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동부의 암네빌(Amneville) 동물원에 사는 과일 박쥐. 2010년 4월 22일 촬영.(Getty Images)

프랑스 동부의 암네빌(Amneville) 동물원에 사는 과일 박쥐. 2010년 4월 22일 촬영.(Getty Images)

 

2020년 에볼라 대책 지금 수립해야, 미뤄서는 안 돼

 

에볼라는 40여 년 전 중앙아프리카에서 처음 발발했다.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에서 에볼라가 발생해 280명이 사망했다.

당시 전염병 조사를 위해 자이르를 방문한 외국 인 질병 조사관 중 한 간호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황열병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그녀의 혈액이 벨기에의 피터 피오트 박사에게 보내졌다. 피오트 박사 팀은 간호사 혈액에서 발견한 신종 바이러스를 벨기에 북부의 강 이름을 따서 에볼라라 명명했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실린 ‘에볼라 그때와 지금’에서, 조엘 G. 브레먼과 칼 M. 존슨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얌부쿠 미션 병원(Yambuku Mission Hospital)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소독하지 않은 주사기와 주삿바늘 사용으로 퍼졌다. 병원 직원 17명 중 13명이 에볼라에 감염됐고, 그 중 11명이 죽었다. 병원장과 벨기에 선교사 3명이 사망했을 때 병원이 폐쇄됐다.”

하지만 콩고(자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사람한테서 발견된 최초 장소가 아니다. 에볼라는 수단 나자라(Nzara) 마을의 솜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것이 에볼라 발발 시초였다.

공장 노동자 3명이 에볼라에 걸렸지만, 그들은 같은 마을에 살지도 같이 어울리지도 않았다. 근무 시간에도 그들은 서로 접촉할 일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들 3명 각각은 에볼라에 어떻게 감염된 걸까?

에볼라 숙주, 과일박쥐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연구팀은 2000명 직원이 일하던 나자라 솜 공장 지붕에 과일박쥐 수천 마리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연구팀은 박쥐를 대상으로 에볼라 항체 여부를 검사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이동하는 과일박쥐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자연 매개체일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여겨진다.

피오트 박사는 최근 논문 ‘더 나은 질병 통제를 위해 야생 동물에서 에볼라 지도 만들기’에서 과일박쥐의 에볼라 숙주 가능성을 언급했다. “에볼라에 감염된 과일 박쥐는 병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박쥐는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연결해 주는 저장소일 가능성이 크다. 중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박쥐 3종과 서아프라카에서 사는 박쥐 4종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항체가 발견됐다.”

과일 박쥐와 직접 접촉한 동물과 사람은 에볼라에 감염될 수 있다. 또, 이동 중에 박쥐가 떨어뜨린 배설물이나 과일을 통해 에볼라가 땅 위의 가축이나 동물, 그리고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발

지난해 겨울부터 현재까지 서아프리카를 휩쓸고 유럽 및 미국에까지 퍼진 에볼라 창궐은 가히 폭발적이다. 예전 에볼라 발생으로 말미암아 감염자와 사망자와 수를 훨씬 넘어섰다.

최근 에볼라 발발은 2013년 12월 기니의 외딴 숲 속 마을에 시작했다. 그 첫 희생자는 과일박쥐에 물린 2살 난 유아였다. 아기는 에볼라에 감염돼 앓다가 사망했다. 이후 아기의 누나와 어머니도 에볼라에 감염돼 목숨을 잃었고, 이들 장례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통해 에볼라는 퍼져 나갔다.

5개월 뒤, 에볼라는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사람에게서 차례로 나타났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에볼라 감염으로 5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일 “나이지리아엔 더는 에볼라가 없다”라고 선언했다. 스페인과 미국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종사자가 에볼라에 감염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에볼라 발발은 바이러스가 인구가 밀집한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과거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정글의 외딴 지역에서만 발견됐다.

보호복과 마스크, 이중 장갑을 착용했음에도 에볼라는 매우 쉽게 전염되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 당국은 훈련과 지침을 더욱 개선해 실시해야 하고, 병원 간의 협력과 활발한 정보 교류가 긴밀히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에볼라가 처음 발생한 지 40여 년 동안 무엇이 변했기에, 에볼라가 이토록 창궐하게 된 것일까?

마구잡이 삼림벌채

호주 도심 가로수 박쥐가 매달려 있다. (Getty Images)

호주 도심 가로수에 박쥐가 매달려 있다. (Getty Images)

2009년 10월 소니아 샤(Sonia Shah)는 온라인 잡지 ‘예일 환경(Yale Environment) 360’에 기고한 ‘새로운 질병의 확산: 기후 연관성’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적도 아프리카의 열대지방 도심지의 캐노피 나무를 보라. 마치 종유석이 털에 덮인 것처럼 과일 박쥐 거대 무리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들이 서식하던 숲은 불도저로 밀어버려 줄어들었고, 화전을 일구는 농부들이 불을 질렀다. 또, 기후변화로 메말랐다. 이 때문에 과일박쥐는 점차 사람이 사는 곳을 침입했고 과수원과 도시, 농장의 과일나무에서 살아가기 위해 적응했다.”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5가지 종류 중 자이르형 에볼라이다. 이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중앙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서아프리카에 있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의 숲으로 어떻게 이동했을까?

과일 박쥐는 1년에 수천 km~1만여km를 이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아프리카 세 나라 모두 국토 75% 이상을 삼림 벌채했기 때문에 사실상 에볼라 숙주인 박쥐와 사람은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것은 2007년 콩고 서부에서 발생한 에볼라의 원인이었다.

아프리카 탈출한 에볼라

1989년 에볼라 변종이 미국 버지니아 주 레스턴 시의 한 질병연구소에 있던 필리핀산 원숭이에서 나타났다. ‘레스턴형 에볼라’로 불리는 이 다섯 번째 에볼라 바이러스가 당시 사람에겐 해를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필리핀 북부지역의 한 돼지 농장에서 레스톤형 에볼라가 다시 발생했다.

온난화와 아프리카 기후에 영향을 준 강우량 변화, 그리고 마구잡이식 삼림벌채는 에볼라 숙주인 박쥐를 인간의 문명으로 몰아넣었다. 다음 시기 에볼라 발발은 머지않아 일어날 것이고, 지금 겪고 있는 에볼라 재앙보다 더 치명적이고 더 광범위할 것이다.

정부와 세계 보건 기구는 다음 에볼라 발발에 맞서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들여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창궐할 에볼라를 막아내기 위해 전문가 양성 및 훈련을 더욱 큰 규모로 실시해야 한다. 2020년 에볼라 대비책은 지금 수립해야 한다.

과일 박쥐의 이동 경로 연구와 함께, 박쥐와 야생동물 고기를 먹는 음식 문화 바꿔야 한다. 또, 사람을 자연의 음지에서 분리했던 자연의 장벽을 재건하기 위해 삼림 관리와 지속 할 수 있는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

국제사회와 지구촌 보건 기구의 협력과 집중적 노력이 없다면 다음 에볼라 발발은 지구촌 전역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수습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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