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공의 제자가 되다

ⓒ 박영철
호로병 속으로 들어가다

壺公호공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費長房비장방을 불러 세우더니 “오늘밤 늦은 시간에 길가는 행인들이 없을 때쯤 너는 이곳으로 다시 오너라.”한다. 비장방은 알겠다면서 연거푸 대답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늦은 시간에 비장방이 다시 호공의 집을 방문하자, 호공은 “나는 지금 이 호로병 속(壺中)으로 뛰어 들어갈 것인데, 너도 내가 하는 모양을 보고 내 뒤를 따라 호로병 속으로 뛰어 들어오너라!”한다.

말을 마친 호공은 훌쩍 몸을 솟구쳐 호로병속으로 들어가는데, 더 이상 종적이 보이지 않는다. 비장방도 호공을 뒤따라 훌쩍 뛰어 가볍게 호로병속으로 들어갔다. 호로병속에 들어간 비장방은 눈앞에 펼쳐진 다른 세계를 보고 놀랄 뿐이었다.

그곳에는 神仙신선들의 세계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데, 수많은 누각들이 즐비하다. 누각들을 잇는 복도는 마치 무지개처럼 허공에 놓여있다. 호공은 이곳에서는 더 이상 약을 파는 늙은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몸에는 널찍한 도포와 높은 모자를 쓴 仙官선관의 모습인데, 좌우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호위하고 있다.

호공은 비장방에게 “이제야 너에게 사실대로 말하는데, 나는 仙人선인이다. 이전에 나는 하늘에서 직책을 맡고 있었는데, 임무를 소홀히 하여 문책을 받았다. 그래서 인간 세상에 귀양 왔다. 보건대 너는 가히 가르칠만한 재목이라서 이번에 나를 따라 이곳에 오게 되었다.”한다.

호공의 제자가 되다

이 말을 들은 비장방은 즉시 두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대면서 절 하고, 또 머리를 땅에 찧으면서 “저는 無知무지한 속인입니다. 그 동안 지은 罪業죄업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다행스럽게 仙師선사께서 연민의 정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원하옵건대, 마치 죽은 시체와 같은 이 사람이 재생할 수 있도록, 그리고 죽어가는 고목이 다시 봄을 만나 새싹이 돋을 수 있도록 거두어 주십시오. 다만 제가 용렬하고 죄업이 많아 선사님의 가르침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두려우나, 선사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거두어 주십시오. 거두어 주신다면 바로 하늘과 같은 크나 큰 恩德은덕이라 사료되옵니다”한다.

호공은 “내가 너를 살펴보니 너의 骨相골상은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썩은 나무에 조각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너에게 仙道術法선도술법을 가르쳐줄 것이니 절대로 세상 밖으로 유출시켜서는 안된다.”라고 한다. 이때부터 비장방은 시간이 날 때마다 호공을 모시고 가르침을 받았다.

스승과 제자가 되어 仙術선술을 배운지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 어느 날 호공이 아무 연락도 없이 비장방이 살고 있는 이층집으로 찾아왔다. 호공이 “내가 술을 조금 가져왔는데, 자네와 함께 마시고 싶구나!”한다. 비장방은 사람을 시켜 호공이 아래층에 갖다놓은 술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런데 호공이 가져온 술 단지가 제법 큰 술 단지인 줄 알았는데, 단지 작은 술잔 하나였다. 그러나 작은 술잔 하나에 불과하였으나 하인 중에서 아무도 그것을 들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움직여 보려고 하였으나 땅바닥에 붙은 듯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비장방은 부득이하여 호공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호공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아래층으로 내려와 가볍게 술잔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온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