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낙서장 2011. 4. 26. 10:44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두 분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아있을까/하늘같은 은덕을 어디에다 갚사오리///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는 일 다 하여라/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리/평생에 다시 못 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


부모효도에 관한 송강가사의 일부이다. 교수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잠시 체류하고 있는 작가 신경숙이 펴낸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 라는 책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초판 10만부가 예약 판매되고 2판을 찍고 있다 하니 밀리언셀러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국내 문학작품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도 매우 고무적이다.


무엇 때문에 이 책에 서양인들이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감동한 것일까. 서양인들을 감동시킨 이 책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가장 보편적인 소재인 ‘어머니’의 이야기는 누구나 갖고 있는 인생의 출발점이자 내면의 한 배경을 차지하는 존재다. 인간 내면의 본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신경숙의 소설은 고도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본질로 살아온 서양인들에게 잠재된 본성에 진감을 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찍이 합리성과 고도의 계산적인 생활의 지혜(?)로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고 세계를 지배해온 그들이지만, 인간 본연의 품성으로의 귀소본능(歸巢本能ㆍBack to the origin)은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묘하게 찌른다. ‘어머니’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열망은 서양인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본능인 것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삶 속에서도 인간의 내면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이 가치는 언제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복지라는 형태로 선진국가들이 누리고 있는 부의 힘도 원초적인 인간의 행복과 소통에는 무력하다. 그들의 행복도 지구촌 구석의 자그마한 촌락국가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행복지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해 주는 것인가에 대하여는 각자의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 작품이 제 3 세계에서는 미국에서의 반응과는 다르게 큰 반향이 없을 수도 있다. 나날이 일어나고, 널리고 널린 것이 인생이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보편적인 가치 때문에 인생이란 드라마는 누구에게나 공감을 일으킨다. 더구나 어머니(母性)란 존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현오하고 지고무상한 존재가 아닌가.


글/ 청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