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일 영토분쟁때 `독도=조선땅' 지도 썼다
일본이 19세기 미국과 오가사와라 군도를 두고 다투면서 독도가 조선땅이라고 명시된 지도를 제시해 영유권을 획득했던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이는 일본이 오가사와라 군도가 일본 영토임을 국제법적으로 판가름하면서 동시에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국제법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1854년 일본과 미국이 오가사와라(小笠原) 군도에 대한 영유권 논쟁을 벌일 때에도 막부의 공식 지도인 삼국접양지도(三國接壤之圖)를 제시해 미국 주장을 꺾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2일 공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일본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오가사와라 군도의 이름을 `小笠原'으로 명명했다는 고문서(1691년)와 하야시 시헤이(林子平)가 작성한 삼국접양지도(1786년)를 내놓았으나 미국은 `일본어로 쓰인 문서는 국제법상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시했다.

이에 일본은 불어로 번역된 삼국접양지도를 제시해 미국의 주장을 꺾고 오가사와라를 국제법상 일본령으로 확정했다.

불어판 삼국접양지도에는 독도와 울릉도에 `조선에 속한다(a La Coree)'라는 문구가 분명히 새겨져 있고 일어판에도 두 섬에 `조선의 소유(朝鮮の持也)'라고 명기돼 있다.

호사카 교수는 "하야시의 지도와 저서는 영토 분쟁 때 공식자료로 활용됐다"며 "그렇다면 지도에 조선령으로 명시된 독도는 일본이 하야시의 지도를 공식 자료로 삼은 시점에서 이미 조선령으로 확정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2007년 발표된 일본 시마네현 `다케시마 문제 연구회'의 최종보고서가 왜곡됐다는 사실을 비판하기 위해 논문을 작성했으며 일어판 논문은 시마네현 등 일본 각지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케시마 문제 연구회는 하야시가 1792년 막부의 기밀을 누설한 죄로 처벌을 받은 판결문을 인용해 삼국접양지도가 `틀렸다'는 최종보고서를 내놓았지만 호사카 교수는 이를 단어의 뜻을 오해한 초보적인 실수라고 반박했다.

판결문에는 "지리상이(地理相異)한 회도를 게재해 서사(書寫) 혹은 목판인쇄로 출판한 경위는 공의(公儀)를 가볍게 여긴 매우 잘못된 행위이므로 친형인 가젠 집에서 칩거를 명한다"라고 적혀 있다.

호사카 교수는 "지리상이와 지리상위(相違)로 기재된 판결문의 문구는 `틀린 지도'라는 뜻이 아니라 하야시의 삼국통람도설에 삽입된 삼국접양지도ㆍ조선ㆍ유구ㆍ오가사와라 군도ㆍ북해도 등 지도 5장이 `서로 다르다'는 의미"라며 "다케시마 문제연구회는 일본어 분석능력 부족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무지ㆍ왜곡 등을 강력히 비판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문의 주요 내용은 2006년에 한차례 발표됐으며 이번 논문에는 미국과 일본이 오가사와라 군도를 두고 벌인 영유권 분쟁과 삼국접양지도가 제시된 사실 등이 추가됐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에서 태어나 1979년 도쿄대 금속공학부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정치학 석ㆍ박사학위를 받았고 2003년 한국에 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