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는 거미줄은 도저히 사진으로 나타나지 않아 대신 이걸 올립니다.

책상위의 새끼거미줄

얼마 전부터 사무실 책상앞쪽 왼편 연필꽂이 통 위에 볼펜 똥만한 새끼 거미가 거미줄을 쳤다. 줄이 얼마나 가는지 100가닥을 합하면 0.1mm쯤 될듯하다.

그런데 이게 직경 10cm정도의 상당히 큰 섬세한 거미줄을 쳤다. 한 줄은 컴퓨터 상단 모서리에 의지하고 다른 두 줄은 책상 구획패널에 따로 의지하고 한 줄은 컴퓨터 하단에 의지하고 한 줄은 연필꽂이에 꽂힌 연필에 의지해 제법 정교한 집을 지은 것이다.

다른 짐승들은 모두 어미가 되어서야 비로소 집을 짓고 먹이 감을 구하고, 자라기 전에는 어미에게 의존해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잇감을 먹고 자란다.

그런데 거미는 새끼인데도 스스로 제집을 짓고 먹잇감을 자신이 친 줄에서 찾는 것 이 참으로 신기해서 가끔씩 지켜보는데 처음은 워낙 줄이 가늘어 어찌 잘 봐야 보일정도라 연필꽂이 통을 모르고 옮기는 바람이 원래 지은 집이 약간 느슨해진 상태다.

그래도 청소 아줌마가 아직 한 번도 청소를 안 한 모양인데 청소하면서 이리 저리 옮긴다면 며칠을 고생해 지은 집이 다 망가질 것이다. 집이 망가지면 사람도 당장 당황하지만 거미에게는 치명타이다. 왜냐하면 거미줄이 있어야 의지처가 있게 되고 또 먹잇감이 거미줄에 걸려들어야 먹이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 집이 직접 먹이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워낙 작아서 공기만 들이켜도 우선은 살겠지만 한번 부숴 진 집은 공들여 다시 지워놔도 또 다시 부서지기 쉽다. 왜냐하면 지을 자리 선정이 잘 못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집을 옮겨주려니 다 부숴 지니 옮겨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둘려 하니 불쌍하다.

또 걱정되는 게 먹잇감이 하나 걸려들어야 할 텐데 그래야 먹이를 먹고 자랄 수 있으니까 보고 있으면 걱정이다. 잘 자라서 또요넘 닮은 새끼를 쳐야 할 텐데....

살아 있는 것은 제대로 잘 자라지 않으면 참 보기 딱하다. 특히 화분의 꽃은....

식물에 대한 지식도 없고 또 게을러서 어린애 챙기듯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니, 영양분이 필요할 때 쯤 영양분도 공급해주고, 온도도 맞춰주고, 습도도 맞아야 하는데 이걸 맞추려면 보통 정성이 들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화분 선물이 들어오면 자신이 없어 대부분은 그냥 꽃집에 연락하여 가져가게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가져가면서도 탐탁찮게 생각한다. 혹 고맙게 싱글거리며 가져가면 돈 달라할까 싶어 그러는지 찡그리고 가져가니까 주면서도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공짜로 가져갈 거면 좀 기분 좋게 가져갈 수는 없을까! 설령 화분 꽃이 별 가격이 없는 거라 해도 제돈 받고 배달된건데 그리고 화분 값은 또 있지 않은가? 꽃을 심으려면 이건 저네들이 돈을 주고 화분을 사야할 건데..

그런데 공짜로 꽃집에 연락해 가져가게 하는 것은 사실 자신의 배려일 뿐, 꽃에 대한 배려는 아니다. 어차피 가져가 봐야 꽃집주인이 곱게 기를 것도 아니고 다른 곳에 돈 받고 또 배달해 버리면 어차피 식물의 신세로서는 마찬가지이다. 거기 잘못 배달되면 또 어려운 환경에서쭐쭐 굶다가 얼마 안 돼 시들어 죽어야 하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다는 것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불쌍하다.

좀 좋은데서 태어날 것이지!

좀 좋은데서 태어날 수 없을까?

-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