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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힘’은 타인에 대한 배려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것이 에티켓의 기본… 어릴 때부터 엄한 예절교육 배워
일본사회에서 에티켓의 시작이자 본질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피해 여부가 곧 에티켓을 가르는 척도가 된다. 사소해 보이는 일상생활의 세밀한 부분에서도 타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골프장, 교실, 레스토랑 등 특정 장소에서의 에티켓이 있고, 외국인, 혼혈인, 신체장애인 등 사람에 대한 에티켓이 있으며, 관람, 주문, 운전 등 처한 상황에 따른 에티켓이 존재한다.
일본의 지하철에서는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을 나무라는 일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말귀도 못 알아듣는 어린아이일지라도 예외가 아니다. 신기하게도 말귀도 못 알아듣는 아이들도 “다메(안 돼)”라는 부모의 말 한 마디에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전철에서 다리 포개고 앉지 않아
일본인은 어릴 적부터 타인에 대한 피해를 구별하는 능력을 기르게 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절제하는 교육에 힘을 쏟는다. 그들은 그것이야말로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도리이자 덕목이요, 나아가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선 많은 사람이 모인 공공장소에서도 여간해서 시끌벅적한 모습을 볼 수 없다. 길거리에서 서로 다투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 교육에 관한 문제에서만큼은 주위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데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보였다면 목청을 높여 바로 주의를 준다. 대부분 부모는 이런 세세한 예절교육을 통해 일본인으로서 갖춰야 할 가치관과 철학을 자녀들에게 심어준다.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남에게 폐를 끼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대답하는 부모가 많은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이다.
매너가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룰이라면, 에티켓은 그 위에 자리하는 정신적인 가치이자 모럴이다. 그들은 피해와 배려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앞과 뒤처럼 유기적인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생각이 곧 타인에 대한 배려의 시작인 것이다.
일본인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의 시작은 다른 사람의 사적 공간(Personal Space)을 존중하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의 복잡한 전철 내에서도 다리를 포개거나 서로 기대는 법이 없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간다. 신문을 볼 때도 두 번을 접어 4분의 1 크기로 본다. 옷깃이 스치는 정도의 접촉에도 “스미마센”(미안합니다)이라고 말한다. 상대와 몸이 직접 닿지 않아도 타인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여기면 최소한 목례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타인의 몸을 밀치거나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행위를 일본인들은 상상도 못 한다. 한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인 공간까지도 그 사람의 일부라고 인정해주는 사회다.
지하철 안에서 어린아이들에게 나무라는 것은 ‘남을 존중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서 용납된다. 이것은 남에 대한 배려가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인 공감대로 확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하나의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한 가지 사례가 있다. 도쿄의 일류 호텔의 프런트 담당자는 손목시계를 팔의 안쪽으로 보이게 찬다고 한다. 이유는 손님의 시계보다 좋을 경우, 자칫 손님의 기분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손님이 남이 찬 시계를 보고 불쾌감을 느끼겠는가마는 손님의 마음까지도 배려하기 위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예가 곳곳에 있어 흔한 일상사가 된 곳이 일본이다.
각자가 공공질서와 공중도덕의 중요성을 널리 인식하고 있다는 점과 실제로 개인 차원에서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 점도 부러운 부분이다. 비약적인 경제 성장에 앞서 그런 문화적인 토대에 유럽 등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동질성을 느끼고 친밀하게 여긴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개개인이 기본적인 인격을 갖추고 사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스스로 마음의 문화를 지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선진사회를 이루는 초석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문화란 매너의 집대성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공중도덕은 가장 중요한 규범
타인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을 구별해내는 것이 에티켓의 첫걸음이라는 것에 거의 모든 일본인이 공감한다. 남에게 폐가 되는 기준과 정도에 대해 그 선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 다음 단계인 바람직한 행동과 삼가야만 하는 행동에 대한 구분을 생활 속에서 깊숙이 공유하고 있다. 각자 오감 외에 감성을 한껏 단련하여 상대의 인기척에 주의를 기울이고 상대방의 행동을 세심하게 예측하고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능숙하게 읽어내고 그 장소의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매끄러운 인간관계를 맺으려 노력한다. 비즈니스 사회에서 ‘공기를 읽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에서 그 장소에 처한 분위기를 최대한 중요시하고 타인에게 자칫 폐가 되는 행동을 삼가려는 일본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의자를 끌어당기고 제자리에 넣는 법, 자동차 문을 쾅 하고 소리내어 닫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닫는 법, 주위에 타인이 있으면 소리를 조절하여 웃고 말하는 법, 비 오는 날 타인과 스쳐 지나갈 때 우산을 부딪치지 않도록 자기 쪽으로 기울이는 법 등은 누가 가르쳐주는 기술이 아니라 일종의 마음가짐 문제다.
교통사고 역시 타인에 대한 에티켓을 잊은, 감정의 헝클어짐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그들은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에티켓의 본질은 스스로 자신을 조정할 줄 아는 힘을 가지는 일, 그리고 자기 내면의 문화에 자극을 받아 언행을 주체적으로 조절하는 힘을 갖추는 것이 아닐까.
봉영아〈유비컨텐츠 대표〉 ub@ubconten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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