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도 피고 낙서장 2016. 4. 10. 12:16

봄이 왔습니다. 꽃이 핀것도 있고 싹이 올라오는 것도 있습니다. 왕창 다 피지 왜 이렇게 찔끔찔끔 필까 하며 성가신 분도 있겠지만 동물이든 식물이든 영원한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사람에게 봄에만 꽃이 있다면 또 사는 재미가 덜하지 않겠습니까. 꽃이 봄에도 피고 여름에도 피고 가을에도 피고 겨울에도 피어야 꽃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세상사는 것이 따분하지도 않고 인생이란 게 즐거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봄에도 꽃이 피고 여름에도 피고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 있는 것입니다. 사람을 위해 얼마나 배려한 것입니까. 누가 보채도 이렇게 잘 안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좁은땅에 꽃구경한다고 볼만한 꺼리가 있는 곳은 모두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같은 민족끼리 많이 모이고 볼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좋은 일입니다. 그러므로 길이 막힌다고 왜 모조리 쓸데없이 나와서 내 차를 못 지나게 하는 거야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땅덩이가 큰 나라를 가보세요. 주택이 띄엄띄엄 있고 길에는 사람하나 지나는 사람 없는데 이웃도 없이 사람구경하기 힘든데 무슨 사는 맛이 나겠습니까.

 

밖에는 개나리, 복숭아꽃은 먼저 피어 이제 지려고 하고 벚꽃은 이제 만발하여 벌이 앵앵거립니다. 공기를 보면 앞에 있는 산도 부옇게 보일정도로 탁한데도 벌이 날아다니니 고맙기까지 합니다. 동물이 다 사라지고 사람만 산다면 무슨 낙이 있겠습니까. 경쟁자 없이 혼자 다 일등만 하고 산다면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사람은 여태 동물을 잡아먹기만 했지 씨를 남겨 멸종되지 않을 만큼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뽑아먹기만 했지 멸종되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우리 토종파가 너무나도 귀하고, 또 예전에 촌에 가면 마당에 자주 보이던 벼슬이 붉고 목에 털이 붉고 누런빛을 띠던 싸움도 잘하고 새벽에 울기도 잘하던 장닭은 이제 구경하기 어려워 졌습니다. 마찬가지로 토종흑돼지도 보기 어렵습니다. 털만 검으면 어디 그게 토종돼지입니까. 잡아놓으면 비계가 얇고 먹으면 맛이 구수한 검은 돼지가 토종인데 지금의 흑돼지는 비계가 너무 두껍습니다. 말하자면 옳은 토종이 아니라 유사하게 생긴 아무거나 잘 먹고 병도 잘 안 걸리고 잘 자라는 아마 그런 개량돼지일 것입니다.

 

공기가 많이 탁합니다. 어쩌면 방안에 있는 것보다 바깥이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랑 매연이랑 먼지등으로 더 탁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가면 그래도 집안에 있는 것보다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람도 구경하고, 자연도 구경하고, 살아가는 여유도 가지고 말입니다. 하늘이 부옇고 산이 부옇게 보여도 그래도 자기나라만큼 편하고 좋은 곳이 없습니다. 가족이 있고 친척이 있고 사는집이 있고 친구가 있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입에 맞는 음식이 나가면 즐비합니다. 점심때를 놓쳐도 아무 때나 들이 밀면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아무데나 맘대로 놀게 하고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나라가 흔하지 않습니다. 복받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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