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원] 세상 만물은 쓰임새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강도가 칼을 들면 흉기가 되지만 요리사가 칼을 들면 맛있는 요리가 나오고, 같은 금액의 돈이라도 유흥비로 쓰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활용하는 주체는 바로 인간 자신인 것이다.

‘걸리버 여행기’ 중에는 걸리버가 거인국의 국왕과 화약 제조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있다. 걸리버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왕의 사랑을 좀 더 받고 싶은 마음으로 화약 제조법을 전하려 했다. 그는 화약만 있으면 산만큼 커다란 것도 천둥소리를 내면서 단번에 날려 버릴 수 있다고 했고, 화약을 포탄에 넣으면 부대 하나쯤은 순식간에 없애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화약은 견고한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고,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사는 도시의 도로와 집을 파괴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국왕의 절대적 권력을 유지하려면 화약이 반드시 필요함을 일깨워 주기라도 하듯, 국왕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조그마한 성의 표시로 화약 제조법을 가르쳐 줄 거라고 했다.

그러자 국왕은 걸리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척 혐오스러워하며 “너처럼 무기력하고 천한 벌레가 어쩌면 그렇게 파괴적인 기계가 초래하는 피와 살육의 장면을 비인간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느냐?”라며 언짢아 했다. 덧붙여 “아마도 그 기계는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악마가 만든 것임에 틀림없다”라고 했다.

국왕은 또 “예술이나 자연현상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화약의 비밀을 알기보다는 차라리 왕국의 절반을 잃어버리는 편이 휠씬 낫겠다”면서 자신의 생명을 아낀다면 다시는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고 걸리버에게 명령했다.

걸리버는 국왕이 판단하는 선, 악의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국왕을 일컬어 편협한 원칙과 근시안적 안목을 가진 이상한 사람이라고 폄하한다. 걸리버는 화약을 손에 넣음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자유, 그리고 재산에 대한 절대적인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국왕 스스로 저버린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국왕의 가치관이 얼마나 아름답고 인간적인지 알면서도 막상 자신이 그와 같은 가치관을 지니는 것은 망설이곤 한다.
하지만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유혹 앞에서 인간을 택할 것인지, 걸리버의 욕망을 택할 것인지 그 결과를 진지하게 가늠해 볼 수 있다면, 가장 ‘아름다운 선택’을 할 주체는 오직 ‘나’이며, 그에 수반된 책임 또한 자신의 몫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공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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