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되는 소금을 만드는 사람

인산죽염촌 최은아 대표

[대기원]그녀의 이력서

그녀의 이력서는 재미있다. 독문과 3학년 때 순천향대 의예과 합격, 우연히 김일훈 선생의 우주와 신약을 읽고서 의대진학 포기, 김일훈 선생을 찾아 수학하다 김일훈 선생의 삼남 김윤수씨와 결혼, 현 인산한의원과 인산죽염촌 대표. 육남매의 엄마. 평범하지 않은 이력서, 그 사이에 숨겨진 최은아 대표(46)의 인생 이야기가 궁금하다.

▲ 안산선생의 듯을 이어가고 있는 인산죽염촌 최은아 대표
ⓒ 이미경 기자
운명을 바꾼 한 권의 책

“선과 악의 기준이 뭔지, 어떻게 사는 게 옳은 것인지 몰라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녀의 남다른 고민은 꼬마 아이가 소녀가 될 무렵 시작되었다. 고3 시절, 그녀는 대학진학도 나 혼자 잘살자고 하는 이기적인 일 같았다. 언젠가 마음속 이기심이 다 사라지면 그때 대학을 가겠노라 부모님께 선언했다. 부모님의 반대에 대학생이 되긴 했지만, 그녀는 인간이 사는 이유를 알 수 없어 고통스러웠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마음이 절실했다. 평생 진리를 모른 채 살아야 한다면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 그나마 낫지 않을까? 대학 3년, 그녀는 의예과에 지원해 합격한다. 입학을 앞두고 우연히 읽은 인산 김일훈 선생의 ‘우주와 신학’. 이 한 권의 책이 그녀의 운명을 바꿨다. 그녀가 그동안 인생에 대해 가졌던 모든 의문이 다 풀렸다. 의대입학을 포기한 채, 그녀는 그 길로 김일훈 선생을 찾았다.

▲ 3-4년 이상 된 대나무 통에 천일염을 넣어 굽기를 9번 하면 죽염이 된다.
ⓒ 이미경 기자
인산의학

독립운동가로, 사상가로,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의학자로 평생을 살다 간 인산 김일훈 선생. 선생은 허준, 이제마와 함께 한국 한의학의 3대 의성으로 꼽힌다.
1950년대부터 많은 사람이 암으로 고통받을 것을 예견한 인산 선생은 평생 암약 개발에 힘을 쏟았다. 그는 암약으로 홍화씨, 유황오리, 다슬기, 인산죽염을 개발하며 인산 암치료한의학을 완성했다.
1992년, 인산 선생은 ‘인업(人業)의 중시가 부국(富國)의 대도(大道)’라는 유언을 남기고 82세로 세상을 떠난다. 그가 남긴 활인구세의 뜻은 선생의 셋째 며느리, 최은아 대표가 이어가고 있다. 현재 그녀는 인산의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못난이가 사업하는 법

인산 선생이 환자를 볼 땐, 사람들에게 인산의학이 좋다는 것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인산 선생이 떠나고서 사정은 달라졌다. 인산의학의 우수성을 입증할 필요가 생겼고, 체계적으로 다듬는 과정도 필요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한 적이 없었던 그녀에겐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나이 40에 인생을 배웠습니다.” 그동안의 어려움을 그녀는 이 한 마디에 담았다. 자신을 사업머리가 없는 못난이라고 표현하며 웃던 그녀. 질러가는 쉬운 길보다 둘러가는 바른길을 가는, 참 예쁜 못난이라는 생각이 든다.

▲ 구울 때 불의 온도를 높이면 보랏빛이 도는 자죽염이 된다.
ⓒ 이미경 기자
그녀가 사는 이유

마흔여섯의 그녀는 육남매의 엄마다. 몸이 약해 육남매밖에 낳지 못했다고 말하는 표정에서 아쉬움이 비쳤다. 그녀는 건강한 사람이 많아야 건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늘 보이지 않는 덕을 주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기름유출 사고를 보며 너무 안타까웠어요. 두 배의 선장 중 누구라도 조금만 위치를 옮겼더라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잖아요. 그래서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누구도 배를 옮긴 사람의 공을 알아주지 않겠죠. 하지만, 그가 남을 배려해 움직인 그 마음의 가치는 얼마나 귀합니까?” 억만금과도 바꿀수 없다는 여섯 아이는 그녀의 바람처럼 모두 건강하고 바르게 자랐다.

사람을 살리는 병원

꿈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다. 인산 선생의 뜻이기도 했던 양방한방 종합암센터. 양방의 좋은 의료장비와 한방의 지혜로운 의술을 합쳐 사람을 살리는 병원을 세우는 것이다. 그녀는 전 세계 암환자를 이 병원으로 몰려오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평범한 주부에겐 너무 큰 꿈이 아닐까? 그녀에겐 아니다. 의지와 신념이 있다면 천하를 평정할 수도 있단다. 그녀는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도, 여섯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도, 마흔여섯이라는 나이도 잊고 산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