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위층 불법자금 해외 유출 급증

재산공개 의무화 앞두고 올해 1조5000억 달러 유출 예상

중국이 심상치 않다. 고위층들의 사이에서 재산을 처리해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그들은 무엇이 불안했던 것일까. 시진핑 시대에도 권력투쟁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getty images)

 

 

재산공개 의무화 조치 앞두고 中 관리들 ‘허둥 지둥’

호화주택 급처분 후  도피… 작년 유출액 1125조 원

 

 

중국이 공산당 관리들의 해외도피 붐으로 들썩이고 있다. 부패척결과 입헌정치의 꿈을 내세운 시진핑(習近平·61)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호화주택 등 재산을 처리하고 해외로 도피하는 관리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지난 19일,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이하 중기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공산당 간부들에게 2012년 부패척결 업무보고를 했다. 또한, 올해 목표도 제시했다.


중기위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 정권 출범 후 2개월 동안 중국 전역에서 호화주택을 급처분하는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45개 대도시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특히 광저우에선 호화주택 4800채가 급매물로 팔려나가며 부동산 매매 붐이 일었다.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푸저우(福州), 지난(濟南)에서도 호화주택 1200채가 거래될 정도였다.


이와 동시에 중국 고위층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도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제18차 공산당 대표자대회(이하 18차 당대회) 이후 지방 고위관리들과 그 가족들에 의해 대규모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에서 유출된 불법 자금의 규모는 지난해만 1조 달러(약 1125조 원). 특히 광둥(廣東)성의 경우 총 18억 달러(약 2조 원)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의무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1조 5000억 달러(약 1586조 원)가 해외로 유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산공개 의무화, 실효성은 의문


시진핑 정권 들어 ‘부패척결’은 새로운 화두가 됐다. 물론 전임 지도자들도 취임 초기 부패척결 등의 구호를 외쳤던 것을 상기해 보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으며, 무엇보다 변화하지 않으면 공산당 정권 자체가 붕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고위층 자금의 해외 유출은 그 반증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중기위에서는 당정 고위 관료들의 재산 공개 의무화 조치가 오는 3월 열리는 제12기 전국대표대회(全人大. 국회에 해당)에서 예정대로 입법화될 경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정 방향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것도 상반기 내 반드시 마련한다는 시간표까지 구체적으로 정했다. 다급함과 실천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22일 열린 중기위 2차 전체회의에서 향후 5년간의 반부패 계획의 윤곽이 확정되는 만큼 준비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리고 당 내외에서 고위층 간부의 재산공개뿐 아니라 처벌에 관한 주장도 거세지고 있어 더는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분위기였다는 것이 이번 중기위의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부패하기로 유명한 중국 당정 고위층들을 벌벌 떨게 할 수도 있는 이례적인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재산공개제도 의무화 말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임지도자 때도 논의가 있었다. 때문에 이 제도에 따른 대책 정도는 고위층들 사이에서 이미 마련돼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중기위의 방침들이 분위기 쇄신을 위한 ‘쇼’로 끝날 수 있다.


최근 들어 당정 고위층 간부들이 본인과 차명 부동산 등을 처분해 현금화하는 붐이 일고 있고, 상당수 관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있는 것은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한다.


중기위 비공식 통계로는, 2010년 중국에서 불법유출된 자금은 4120억 달러, 2011년 6000억 달러, 2012년엔 1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올해엔 1조 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 3년간 매년 45%, 67% 불법자금 해외 유출 규모가 증가한 것이며 올해도 50% 증가한 수치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개인투자가의 해외투자를 허용하는 방침을 웹싸이트에 올렸다. 이런 방침은 고위층 재산 도피를 부채질 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

 

 

은행도 고위층 불법자금 해외도피를 돕고 있다. 중국이 개인투자가의 해외투자를 허용하는 방침을 최근 확정하며, 앞으로 중국기업뿐 아니라 당정 고위층 개인 자금도 더욱 쉽게 해외로 유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이에 대한 내용을 지난 13일 자행의 웹사이트에 올렸다. 중국 금융 당국은 대국적인 견지에서 이런 방침을 확정했다고 했다. 인민폐를 국제화해 궁극적으로 달러나 유로 같은 세계의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취지는 좋다 해도 권력을 쥔 고위층 관리들에게 악용될 소지는 거의 100%에 가깝다. 개인의 해외투자가 불가능했던 지난 10년간 이런저런 방법으로 중국 밖으로 유출된 불법자금의 규모가 3조 달러(3180조 원)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이처럼 한편에서는 고위층 재산공개 제도를 의무화하려는 방침을 정하고, 한편에서는 고위층 재산 도피를 부채질하는 방침을 확정한 것은 모순이다. 즉, 본격적인 사정 칼날을 들이대기도 전에 빠져나갈 구멍부터 만들어 주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거대 이익집단 형성


시진핑의 개혁의지에 물음표가 생기는 것은 비단 개인의 해외투자 허용 방침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공안부는 지난 14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개인정보 불법 유출자들에 대한 집중 조사를 벌여 혐의가 확인된 1152명을 구속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인터넷 실명제 시행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 단속까지 들고 나온 것은 민간 차원의 반(反)부패 열풍을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이에 대한 비난이 확산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시진핑 지도부가 부패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부패 제보자들은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광저우시 부동산자료관리국 공무원은 광저우 도시관리국 차이빈(蔡彬) 정치위원이 20여 채 아파트를 불법 보유한 사실을 폭로한 후 오히려 처벌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또 부패 적발 선풍이 일면서 호화 아파트와 빌라를 급히 처분하는 사례가 늘자 부동산 보유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며 지방관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중국공산당은 이미 거대 이익집단으로 변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국민의 장기도 강제적출해 매매할 수 있다. 전통과 도덕성을 철저히 파괴했던 지난 10년간의 문화대혁명 이후로,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전통수련법 파룬궁을 탄압한 이후로 중국사회는 도덕적 진공상태에 놓여 있다. (사진=getty images)

 


정책 엇박자, 권력투쟁 때문?


하지만 시진핑 개혁드라이브에 생긴 엇박자가 중공의 권력투쟁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개혁파 정치인 후야오방(胡耀邦·1915~1989) 전 총서기의 셋째 아들인 후더화(胡德華·64)는 14일 홍콩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의 성장 이력으로 볼 때 그의 내면에 개혁 의지가 있는 것을 확신한다”면서도 “이익집단의 많은 방해를 어떻게 돌파하느냐, 어디로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후더화는 부패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 보시라이(薄熙來·63) 전 충칭(重慶)시 서기와 리춘청(李春城·56) 전 쓰촨(四川)성 부서기 등이 대표적인 이익집단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모두 장쩌민 전 주석 계열로 분류된다.


특히, 1999년 장쩌민의 지시로 시작된 파룬궁 박해를 통해 이들은 노동교양소를 중심으로 거대 이익집단을 형성해 왔다. 노동교양소는 수감자들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해왔다. 제품을 팔아 벌어들인 돈은 노동교양소 유지비용과 복지비비, 그리고 관리들의 불법자금으로 쓰여졌다. 이들은 수감자들에게 한 달에 10위안(약 1700원)이라는 턱없이 적은 돈을 주거나, 무급으로 하루 15시간 이상 강제노동을 시켜왔다. 또한, 불법구금한 파룬궁 수련자의 몸에서 강제로 장기를 적출해 매매하는 ‘생체장기적출’ 만행도 불법자금을 만드는 주요 수단이었다.


이에 부패척결을 앞세운 시진핑의 개혁드라이브는 장쩌민 계열의 이익집단은 물론 당 원로와 고위층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정책 불협화음도 시진핑 개혁에 대한 그들의 ‘저항’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