞에는 택시가 줄지어 서있고 시내버스가 수시로 정차해서 열차 이용객들을 군산시내 이곳저곳으로 실어 나른다. 군산역을 기점으로 찾아가볼만한 여행지로는 금강철새조망대, 채만식문학관, 월명공원과 해망동, 은파유원지, 동국사와 은적사, 구 세관이나 히로쓰가옥 등 일제시대의 모습이 남은 옛날 건물 등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군산역은 2007년 12월 20일 군산선 철길이 장항선과 이어지면 자신의 책무를 내흥동에 들어서는 군산신역에게 넘겨주게 된다. 군산선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는 것이다. 대야역과 개정역 중간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군산선 철길은 군산신역과 금강하구둑을 지나 장항선 열차의 종착역인 장항역과 하나로 이어진다. 그 길이는 17.1km이다. 이렇게 되면 군산 지방 사람들의 서울 나들이는 익산역에서 호남선으로 갈아타는 방법 외에 장항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추가돼 한결 편리해진다. 금강하구둑의 바다 쪽으로 부설된 철길은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찻길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군산역 관계자는 ‘앞으로 장항선 열차 종착역은 장항이 아니라 익산역으로 변하고 군산선이라는 이름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대신 대야역과 지금의 군산역을 잇는 철길 명칭은 군산화물선으로 바뀔 것이다’라고 말한다.

한편 군산역은 옥구역과 군산공항을 잇는 옥구선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이 선로는 2000년까지만 해도 매일 1회씩은 화물을 실은 기차가 운행됐으나 지금은 1년에 1번 정도쯤 기차가 지나다닐까 말까 한다.

군산역에서 금강하구둑 방면으로 가면 채만식문학관을 만난다. 소설가 채만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백릉이라는 호를 가진 채만식은 1902년 군산시 임피면 읍내리에서 출생했다. 임피보통학교, 서울 중앙고보를 졸업했고 일본 와세다대학 부속 제일고등학원 문과를 중퇴했으며 1924년 단편 ‘세길로’가 이광수에 의해 조선문단에 추천되면서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대표작으로는 단편 ‘레디메이드’, 중편 ‘정거장 근처’, 장편 ‘탁류’가 있다.
채만식 문학관<출처:여행작가 유연태>

채만식은 소설 ‘탁류’를 통해 식민지 시대에 궁핍하게 살아가는 조선 사람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같은 이미지의 흔적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즘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군산시 여기저기에 고스란히 남아있어 여행객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만든다.

채만식문학관 1층 전시실 안쪽. 밀납인형으로 재현된 소설가는 양복 차림을 한 채 뒷문으로 바다가 보이고 3단 책장 하나가 놓인 작은 방 안에서 펜에 잉크를 찍어가며, 파지를 방바닥 여기저기로 내던지면서 원고를 집필하고 있다. ‘탁류’의 탈고를 눈앞에 두고 있는 순간인지 모르겠다. 2층으로 올라가면 소설가의 사진 여러 장이 전시돼있고 금강 하류와 금강하구둑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강하구둑 사거리를 지나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금강철새조망대(군산시 성산면)에 닿는다. 천수만, 해남 고천암호, 창녕 우포늪 등과 더불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금강변에 세워진 이 조망대는 금강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들을 관찰하면서 철새의 생태를 자세하게 배울 수 있는 학습장소이다. 1층은 조류의 진화과정과 철새들의 장거리 비행원리 등을 학습할 수 있는 상설전시실과 영상관, 2층은 동물표본실과 수족관, 9층은 곤충디오라마관, 10층은 회전레스토랑, 11층은 조망대로 꾸며졌다. 야외에는 철새신체탐험관, 금강조류공원, 식물생태관, 부화체험장 등의 시설이 들어서있다. 군산나들목에서 철새조망대까지의 거리는 약 6.5km, 금강하구둑에서의 거리는 약 1km이다. 금강철새조망대의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 5백원이다.
금강철새조망대 야경<출처:군산시청 제공>은파유원지 야경<출처:군산시청 제공>

월명공원은 서울의 남산공원처럼 군산의 상징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사방으로 군산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다. 해망굴 옆 희천사 입구에 차를 대고 1백14개의 계단을 오르면서 월명공원 산책이 시작된다. 수시탑이나 전망대에서는 군산 앞바다를 오가는 작은 어선과 대형 선박들, 금강 건너편의 장항 일대가 시원스레 내려다보이고 바다조각공원에 가면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저녁 무렵이면 낙조 감상도 즐기도록 한다.

조각공원에서 조금 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채만식선생문학비와 조우한다. 비문에는 그의 일대기가 소상히 적혀있다. 봉수대 터가 있는 정방산 정상에 오르면 금강과 서해바다의 장관을 다시금 감상하게 된다. 본래 월명공원은 봄철 경관이 멋진 곳. 4월이면 동백꽃과 개나리, 진달래가 앞다퉈 피고 5월이면 왕벚꽃과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월명공원 아래의 월명동에 가면 아직도 남은 일본 집들을 보게 된다. 국가지정등록문화재 제83호인 구 히로쓰가옥이 대표적이다. 문이 닫혀 있어 내부는 볼 수 없지만 지붕의 선들은 한국식이 아니다. 또 내항의 백년광장으로 가면 구 조선은행 사옥과 구 세관 건물 같은 일제시대 건물도 보게 된다.

군산시내에는 특이한 철길이 하나 있다. 이름은 페이퍼코리아선. 1944년 4월 4일 개통된 철길이다. 군산시 조촌동에 소재한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사의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군산역과 페이퍼코리아 공장 사이에 철로가 놓였다. 총 연장 거리는 2.5km 밖에 안 된다. 이 가운데 낡고 오래 된 살림집들 사이를 통과하는 구간은 경암사거리에서부터 군산경찰서와 구암초등학교를 지나 원스톱주유소에 이르기까지 1.1km 정도이다. 이 구간이 디카족들의 출사 대상지로 각광받고 있다. 위태로운 철도 운행 장면을 사진에 담고자 매일매일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페이퍼코리아철길<출처:여행작가 유연태>

군산역을 출발, 제지회사로 들어가는 기차는 대개 오전 8시30분~오전 9시30분 사이에 이 구간을 통과하고 되돌아나오는 기차가 통과하는 시간은 오전 10시30분~12시 사이이다. 기차가 경암동사거리에서 원스톱주유소까지 지나는 동안 기관차 맨 앞에 올라탄 세 명의 역무원은 매우 바쁘다. 호루라기 불고, 고함을 쳐가며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다.

군산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는 은파저수지에 조성된 은파유원지이다. 저수지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고 카페와 맛집들이 늘어서있는가 하면 오리보트를 탈 수도 있는 곳이다. 이곳 저수지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표시돼있는 역사를 자랑한다. 순환도로의 거리는 총 6km. 예비 신혼부부들은 이곳을 찾아와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한다.

1960, 70년대의 풍경을 만나보고 싶다면 해망동을 산책해본다. 군산내항사거리, 수산물종합센터를 지나 첫 번째 신호등에서 좌회전, 공영주차장에 차를 댄 뒤 해망동 골목 탐험을 시작한다. 부두노동자들이 모여 살던 해망동은 군산 내항이 그 기능을 잃으며 함께 쇠락했다.‘아트 인 시티 2006’이라는 공공미술사업이 펼쳐지고 나서야 기운을 잃었던 동네는 다소 활력을 되찾았고 바람개비며 벽화 등을 보려는 디카족들의 발길이 늘어났다. 해망굴 입구의 ‘영자미장원’ 같은 낡고 오래 된 간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도저히 빠져나가지 못할 것만 같은 미로,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부족할 비좁은 골목길, 사람사는 모습이 사라져버린 폐가, 연속으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해망굴<출처:여행작가 유연태>해망동 풍경<출처:여행작가 유연태>

그러다 문득 뒤돌아보면 낮은 지붕들 뒤로 바다가 보이고 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계속해서 언덕길을 오르면 월명공원의 산책길에 닿는다. 해망동 골목길이 그나마 삭막하지 않은 것은 군데군데 페인트로 씌여진 몇 편의 시편들 때문이다. ‘금난초 해망마을’, ‘해망동에 듣는다’, ‘그때를 아시나요’, ‘도선장 불빛 아래’, ‘해망동’ 등등의 제목을 가진 시들은 무너져내릴 듯한 담벼락에, 녹슨 보일러에, 옥상 울타리에 자유롭게 자리를 틀고 앉아 여행객들에게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