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고 원자는 다시 보다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었으며, 그 입자들은 다시 더 작은 미립자들로 쪼갤 수 있다. 입자 물리학과 이론 물리학이 나가 있는 최근 진도는 가장 강력한 입자 파쇄기를 통해 존재가 추정되는 궁극의 소립자가 에너지를 갖고 흔들리는 일종의 필라멘트 또는 끈(string) 같은 존재가 아닌가 보고 있다. 이러한 최신 이론은 우주를 10차원(초끈이론)이나 11차원(M이론)으로 보고 있다. 언제나 한 차원은 ‘시간time’ 의 몫이고 3차원은 ‘공간space’의 몫이다. 우리는 이 ‘시공간’ 4차원을 인식하고 그 속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데, 나머지 6차원이나 7차원은 무엇인가?

미치오 가쿠 (Michio Kaku)라는 이론물리학자는 그의 초공간(Hyperspace)이란 저서를

잉어들이 수련(睡蓮) 아래를 유유하게 헤엄치는 연못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좁은 연못에서 전 생애를 마친 잉어들은 ‘우주’가 뿌연 물과 수련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믿을 수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연못 바닥에서 먹이를 찾는 일에 허비했다면, 수면 너머에 어떤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사는 세계는 그들의 이해 한계를 벗어 나는 것이다. 잉어와 잉어를 바라보는 나는 불과 몇 센티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잉어들에게 그 몇 센티는 무한에 가까운 깊은 불가지(不可知)의 구렁텅이인 것이다. 서로 별개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그것들의 경계는 더할 수 없이 얇은 수면에 불과한 것이다.

어떤 잉어가 수련 바로 위에 또 다른 평행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할 경우, 잉어 세계에도 과학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그 잉어가 맛이 좀 갔다고 조롱할 수 있다. 잉어 과학자에게 실재하는 것은 그들이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뿐이다. 그들에게 연못을 넘어 선 세계는 과학적 의미가 없는 신화적 상상 공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 폭풍우가 불어 수면에 무수한 빗방울 포탄이 떨어지고 건들이지도 않은 수련이 혼자 이리 저리 움직인다면, 잉어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연못의 물은 우리의 공기나 우주공간처럼 잉어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 수련이 곤혹스러워 질 것이다. 비상한 천재 잉어 과학자가 태어나 수련들은 그것들 사이에 작용하는 어떤 신비하고 볼 수 없는 실체에 의해 건드리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다는 이론을 내어 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에 ‘무접촉 원거리 작용력’ 같은 고상하고 인상적인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내가 한 마리의 잉어를 뜰채로 건져 올리면 연못에 남아 있는 잉어들은 갑자기 사라진 동료 잉어의 실종을 어떻게 볼 것인가? 내가 서 있는 지점 근처의 수면에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이름을 붙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그 잉어를 얼마 있다 다시 연못에 돌려 보내면, 잉어들의 눈에는 기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 잉어는 일약 ‘유명 잉어’가 되어 매스컴의 집중 취재 대상이 될 것이다. 돌아 온 잉어는 갑자기 눈 부신 빛의 세계로 들어 올려져 그곳에서 조우한 온갖 이상한 물체와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개미가 인간의 손가락을 공포의 다섯 기둥으로 보았듯, 잉어는 지느러미 없이 움직이는 인간의 괴이한 모습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 놓을 것이다. 우리는 이 우주(우리가 인식하는 우주가 아니라 존재하는 우주)에서 그 개미나 잉어와 같은 존재는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보고 만질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것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세계라고 확신 또는 착각하며, 우리 자신의 ‘연못’ 속에서 헤엄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정신은 과연 이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넘어 그 인식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는 존재일까?

얼마 전, 몇 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블랙홀로 흡수되며 폭발하는 원시 우주가 망원경에 포착되었다고 한다. 빅뱅이 대략 150 억년 전에 발생한 우주적 사건이라면, 몇 십 억년을 달려 온 이 빛이 전하는 메시지는 빅뱅 이후 100억년도 넘는 시간이 흐른 후에 발생한 사건을 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초기 우주의 해프닝들 가운데 현재까지 감지된 가장 오래 전 사건인 것이다. 우리 연못 안에서 불과 몇 천년 전에 일어 난 일도 재구성하지 못하는 인간이 100억 년 전에 수 십억 광년 멀리에서 일어 난 일을 과연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실로 궁금한 일이다.

멀다고 표현할 수도 없는 먼 거리를 달려 온 그 빛은 그보다 앞서 출발한 수 많은 다른 빛과 물질의 장애를 뚫고 오늘 우리에게 왜곡되지 않은 사상(事象, event)의 진면목을 전하고 있는 것인가?

인간이 개미나 잉어와는 다른 어떤 소양을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모두 환경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 역시 진실일 것이다. 환경의 지배란 말에는 환경이 유도하는 인식의 환상(illusive perception, maya)도 포함되어야 한다. 인간이 잉어보다 뛰어 난 어떤 소양(quality)을 갖고 있다는 추론은 인간의 환상적 인식 능력(또는 착각 능력) 역시 그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장대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실체 또는 현실이란 것은 리얼리티(reality)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리얼리티라고 생각하는 것, 즉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발견한 것들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그렇게 체득한 경험을 실체적 진실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술이 취해 길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낄 때, 우리는 그 느낌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실체적 진실(길은 움직이지 않는다)이 아니라, 알코올에 의해 나타난 환각임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그렇게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똑같이 술이 취한 상태에서 10,000원짜리 지폐를 1,000원짜리로 착각하고 택시 기사에게 건넬 때, 우리는 그것이 환각에 의한 것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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