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의 넋 나간 전화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다리던 터라 반갑게 받았는데 들리는 그 목소리는 목이 메여 영 아니다. 또, 떨어 졌다고.

지난번에도 면접에서 탈락하여 아쉬워했는데 이번에 또 다시 연거푸 3차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이를 어쩔꺼나!

친구의 일에 나도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어찌 위로를 해줘야 할지 어떻게 해야 기분도 전환되고 기분이 나아질지 언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된 게 어찌 보면 잘된 일인지 몰라!” 그러나 이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 또 “호사다마”라 하였으니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게 마련이고 나쁜 일이 오히려 나중에 좋은 일로 변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나쁜 일은 당할 때만은 참으로 자존심 상하고 서운하기 마련이다.

시험 준비를 충실히 해온 걸 나도 익히 알고 있고 또 평소에 열심히 하는 그 인지라 이번에는 나도 상당한 기대를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어째 이럴 수가 있을까 안타깝다.

그 어려운 시기에도 경쟁을 뚫고 들어갔는데 너무 멀어 집 가까이 좀 옮기는게 이렇게 어렵울까?...

“아마 심사를 잘못한 걸 거야! 그렇지 않으면 무슨 배경이 작용했던가!”

그러나 나의 이 말에 착실하게 살아온 그녀로서는 절대로 “배경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데.....

지금 직장은 제법 큰 도시지만 외지라 늘 우리 집까지 친구 찾아 장거리를 오가곤 했는데 이젠 이마저도 뜸할까 걱정이다.

그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한 것은 객지 생활 3년 넘어 겨우 남친 하나 알게 되어 그나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는데 이 남친 마저도 최근 며칠 새 더욱 멀어진 더 골짝지방으로 발령받아 만나기 쉽지 않아졌다고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어찌 또 이런 일이 생기는지 세상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평소 어렵게 살지언정 남에게 기대지 않는 성품이라 여느 친구와는 달리 내가 무척이나 아끼고 자랑하고 싶은 친구인데...

객지 생활은 힘 든다.

아는 사람이 없어 외롭고, 친구가 없어 서럽고, 전화해오는 사람이 없어 허전하고, 집 생각에 그립다. 아플 때는 그냥 이대로 가는가 싶을 때가 있다.

퇴근하여 방안에 들어서면 반기는 이 없어 허전하고, 끼니 혼자 차리는 것이 재미없고, 혼자 먹는 밥은 맛도 없고, 때가 되어 잠자리 누워도 옆이 허전하고, 늦잠자도 잔소리 하는 사람 없어서 서러운데 게을러지기 시작하면 한없이 게을러져 타락?할 수 있는 게 객지 생활이다.

그러나 친구야! 힘을 내야해!

어려운 고난을 많이 겪는 자는 하느님이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이쁜 자식 매질 한 번 더 한다는 말이 있지 않니?

하느님도 널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 거야! -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