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이민 조건 대폭 완화

호주 정부가 시행하는 특별 투자자(Significant Investor) 비자가 해외 시민권 취득을 원하는 중국 부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호주 크리스 보웬 이민장관은 지난 달 29일, 특별 투자자 비자의 발급 조건을 공개하고 11월 24일부터 기술이민선정시스템(SkillSelect)을 통해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별투자자는 500만 호주 달러(56억 원) 이상을 주정부 채권,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 규정에 따라 호주 자산에 투자하는 관리운용 펀드 및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

 

특별 투자자 비자 발급 후 4년간 160일 이상만 호주에 체류하면 되며, 4년 만기 후 2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특별 투자자 비자의 일련번호가 888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 투자 이민자를 유치하기 위해, 호주 정부가 중국에서 부의 상징으로 통하는 888 숫자를 일련번호에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이민국 관계자는 특별투자이민을 신청할 중국 부호의 수가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정치, 경제, 생활 환경을 갖춘 미국 및 유럽 국가로 이민을 시도하는 부유층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저렴한 투자 이민 비용으로 유럽연합의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키프로스 이민이 큰 인기를 누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9월말까지 중국에서 2250억 달러가 해외로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국제컨설팅 업체 딜로이트(Deloitte)의 시드니 지사 관계자는 “호주는 안정적인 정치, 탄탄한 경제, 발달한 의료와 교육 시스템, 높은 생활 수준을 자랑한다”면서, 매년 700건 이상의 특별 투자자 비자가 발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중국에서 자산이 1600만 호주달러(180억 원) 이상인 부호의 수가 6만 명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공 당국이 중국인의 해외 송금 액수를 5만 달러 이하로 묶은 것이 투자 이민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한 호주 정부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현금을 직접 해외로 이송하거나, 기존에 개설한 해외 계좌를 이용해 법망을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