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콩팥사세요 낙서장 2007. 8. 29. 16:50


[시]

콩팥 사세요

-백 식


절친한 친구 놈이

건장한 체구와 호탕한 성격에 잘생긴 미남이라

따르는 여인들과 정신없이

사랑의 속삭임에 나날을 보내다가

부인 몰래 놀아나서 벌 받았는지

어지러운 증세와 피곤함이 밀려와 진단을 하니

신장에 이상 있다고 의사선생이 경고하지만

치료를 무시하고 일 년 가량 예사로 넘기다가

뒤늦게 병원 가보니 신장기능이 망가져

일주일에 두 번씩 투석하지 않으면

한 달 넘기기 어렵다고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를 한다.


때늦은 후회도 아랑곳없이

일주일에 두 번씩 침대에 누워

팔에는 주사바늘 두 개씩 꼽아

하루에 다섯 시간 계곡의 물 흐르듯

하나는 피를 빼고 하나는 몸속으로

피 거르는 펌프질을 일 년 동안 하다 보니

혈관에 찔린 바늘자국이 번데기주름살처럼

친구의 팔뚝은 쳐다보기가 말이 아니다.


할 수없이 신장매매에 눈을 돌리고

사방에 수소문하여 알아보니

신장제공자가 조직검사에 합격하려면

미리미리 검사를 해야 한다나

그나마 맞는 이가 입맛대로 없으니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이란 말인가

어쨌거나 연결망을 통해 젊은이들이

삼천만원에 자기신장 팔겠다고 서로 나서니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이라 기가 막혀 친구가 한탄을 한다.


얼마 후

신장 구해 수술 받고 몇 달이 지났을까

아직까지 종종 이십대 젊은이의 목소리가

전화벨을 타고 울리며 가슴 때린다

콩팥사세요 저는 신체 건강한 학생입니다

제 콩팥을 사주세요

처량한 목소리로 삼천만 원이 필요하단다

학생 수술은 마쳤습니다

"혹시 그러면 다른 분이라도

필요하신 분 있으시면 소개 시켜주세요

꼭 좀 부탁합니다. "

아예 가냘픈 젊은이의 목소리가 절규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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