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그림자은행 대출 5397조원

 

중국 은행권의 몰락을 시작으로 금융 위기가 곧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랑셴핑(사진) 홍콩중문대학 석좌교수가 경고했다.

 

랑 교수는 지난 16일 푸젠성 룽옌(龍巖)에서 열린 ‘2013 지역발전고위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랑 교수는 지난해 8월에도 중국 경제가 앞으로 과잉생산, 부채, 인플레이션, 금융 위기 등으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랑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지난해 4월부터 윈난, 쓰촨, 상하이 등 다수의 지방 정부의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했으며, 6월에는 교통은행의 BPS(주당 순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은행권 위기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극 증시에 상장한 16개 대형 은행 중에서 교통은행, 핑안(平安)은행, 푸파(浦發)은행, 화샤(華夏)은행, 싱예(興業)은행, 중신(中信)은행, 베이징은행과 난징은행 등 10개 은행의 주가가 BPS 이하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랑 교수는 또 닝보(寧波)은행, 민성(民生)은행, 자오상(招商)은행, 농업은행과 건설은행이 BPS 이하로 하락하기 직전 상황이라면서, 이런 현상은 세계에서 중국이 유일하다고 우려했다.

 

랑 교수는 “지방 정부, 부동산 개발업자, 제조업자들이 은행 대신 다른 경로를 통해 빌린 돈이 30조 위안(5397조원)에 달하는데, 이를 빌려 준 그림자 은행은 또 하나의 무서운 금융기구로 변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샤오강(肖剛) 중국인민은행 행장도 중국의 금융 위기는 그림자 금융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금융위기 경고 잇따라

 

세계 유수의 경제연구소와 투자기관도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랑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무라 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 ‘일어나는 중국 금융 위기’에서 중국의 금융 위기 징조가 이미 나타났으며 도화선은 부동산이라고 지적했다.

 

장즈웨이(張智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용대출 규모가 GDP의 30% 이상이 되면 5년 내에 금융위기가 도래한다는 ‘5-30 법칙’을 거론하면서, 중국이 이미 5-30 법칙의 범주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신용 대출이 급증한 배경인 지방 정부 융자, 부동산 개발업자 융자, 신탁공사와 신용담보공사의 대출 증가는 모두 부동산 시장의 변동과 영향이 있다.

 

JP 모건 체이스도 노무라 증권과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 증시를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경제성장률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린치도 월간 보고에서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제기하고, 신흥시장에 투자하려던 펀드 매니저의 비율이 2월 43%에서 3월 34%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 경착륙을 우려하는 투자자 비율도 10%에서 18%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 8대 위기

 

2011년 말부터 랑셴핑 교수는 수차례 중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에는 부채 증가로 은행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방 정부의 부채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연합 경제위기와 함께 앞으로 중국 경제 위기가 3대 경제위기의 하나로 꼽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8월 18일 랑 교수는 베이징 시위안타이(璽源台) 경영인 회의에서 비공개 연설을 통해, 중국 경제는 이미 과잉 자원, 과잉 생산, 부채, 인플레이션, 민영기업 위기, 은행 위기, 부동산 위기, 소비 위기 등 8가지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8대 위기는 활화산처럼 현재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땅 밑에서 분출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0일, 랑 교수는 교통은행 경제 분석 회의에 참석해 또다시 경제위기설을 천명했다. 그는 중국 경제를 ‘빙화(氷火)’에 비유하면서 “투자자는 마땅히 현금을 비축해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2015년 중국 제조업이 붕괴하면서 경제 위기가 전면적으로 폭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랑셴핑은 펜실베니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국제금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미시간 주립대, 오하이호 주립대, 뉴욕대, 시카고대 교수를 거쳐 현재 홍콩 중문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경제학자로 꼽힌다. 한국에도 소개된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등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