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보라는 사람이 고향에 살고 있을 때 그의 친구 집에서 일하는 한 동자를 보았다. 동자의 용모가 수려하고 성격이 기민하여 원상보는 그가 마음에 들었으나 그의 관상이 주인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해 친구에게 그를 쫒아버리라고 했다. 이 친구는 비록 평소에 그의 신기한 관상술을 우러러 보고 있었지만 속으로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상보는 또 여러 번 그 일을 제기했다. 그 친구는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따랐다.

동자는 영문도 모르고 쫓겨나서 의지할 데가 없어 이리저리 닥치는 대로 일하며 여러 사람 집을 다니며 빌붙어 살았다. 어느 날 밤 어느 낡은 절간에 거처를 정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벽에 구석에 떨어진 승복을 발견했다. 승복 안주머니에 황금과 은 수백 냥이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본래 그것을 가지려 했으나 마음을 바꿔 탄식하며 말했다.

나는 운명이 천박하여 주인의 환심을 얻지 못하고 이런 화를 만나 쫓겨나게 됐다. 만일 오늘 탐욕심이 크게 일어나서 이런 물건을 삼킨다면 그건 불의한 일이 아닌가. 하늘은 나를 더욱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마땅히 이곳을 지키며 주인이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날이 밝자 동자는 예정대로 절에서 떠나지 않았다. 얼마 안 되어 곡소리가 들렸는데 문득 보니 어떤 부인이 얼굴을 가리고 울며불며 오는데 사방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찾으면서 길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녀는 말했다.

우리 남편은 군졸인데 사고로 감옥에 잡혀 들어갔습니다. 죄를 물으면 마땅히 죽어야 하는데 지휘관은 이 사건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제가 이 일을 알고 즉시 가산을 팔고 곳곳에서 돈을 빌려 약간의 금은으로 바꾸어 그에게 바치려고 했습니다. 찢어진 승복 안에 싸매어 줄곧 휴대하고 다녔는데 지금 온데 다 찾아다녀도 찾을 수 없으니 남편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동자가 그 금은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 물어본 후 승복을 가져와서 부인에게 돌려주었다. 부인은 감격해마지 않아 일부를 사례금으로 주려고 했으나 동자는 결코 받지 않으려 했고 부인은 할 수 없이 다 갖고 갔다. 남편은 이후 석방됐다.

이 부인은 동자의 미덕을 잊지 못해 도처에 사람들에게 이 일을 알렸다. 그곳 지휘관은 이 일을 듣고 매우 놀라 사람을 보내 이 동자를 찾아 집에서 키웠다. 그는 늙도록 아들이 없었고 동자의 미덕과 지혜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그를 양자로 삼았다.

수년이 지난 후 지휘관은 퇴직하게 됐다. 이 양자는 부친의 직위를 세습하게 됐고 그 후 고향으로 돌아가 원래 자기를 고용했던 주인을 찾아갔다. 주인은 찬탄하며 말했다. “원군의 관상술이 어찌 이같이 잘못 됐을꼬!” 그래서 그에게 원상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만류했다. 이어서 그에게 낡은 하인의 옷을 입게 해서 차를 받들고 가도록 했다.

원상보가 보더니 놀라 일어나며 말했다. “이 사람은 원래 이 집에서 일하던 아이가 아니오? 그는 이 집을 떠났는데 지금 어째서 다시 이곳에 나타났소?” 옛 주인은 고의로 그가 쫓겨난 후 돌아갈 곳이 없어 오늘 또 왔다고 말했다.

원상보는 웃으며 말했다. “나를 놀리지 마시오. 지금 그는 당신의 하인이 아니라 삼품 무관이오. 용모와 얼굴을 보니 지난날과 완전히 다릅니다. 혹시 아주 좋은 일을 해서 이같이 된 것이 아니오?” 동자는 이에 상세히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이 친구는 비로소 탄복하며 충심으로 원상보의 관상술이 신기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찬탄했다.

옛말에 상유심생(相由心生)’이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는 그것을 증명하기에 족하다. 원래 동자의 운명은 다만 남의 하인으로 어렵게 살 운명이었는데 낡은 절에서 거액의 재물을 얻고서 비록 잠시 챙기려 했지만 생각을 바꿔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이렇게 해서 자기의 운명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돈을 잃은 부인 남편의 억울한 옥살이도 해결됐는데 그 부인까지 합해 세 사람을 구한 셈이 됐다.

물론 이것은 자비로운 하늘이 준 은혜이며 덕을 중하게 보는 하늘이 준 보답이다. 누가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던가?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일을 하고 선을 행하고 덕을 쌓으면 하늘은 반드시 당신을 보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