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 넘치는 한 여자의 애틋한 로맨스

영화 ‘비커밍제인’


[아츠뉴스] 자신과 결혼하면 부귀영화 누릴 수 있다며 형식적인 청혼을 하는 차갑고 매력 없는 남자, 자유분방하고 오만하지만 항상 가슴을 뛰게 하는 멋진 남자.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과연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까.

지금의 여성들도 충분히 할 법한 이런 고민은 이 영화 속 주인공 18세기 작가 오스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은 딸 아내 어머니로서 의무를 다해 현모양처로 살아가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 글쓰기를 좋아하는 제인 앞에 법학을 공부하는 톰 리프로이가 나타난다. 그 둘은 서로의 자존심으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지만 제인의 가난한 가족들은 재산 많은 위즐리와의 결혼을 종용한다.

영화 ‘비커밍 제인’은 ‘오만과 편견’의 위대한 작가 제인 오스틴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다. 실제로 작가 오스틴의 편지에 따르면 그는 스무 살 때 톰 리프로이라는 남자를 만났고 사랑을 했지만 대부분의 편지가 태워져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영화는 극의 재미를 주기 위해 여기에 상상만으로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 영화는 때론 사랑이 중요하지만 현실에선 그게 전부가 아니며 사랑만으로 행복할 수는 없다는 진부한 명제를 알려주는 관습적인 멜로드라마이다. 제도, 관념, 금전에 의해 가로막힌 제인과 리프로이의 열정적인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결혼에만 목을 매고 ‘사랑타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관이 뚜렷한 한 여성의 힘겨운 삶의 감성에 테두리를 정하고 있어 관객들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또한 이 영화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현실에 다가가기 위해 애쓴다. 사랑에 대한 맹목적 환상에 빠지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소박한 일상 곳곳에 배어있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비커밍 제인>은 따뜻한 감성을 적시는 올 가을 관객들에게 잔잔하지만 오래 기억될 여운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