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퇴근·보디가드·가사도우미에서 은행 심부름까지 개인 비서 역할
    강남 중심으로 수도권에만 고급 승용차 3000~4000대, 1회 기본 1만원
    <이 기사는 weekly chosun 197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황성혜 기자
  • “당신을 공주같이 모시겠습니다” “25시간 대한민국 어디라도 달려갑니다” “출발 15분 전에 전화주세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영업용 차량이 아닌 자가용으로 불법영업을 하는 ‘콜(Call)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일종의 콜택시 개념이다. 차량은 주로 3000cc 이상의 대형 세단으로, 수입차도 있다. 주요 고객은 룸살롱 같은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주로 출퇴근용 차량으로 이용된다. 한데 이 서비스는 차량 이동뿐 아니라 은행 송금, 물건 교환과 수리 같은 온갖 심부름까지 제공한다. 때문에 콜서비스를 하는 차량이자 운전사를 칭하는 ‘콜’은 룸살롱 종사자 사이에서 개인 운전사이자 비서, 로드 매니저, 가사도우미, 보디가드 등 ‘만능해결사’로 통한다.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지만 서울과 그 인근 지역에만 최소 3000~4000대가 운행할 것이라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말이다.

    • 지난 10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서울 강남 일대에서 콜서비스를 하는 사람들과 룸살롱 종사자들을 만나 콜서비스에 대해 듣고, 직접 콜서비스를 이용하며 현장 취재했다. 택시기사 출신으로, 6년째 콜로 일하고 있다는 30대 중반 남성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오늘처럼 룸살롱이 문을 닫는 일요일이나 월요일 오전엔 손님이 뜸하다. 그래도 지방에 가거나 친구 만나는 일로 콜을 부르는 손님이 있어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택시를 몰다가 친구 소개로 이 일을 시작한 지 6년쯤 됐다. 하루 손님이 25~30명이던 초창기엔 평균 한 달에 400만원씩 벌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 손님이 15명이 안 될 때도 많다. 차량 렌털비, 기름값과 휴대폰 비용을 제하면 한 달에 300만원 벌기도 쉽지 않다.

      콜이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콜들 간 경쟁도 심해졌다. 우리끼리 “논현동, 역삼동, 신사동 일대에서 움직이는 콜 차량만 3000대는 될 것”이라고 한다.
      요금은 ‘집에서 미장원’ ‘미장원에서 가게’처럼 한 번 차량을 이용할 때마다 1만원이다. 강남 안에서 이동할 경우다. ‘옥수동 집에서 논현동 가게’처럼 다리를 한 번 건널 경우엔 2만원으로 요금이 오른다. 하지만 요즘 같이 손님 한 명이 아쉬울 때엔, 만원짜리 달랑 한 장을 줘도 싫은 내색 않고 받는다.

      예전엔 2만~3만원을 얹어주는 ‘사이즈 큰(씀씀이가 큰)’ 손님을 하루에 두세 명씩 만났다. 한데 요즘은 그런 손님을 만나기 힘들다. 교통 혼잡으로 복잡한 오후 출근 시간에만 우리를 부르고, 새벽 퇴근 시간 때엔 안 부르는 손님이 제일 얄밉다. 저녁엔 30분 운전해서 1만원을 벌지만, 새벽엔 5분 단위로 1만원을 벌 수 있어서다. 이런 얌체 손님이 다음번에 콜을 부르면 일부러 “좀 늦습니다” 하고 차를 늦게 보내준다.

      손님들이 타고 다니던 고급 외제 승용차를 팔고 우리 콜을 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속도다. 아무리 차가 막혀도 우리가 운전대를 잡으면 강남 안에서 어디든 15~20분 안에 주파한다. 강남의 골목길을 다 꿰고 있어서다. 일을 시작한 뒤 3~4개월은 길을 익히느라 고생했는데 지금은 작은 규모의 빌라나 미용실, 사우나, 렌털숍(옷 빌려주는 숍)의 위치까지 다 안다. 우리끼리 ‘숨쉬는 내비게이터’라고 한다. 초짜들에겐 고참이 무전기나 휴대전화로 지름길을 알려준다.

      룸살롱 영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6~9시가 제일 정신없다. 이때는 술집 여성이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돈이다. 지름길을 찾아서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가야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고, 손님도 만족할 수 있다.

      오후엔 속도전으로 승부를 걸지만, 야밤이나 새벽엔 안심 귀가를 책임져야 한다. 술 마신 여성이 밤길을 다닌다는 게 어디 안전한가. ‘안심 귀가’를 자기 명함에 박아 다니며 “보디가드 역할을 한다”고 광고한 명함도 봤다. 손님 중엔 차량이 못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까지 바래다 달라고 부탁하는 이도 꽤 된다. 경찰들이 우스개로 “콜 덕분에 강남 일대의 밤길 사고가 줄어들었다”고 한다던데 그 말이 맞다.

      고객 입장에선 큰돈을 안 들이고 개인 비서를 쓰는 셈이다. 내 머릿속에 입력된 손님은 100명 정도로, 이 중 꾸준히 콜을 이용하는 사람은 60~70명쯤 된다.

      어디에 살고 어느 가게에서 일하는지, 다니는 미용실과 피부과가 어디인지를 아는 건 기본이다. 휴대전화엔 ‘은정, ○○빌라’ ‘○○미용’ 이런 식으로 이름 옆에 집, 미용실, 술집 이름을 메모해놓는다. 남들이 보면 암호 같겠지만 나는 척 보면 다 안다. 손님들은 그냥 “집이요” “미장원 가요” 그렇게만 말하면 된다. 보통 15분 내에 콜 차량이 도착하기 때문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을 필요도 없다.

      사실 우리 업종은 차량 운행 외에 심부름 서비스로 버는 게 더 짭짤하다. 한 번 움직일 때 1만원, 심부름을 하면 종류에 따라 1만~2만원이 추가된다. 밤새 일하고 낮에는 주로 자는 여성들은 관리비 입금이나 물건 교환 같은 걸 제때 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가 맡는 심부름은 주로 옷 수선이나 교환, 휴대전화 수리, 관리비 입금 같은 일이다. TV 수리도 해오고 애완견을 남에게 맡겨주기도 한다.

      나는 단골손님의 현금 2000만원을 은행에 송금하는 서비스도 해봤다. 송금증을 챙길 필요 없이 ‘상황 종료’라고 보고하면 된다. ‘콜에게 어떻게 그런 걸 맡기냐’는 사람도 있다던데, 우리가 남의 돈 2000만원을 갖고 튈 정도로 쫀쫀한 사람들은 아니다.

      음식 배달도 자주한다. “장충동 ○○○에서 족발 하나랑 막걸리 한 병 갖다주세요” “중간 정도로 익힌 스테이크 한 접시요” “○○○ 햄버거 3개와 다이어트 콜라 세 잔, 한 잔은 얼음 빼고”…. 시킬 수 있는 건 우리에게 다 시킨다. 생리대나 피임약, 담배를 사서 배달해본 적도 있다.

      한 번은 나보다 열댓 살 어려 보이는 사람한테 콘돔을 사다 준 적도 있다. ‘이런 일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싶었는데 ‘일인데 뭘’ 하고 참았다.

      1년 전부터 생겨난 심부름업체들 때문에 요즘은 심부름 손님도 줄었다. 콜택시 개념은 아니고 ‘무엇이든 사다 드린다’면서 구입가격에다 적게는 1000원, 많게는 몇천 원을 더 받는다고 한다. 우리보다 이용료가 싸니까 손님들이 자꾸 그 쪽을 찾는 것 같다.

      지난해 추석만 해도 “가게로 10만원 상품권 20장 사다 달라” 같은 주문이 많았는데 올해는 달랐다. 경기가 어려워진 건지, 심부름업체로 일을 빼앗긴 건지 모르겠다.
      누가 우리 일을 벤처나 같다고 하던데 맞는 말이다. 고객확보 전쟁을 벌이는 건 물론이고 한 번 연결된 손님은 놓치지 않기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한다. 사생활 비밀 같은 것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손님들의 동선을 알다 보니 언제 다니던 업소를 옮겼는지, 돈 많은 남자를 만나 언제 ‘들어앉았는지’ 같은 사생활을 본의 아니게 알게 된다. 이런 건 알아도 모르는 척하고 콜끼리도 가급적 입에 담지 않는다.

      모두가 인맥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어서 한 번 맺은 신뢰가 깨지면 금방 소문이 쫙 퍼진다. 지난해인가 호스트바에서 외상을 했던 한 술집 여성의 집 주소가, 콜을 통해 새어나간 적이 있었다. 주소를 누설한 콜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일하던 팀도 곧바로 해체됐다고 한다.

      고객 중엔 룸살롱 종사자뿐 아니라 호스트바의 ‘선수들(남성 도우미)’, 술집 고객이나 일반인도 있다. 아주 드물지만 연예인도 봤다. 하지만 90% 이상은 술집 업소에 나가는 여성들이다. 그 중 4~5년씩 알고 지낸 단골손님과는 가족 같이 지낸다.

      작은 심부름에서부터 손님의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까지 부탁 받는다. 지갑을 놓고 온 손님에겐 우리가 돈을 꿔줄 때도 있다. 며칠 전엔 한 ‘대마(룸살롱의 대표 마담)’가 “좋은 아가씨 좀 알아봐 달라”고도 했다.

      고객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시중에 나온 좋은 노래를 골라 CD로 구워서 선물했더니 손님들 반응이 좋았다. 비 오는 날이면 미용실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얼른 달려가 우산도 받쳐준다. 민망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다들 좋아하는 기색이다.
      한 번은 무섭다고 연립주택의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다 달라는 손님이 있었는데, 나중에 그걸 기억하고 그대로 해줬더니 감동하더라. 결국 단골 고객이 됐다. 내 경우는 ‘아무개는 난폭 운전을 싫어한다’ ‘누구한텐 말을 걸지 말아야 한다’ 같은 사항도 챙긴다.

      하루 종일 남의 시중을 드는 일을 하기 때문인지 룸살롱에 나가는 여성들은 대접해주고 받들어주는 걸 제일 좋아한다. 희한한 게 내가 마음을 담아 하면, 그걸 손님이 아는 것 같다.

      간혹 막말을 하면서 술주정을 하거나 자기 스트레스를 우리에게 푸는 ‘까칠한’ 손님도 있다. 하지만 나이 어린 여성들의 비위를 맞춘다고 기분 나빠할 것도 아니다. 처음엔 감정 조절이 잘 안 됐는데 이젠 ‘먹고살기 어려운 건 서로 마찬가지인데’ 하고 만다. 그들이 돈 벌기 위해 일하듯이 우리도 일하면 될 뿐이다.

      콜들 사이에서 꼭 지켜야 할 철칙이 있다. ‘더럽고 치사해도 일단 참아라’ ‘술집에 나간다고 절대 무시하지 말라’ ‘술집 언니와 눈 맞으면 안 된다’ ‘돈 문제를 잘못 했다가는 시장에서 매장된다’ 같은 것들이다. (주변에서 콜로 일하다가 술집 여성과 결혼한 경우를 보긴 했다.)

      우리 일은 철저히 ‘사람 장사’다. 호출을 많이 받는 사람이 대장이 되고, 손님이 떨어지면 같이 일할 팀을 못 구한다. 그렇다고 손님을 확보하려고 길바닥에서 명함을 돌릴 수도 없다. 대개 새로 문을 연 룸살롱 사장에게 인사를 가서 소개를 받기도 한다.

      우리 일처럼 경기를 타는 것도 없다. 인터넷 벤처인가, 그런 것들이 잘 되던 때 돈벌이가 최고였던 것 같다. 사람들은 하루 더 쉬게 되어서 좋은가 본데 우리는 ‘주5일제’ 같은 게 정말 싫다. 그것 시작된 뒤 손님이 확 줄었다. 예약을 받고 주말 영업하는 술집도 간혹 있지만 드물다.

      누가 새벽 3~4시부터 아침 8~9시까지 호스트바에서 논다고 하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콜 입장에선 그렇게 해서라도 불러주는 손님이 있으면 고마울 뿐이다.

      요즘 같이 어려운 때엔 일할 맛이 안 나지만 그래도 한 달에 300만원을 어디 가서 벌겠나. 그렇다고 오래 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다. 대개의 콜은 20대 중반에서 30대층이다. 간혹 택시를 몰다가 온 40~50대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이 딸 같은 여성들을 위해 심부름하는 걸 보면 안쓰럽다.

      콜서비스에 대해 경찰이 단속을 나온 적이 있다고 하지만 이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돈을 주고받는 현장을 들킬 일도 별로 없고, 만약 들켜도 개인 운전사라고 하면 그만이다. 내 친구 중엔 뺑소니 차량을 잡아주고 경찰에 가서 칭찬 받은 사람도 있다. 불법영업 단속보다는 교통신호나 주정차 위반으로 과태료 내는 게 솔직히 더 신경쓰인다. 경찰이 따라오면 골목으로 도망치거나 만약 잡히면 “대리운전하는데 한 번만 봐 달라”고 부탁한다.

      잠자는 시간을 빼곤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지내는 편이지만, 그 안에서도 세상 변화를 느낀다. 한순간 망해서 잠적하는 사람이 있고 팔자 고치고 잘살게 된 사람도 있다. 손님이랑 얘기를 하다 보면 가엾어서 로또 당첨되면 빚을 갚아주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이 일을 때려치우고 싶게 하는 사람도 있다.

      가을이 와서 그나마 숨통이 좀 트인다. 원래 술집 영업은 찬바람이 불어야 잘되는 법이다. 시장에 돈이 잘 돌아서 술집 영업도 잘되고, 그래서 우리도 돈벌이가 좀 나아지면 좋겠다.

    • 한 콜차량 내부에 고객을 위해 준비된 담배와 사탕, 손거울.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 [콜서비스의 시작, 그리고 조직] 6~7년 전부터 성업… 부산·안산으로도 진출

      자가용의 콜택시 불법영업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년 전쯤으로, 벤처 붐이 일던 2000년 초반에 부쩍 늘어났다. 서울 강남의 유흥가로 돈이 몰리던 때다. 강남 지역뿐 아니라 경기도 안산, 부산 유흥가 일대에도 성업 중이라고 한다. 추산하긴 어렵지만 현재 강남을 비롯해 서울과 인근 지역에서 움직이는 콜 차량이 3000~4000대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얘기다.

      콜서비스 조직은 손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연결해주는 ‘메인’이라는 책임자들과 그들의 호출을 받아 손님을 모시러 다니는 ‘오버’들로 구성된다. 호출을 무전기로 오버들에게 알려주는 걸 ‘새끼 친다’ ‘호출 내린다’고 표현한다. 오버들은 일주일에 한 사람당 3만~5만원 정도를 회비로 걷어서 메인에게 내거나 회식비로 쓴다.

      콜서비스는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하는 ‘주간반’과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일하는 ‘야간반’으로 나뉜다. 손님이 가장 많은 오후 6시부터 9시 사이엔 모두 근무한다. 주간반의 책임자가 받던 휴대폰을 야간반 책임자에게 맡긴다. 콜 요청을 받을 뿐 아니라 직접 운전도 하는 메인들은 무전기 한 대와 휴대전화 몇 대씩을 갖고 다닌다.

      대략 7~8명으로 구성되는 팀은 호출을 많이 받는 사람을 중심으로, 수시로 뭉치고 흩어진다. 이들의 불법영업에 대해 경찰 측은 “이용자의 피해 사례가 신고되지 않고 불법영업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콜서비스 이용해보니]
      전화 걸고 10분 지나자 체어맨 나타나 뒷좌석엔 갖가지 담배와 초콜릿까지

      지난 10월 8일 서울 논현초등학교 인근의 도장·명함가게에서 ‘○○○○콜’ ‘CALL CALL’ 이라고 쓴 명함을 몇 개 구했다. 그 중 한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기 논현초등학교 앞인데 콜 불러주세요.” “네.” 10분쯤 지난 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학교 근처인데 정확히 어디 계시죠? 차량번호 ○○○○입니다.” 잠시 뒤 검은색 체어맨 리무진 한 대를 발견했다.

      운전자는 조금 전 통화한 사람이 아니었다. “씨네시티 앞으로 가주세요.” 차량 뒤쪽에 있는 수납함 안에 담배가 브랜드별로 담겨 있었다. 사탕과 초콜릿, 껌이랑 손거울도 있었다. 도착지에 와서 1만원을 주고 내렸다.
      이번엔 다른 번호로 다시 콜을 불러봤다. 15분쯤 뒤에 하얀색 그랜저 한 대가 도착했다. “전화를 받으셨던 분이신가요?” “네, 동생들을 보내려다가 처음 뵙는 분이라 인사도 드릴 겸 제가 직접 나왔어요.”

      꼬불꼬불 골목길을 지나니 바로 목적지에 도달했다. “혹시 성함이…” “알려드려야 하나요?” “아니, 다음번에 이용하실 때 누구신지 알 수 있도록 하려고요.” 그는 심부름도 뭐든 할 수 있으니, 앞으로 자주 이용해달라고 했다.

      서울 강남의 논현초등학교 주변엔 바둑판 모양으로 곳곳에 미용실, 세탁소, 속옷 가게, 렌털숍이 늘어서 있다. 지난 10월 8일 오후 6시가 가까워지자 이곳엔 갑자기 눈에 띌 만큼 고급 승용차들이 많아졌다. 하얀색 승용차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 검은색이었고, 렌털한 ‘허’자 번호판을 다 차들이 유독 많았다. 바로 콜 서비스를 하는 차량들이다. 차량에서 내린 젊은 여성들이 미용실로 향했다. 간혹 승용차 운전사들은 서로 눈인사를 하면서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어 저녁 8시경이 되자 머리 손질을 끝낸 여성들이 하나 둘씩 미용실 밖으로 나왔고, 휴대폰으로 대화를 나눈 뒤 다시 새로운 차들에 올라탔다.
      지난 10월 7일 오후 4시경, 콜서비스를 하는 사람과 동행 취재할 때다.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 누님~.” “나 집이야. 한 대 불러줘.” “네~.”
      그는 이름만 확인한 뒤 무전기를 들고 “삼성동 ○○빌라”라고 말했다. 곧바로 차량 한 대로부터 신호가 왔다. 그는 콜을 요청한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차종과 번호를 말했다. 잠시 뒤, 무전기로 “압구정동에서 종료했습니다”라는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