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공동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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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이야기)|2006/11/02 (목)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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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공동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 박성원(58,사진)씨는 영남신학대학 석좌교수다. 또한 세계교회의 중심기관인 세계교회협의회(WCC)중앙위원이며 동북아대표다. 외국펀드가 한국에서 하는 활동을 관찰하는 NGO투기자본감시센터의 공동회장직도 맡고 있다.


정의로운 경제질서가 ‘인권(人權)’ 회복으로
1인3역을 수행하는 박교수의 저력은 스위스 국제기구에서 장년의 세월을 보낸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1986년부터 2004년까지 18년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개혁교회연맹(WARC)에서 일하면서 유럽인이 아닌 제3세계인으로서는 최초로 세계개혁교회연맹 협력과 증언부 총무직을 맡았다.
이 교회연맹에는 110개 국, 230개 교단이 소속돼 있고 그에 따른 교인은 8천만 명 정도다. 세계개혁교회연맹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교회 밖 세상의 정치, 사회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교회가 대응할 정책을 집행하고 UN경제사회이사회 인권위원회의 자문역할을 하며 세계인권상황을 보고했다.
그 중에서도 현재 관심의 초점이 되는 북한의 상황을 그는 “1989년 사회주의가 무너진 후, 북한의 인권상황은 더 나빠졌다. 북한이 처한 기본적인 문제를 꼽자면 세 가지-에너지, 식량, 의약품-의 부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소련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건재했을 때, 북한은 코메콘(COMECON)이라는 사회주의 경제공동체의 일원으로 물물교환을 통한 경제 활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보호막이 없어진 지금, 북한은 기름(oil)을 살 돈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1993부터 1998년에 걸친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로 위태롭던 북한의 경제기반은 무너졌다. 이런 상황 하에서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고 정리한다.
스위스에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개별 국가의 인권침해 현상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직시한 그가 제시한 치료법은 에너지와 한정된 자원을 재활용하며 정신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는 진정으로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생활양식의 실천이다.
박교수는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하루에 1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살고 있으리만큼 경제적인 측면의 양극화가 극심하다.”고 그는 말한다. 정치시민권리인 개별인권이 침해되는 사례는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기 때문에 그것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는 더욱 넓은 시각으로 문제를 보고 좀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정의로운 경제 질서 회복’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무분별한 자연 개발은 기후변화를 불러왔고 생태환경이 변화되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경제지상주의가 가져온 병폐라고 할 수 있다. 경제를 우위에 놓을수록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화되고 이 과정에서 인권은 국가권력에 의해 여지없이 무시된다. 이제 세계는 산업, 경제, 정치, 교육, 환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 인류의 미래 삶은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시각으로 자기 주변에서 실천가능한 일부터 하나씩 자원과 에너지를 아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인류가 물질에 덜 구속될수록 인권은 더욱 존중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필요한 물건은 거리에서 구한다
스위스에서 박교수는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거리에 집을 마련했다. 지구의 자원인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세 딸들이 어릴 때, 그는 가족회의를 거쳐 아이들과 초국적 기업의 햄버거는 먹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고 가족들은 그것을 실천했다. 당시 유치원생이던 셋째 딸은 햄버거 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책으로 눈을 가려 외면할 정도로 심지 굳게 입맛의 유혹을 물리쳤다고 한다. 친구들이 햄버거 가게에서 생일잔치할 때는 참석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무엇이 옳은가를 일찍이 알아갔다.
그의 아내는 새 물건을 사지 않는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누군가가 쓰다 버린 중고품을 구한다. 그래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은 없는 채로 지낸다. 벽에 새 벽지를 바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채소도 근처 텃밭을 이용한다. 유기농을 짓는 농가와 우연히 연결된 후로는 그 농가와 근처 농가의 생산물을 산다. 그 외로 더 필요한 생필품은 재래시장과 5일장에서 구입한다. 소상인들을 위하는 마음은 오히려 본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불편함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박성원 교수는 지역경제가 살아나야 현경제가 생명경제로 이동한다고 주장한다. 지역경제란 시민이 지역적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말한다. 본인이 노력하면 그 노력만큼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의 경제는 그 규모 자체가 너무나 거대하여 생명을 소외시키는 ‘자살경제’다. 현대의 위기를 공동체의 시각으로 보며 협조적인 자세로 해결하려 할 때 창조적 기회가 형성되어 진정으로 민주적인 사회가 된다.”고 그는 말한다.

도시락 싸오는 학교와 영어공부 방법
박교수는 출근할 때면 도시락을 꼭 챙긴다. 처음에는 혼자 먹던 도시락을 이제는 여러 동료들과 함께 먹는다. 학생들도 도시락을 많이 싸와서 영남신학대학에는 도시락 먹는 방까지 생겼다. 밥을 싸오지 못한 친구도 동참하여 정을 나누고 각 가정의 솜씨로 서로의 벽을 허무는 도시락에 대한 예찬을 들으며 꿈 많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영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던 60년대에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한 부친의 교육으로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춘 박성원 교수는 국제사회에 진출하여 열린 안목으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이끌어 가며 인류의 미래를 위한 일을 했다.
그러나 박교수는 “영어는 수단이지 그것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언어는 곧 그 나라의 문화다.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고 다른 문화를 더 잘 이해하여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수단이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말한다.
그는 자라나는 청소년을 위해 본인의 경험이 담긴, 영어 공부법을 이야기했다. “영어에 겁먹지 말고 친해져라. 영어공부와 IQ는 상관관계가 없고 노력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영어에 습관을 들여야한다는 것이다. 영어권과 우리와는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풍선을 불듯이, 조금씩 중학교 2~3학년 영어교과서를 통째로 외운다면 1년 뒤에는 읽기, 말하기, 듣기가 한꺼번에 터진다.”
푸근한 인상의 박성원 교수는 세상에나타나는 지엽적인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는 작업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본원적인 삶의 모습에 부합되면서도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지만 행하기 어려운 일을 실천함으로써 ‘생명공동체’로 가는 인류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