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이야기(1)─사심(私心)이 없어야 선처(善處)가 있다


북촌(北村)에 정소선(鄭蘇仙)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번은 꿈에 저승을 방문했다. 마침 염라대왕이 명부(冥府 저승)에 잡혀온 사람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때 인근 마을에 사는 한 노부인이 대전(大殿)으로 오자 염라대왕이 위로 맞아들이며 얼굴 가득 미소를 띠우며 두 손을 맞잡아 예를 갖추며 아울러 좋은 차를 대접하며 환대했다. 그런 후 저승사자에게 노부인을 아주 좋은 집안에 환생하게 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정소선이 너무나 의아하고 이해가 되지 않아 저승사자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그녀는 단지 농촌의 촌부(村婦)에 불과한데 도대체 무슨 공덕이 있었기에 염라대왕의 공경을 받고 아주 좋은 집안에 환생하게 되었습니까?” 사자가 가로되 “이 노부인은 평생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이기적인 마음을 갖지 않았습니다! 이기적인 마음이 있다면 설사 현명한 사대부라 할지라도 과실과 착오를 면할 수 없으며 마땅히 그 응보를 받아야합니다. 왜냐하면 무릇 이기적인 사람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기 때문이지요. 일체 억울하고 원통한 일은 모두 이렇게 조성된 것이며 심지어 그 유독(流毒)이 온 세상에 퍼지고 만년(萬年)동안 더러운 악취를 남길 수 있는데 이 모두는 바로 위사위기(為私為己)의 이 일념이 초래한 재앙이지요. 이 노부인은 평생 자신의 사심(私心)을 억제할 수 있었으니 독서와 학문을 논하는 유학자라도 그녀 면전에서는 모두 부끄러운 빛을 띠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염라대왕께서 그녀 앞에서 더욱 예를 갖추시는 것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정소선은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 이 말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놀라면서 크게 깨닫게 되었다.


정소선은 또 말하기를 노부인이 오기 전에 관복(官服)을 입은 한 사람이 기세등등하게 대전에 들어서며 자칭 평생 관직에 있으면서 가는 곳마다 백성들에게 물 한 잔 얻어 마셨을 뿐 청렴하게 살았으니 귀신에게도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염라대왕이 미소를 지으며 “관제(官制)를 만든 것은 국가를 다스리고 백성에게 복을 주기 위한 것이니 아래로 역참(驛站)이나 수문(水門)을 관리하는 작은 관직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치와 법에 의거해 이로움과 폐단을 가늠하는 것이다. 그러나 백성들의 돈을 갈취하지 않았다 하여 좋은 관리라고 말한다면 그럼 차라리 관청에 목각인형을 세워놓으면, 그것은 물조차 마시지 않을테니 너보다 더 청렴하지 않겠는가?”


이 관리가 이말을 듣고는 또 변명하면서 말하기를 “제가 비록 공로는 없을지라도 또 지은 죄도 없지 않습니까!”


염라대왕이 말하길 “네가 평생 곳곳에서 구하고자 한 것은 일신의 보전(保全)으로, 모 안건에서는 혐의를 피하기 위해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으니, 이것은 백성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 아니냐? 또 어떤 일은 네가 번거로울까 두려워 조정에 보고를 올리지 않았는데 이는 국가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 아니냐? 관리된 자로서 말하자면 3년에 한번씩 정치적인 업적을 고찰해야 하는데 왜 그러한가? 공이 없다는 것이 바로 죄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관리는 크게 놀라 매우 불안해하면서 태도가 많이 누그러졌다.


염라대왕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하길 “단지 네가 너무 잘난 척하고 사람을 무시하는 것을 탓한 것에 불과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공평하게 평가한다면 너는 그래도 3-4등급의 관리는 되니 내생에도 관직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사자를 재촉하여 곧 그에게 환생을 배치하게 했다.


기효람(紀曉嵐 청나라의 대학자로 ‘열미초당필기’의 저자)이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이 두 가지 사건을 통해 보건대 사람의 마음속에 극히 미세한 염두, 심지어 한 순간에 지나가버려 자신조차 명확하지 않은 생각일지라도, 귀신은 모두 알고 있으며 그것도 아주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설사 현명하고 덕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위사(爲私)의 일념이 있으면 책망을 면하기 어렵다. 이것이 당신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한번 관찰해보라. 확실히 이럴 것이다!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 권1 난양소하록(灤陽消夏錄)(1)》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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