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로 지정된 아담한 구둔역사<출처:여행작가 이동미>
위 치 : 경기 양평군 지제면 일신1리 일원

양평시내에서 15km, 용문산 관광지에서 12km, 고불고불 산길을 가노라면 언덕배기 외딴 산골에 거짓말처럼 기차역이 있다. 양평 구둔역이다. 하루 24시간 90여대의 기차가 구둔역에 들어오지만 모두 통과열차다. 청량리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세 번 설 뿐이다.

수리봉(400m)과 고래산(542m) 자락에 둘러싸인 구둔 마을은 임진왜란 때 9개의 진지가 구축됐다고 해서 구둔(九屯)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군사적 전략 요충지였던 이곳 구둔역은 10년 전 까지만 해도 제법 북적이는 역이였다. 용문산 일대에서 약초와 취나물, 두릅을 뜯어 6시 기차를 타고 경동시장으로 팔러나가는 노인들이 새벽부터 구둔 역사를 찾았었다. 양평에 장이 서는 날이면 장보러 가는 주민들과 기차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젊은이들은 떠나고 마을에는 자가용이 늘어가면서 1996년부터는 기차표를 팔지 않는 간이역이 되었다. 구둔역은 현재 ‘등록문화재 제296호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기도 하다. 한국철도공사 소속이지만 2010년 덕소~원주 간 중앙선 복선화 공사가 완료되면 구둔역 철길은 통과열차도 다니지 않는 폐선이 되고 구둔역은 문화재청으로 소속이 바뀌게 된다. 그래서 구둔역을 돌아보는 눈길은 더욱 애틋해진다. 아담한 역사와 정감 있는 화단, 금붕어가 노니는 미니 연못과 오물오물 풀줄기를 씹는 토끼장의 토끼는 매일매일 누군가를 기다린다. 들고나는 사람은 적지만 따뜻한 온기 가득한 간이역이다.
고즈넉한 구둔역과 철길<출처:여행작가 이동미>

양평 구둔역을 돌아보고 나면 왠지 막걸리 한 모금 마시고 싶어진다. 구둔역 인근에는 맛좋은 술도가가 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인 1925년에 문을 연 양평군 지제면의 지평막걸리는 막걸리 하나로 100년을 버텨온 술도가다. 60~70년대에는 막걸리의 위세가 대단했지만 80년대 후반부터 소주와 맥주에 밀려 전국 2천5백 개나 되는 술도가의 70%가 문을 닫았다.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지평막걸리의 힘은 ‘맛’이다. 뽀얗고 누릿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은 한번 맛보면 못 빠져나오게 된다. 얼마 전 드라마 ‘술의 나라’배경이 되면서 잠시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옛 방식으로 막걸리를 빚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세월에 그을린 2층짜리 함석지붕의 건물도 80년이 넘었지만 건물도 술맛도 예전 그대로다.

용문면 연수1리 보릿고개마을 또한 옛날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경기도에서 지정한 10곳의 슬로우 푸드 마을 중 한 곳으로‘보릿고개’는 가난을 상징한다. 지난해 거둔 곡식은 떨어지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 배를 굶주리는 춘궁기(春窮期)를 말하는 것이니 이때 허기를 달래주던 음식들은 쑥개떡, 보리개떡, 호박밥, 보리밥 등이었다. 보릿고개 마을에 가면 보리개떡을 만들어 먹어볼 수 있다. 예전과 달리 호박 넣어 노란색, 쑥을 넣어 녹색으로 멋도 부리지만 기름기 없는 담백한 건강식 열풍과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돌이키려는 어른들의 발길이 잦다.

보릿고개마을의 누렇게 익은 보리
<출처: 여행작가 이동미>
두물머리의 전경
<출처:여행작가 이동미>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양평의 놓칠 수 없는 명소다. 330도로 펼쳐지는 물줄기가 시원하며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는 두물머리의 운치를 더해진다. 두물머리는 원래 나루터가 있던 자리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나루터 자리임을 알려주는 황포돛배만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두물머리 맞은편에는 홍련, 수련 등 연꽃이 만발한 세미원(洗美苑)이 있다. ‘장자(莊子)’의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씻고, 꽃을 보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이라는 말에서 따왔다. 물이 흐르는 빨래판 위를 걸으며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용두당간 분수, 장독대 분수, 세진대, 유상곡수 등은 과학과 자연의 이치를 승화시킨 볼거리다. 연못마다 가득한 연과 부들, 창포는 아름답고, 한강에서 끌어올린 물은 세미원을 지나며 살아 숨쉬는 맑은 물로 거듭난다. 연꽃이 만발한 여름철이면 더욱 장관이지만 연꽃이 진다해도 시든 줄기와 자취가 미적이다. 더불어 실내 온실 ‘석창원’에서는 연중 어느 때 라도 꽃 감상을 할 수 있다. 세미원 관람시간은 3~11월이 09:00~18:00, 12월~02월 09:00~16:00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또한 세미원 홈페이지의 예약을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다.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
<출처:여행작가 이동미>
경기도 민물고기 연구소 내부
<출처:여행작가 이동미>

양평군 용문면 광탄리에는 경기도 민물고기 연구소가 있다. 우리나라 냇가에 살고 있는 토종어종을 보호하고 번식하며 양식기술 개발에 힘쓰는 곳으로 생태학습관에서 철갑상어, 황쏘가리, 쉬리 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희귀 민물고기 60여 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어름치, 열목어 등을 만날 수 있다. 체험전시실에는 민물고기 화석, 박제, 낚시체험, 가상수족관 등 23개의 체험코너와 영상학습실을 갖추고 있으며 야외에는 터치학습장이 있어 직접 물고기를 잡아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용문사 대웅전<출처:여행작가 이동미>

용문산 자락에 자리한 용문사는 대일주문을 지나 사찰까지 이어지는 울창한 송림과 돌돌돌 흐르는 계곡물이 도심의 걱정과 먼지를 씻어준다. 이른 새벽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오르기를 권한다. 통나무로 지어진 찻집도 좋지만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천연기념물 30호의 은행나무는 철마다 보고 싶은 용문사의 상징이다.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꽂아놓은 지팡이가 자랐다고 한다. 60m의 키에 천백 살을 바라보는 용문사은행나무는 아직도 10가마 이상의 은행을 맺는다. 반경 3km이내에 용각바위, 마당바위, 정지국사 부도 등이 있어 가벼운 산행을 해 볼 만 하다. 해발 1,064km의 용문사 중턱에 있는 상원암까지 다녀오는데 1시간이면 된다. 용문산과 더불어 산음자연 휴양림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제격이다.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서어나무, 층층나무 등 울창한 숲 속 통나무집에서 잠을 자면 도심 속 찌든 몸이 개운해진다. 입장료 어른 1,000원 중고생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 소형 3,000원, 대형 5,000원
연밭의 연잎정식
<출처:여행작가 이동미>
용문산 중앙식당의 산채정식
<출처:여행작가 이동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