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로벌 정보통신업체들의 각축장인 중국 상하이 중심가의 대형 전자상가 메이뤄청(미라성)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따라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힘겨운 인재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상하이/김진수 기자 jsk@hani.co.kr | |
| | |
한겨레 - 이상수,김남일,박현정기자- 중국은 원자탄·수소탄·인공위성 개발에서 볼 수 있듯, 국가 주도 분야에선 경쟁력을 갖췄다. 과학기술논문색인(SCI) 통계에서도 중국은 물리·재료·화학 등 적지 않은 분야에서 세계 선두그룹에 들어간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글로벌 기업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연구는 우등생인데 돈은 못 벌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의 고민은 여기 있다. 어떻게 하면 앞선 연구 성과를 산업과 연결지을 것인가. 중국 정부는 창업지원정책과 인재우대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려 한다. 황금산업 낳는 부화기=지난달 19일 상하이 훙차오에서 택시를 타고 ‘커후이 부화기지’로 가자고 했다. 택시기사는 “무슨 알을 부화시키는 곳이냐? 달걀이냐, 오리알이냐?”라고 물었다. 이 ‘부화기지’는 달걀도 오리알도 아닌, 황금 알을 낳는 산업을 부화시키려는 곳이다. 중국 각 지역마다 번지고 있는 ‘××부화기지’, ‘△△창업원’, ‘○○창업기지’는 모두 중국 정부가 ‘황금 알’을 낳는 기업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인큐베이터들이다. 상하이 ‘커후이 하이테크 창업복무센터’의 ‘커후이 부화기지’도 마찬가지다. 상하이시 과학기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부화기지’는 상하이계측기술연구원, 상하이재료연구소, 상하이나노재료검측센터, 교통대학, 화둥이공대학 등 연구기관과 대학이 중국 최대 철강기업인 바오강의 분석측정연구센터 등 기업체 실험실과 협력해 만든 공간이다. ‘연구실-공장’ 거리좁히기…황금알 산업 ‘부화’ 노력 해외유학 93만명…외국기업들 값싼 고급인력 채용 상하이시 과기위 총공정사이자 이 부화기지의 ‘나노과학기술산업발전촉진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뉴샤오밍 주임을 이 센터의 회의실에서 만났다. 뉴 주임이 가진 문제의식은 “우등생이 내놓은 연구 성과를 산업기술로 바꾸는 것”이다. 그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어느 나라나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한다. “연구실과 공장의 거리를 좁히는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보편적 고민이다. 가령 영국은 1990년대에 ‘링크(LINK) 프로그램’이라는 걸 내놓았다. 연구실~기업체~투자자를 링크시키겠다는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이다. 유럽연합에도 회원국 연구기관·기업·자본이 참여해 교류하는 다자 기구가 있다. 우리가 하는 일도 같다. 기업은 최근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모르며, 연구실은 기업이 무얼 필요로 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논문’ 발표의 장이 아니라, 기술정보 교류의 장을 연다. 여기에는 바오강 같은 중국 대기업은 물론,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기술정보를 얻기 위해 오고 있다.” 국가가 대량의 연구장비와 시설을 투자해 연구 환경을 조성해놓고, 여기서 이뤄지는 연구 성과를 산업과 연결짓도록 하는 방식은 오늘날 중국 ‘부화기지’의 모델로 자리 잡았다. 가령 톈진경제기술개발구의 화성생물원은 의료기·생명공학 분야의 첨단기술과 기업을 맺어주는 ‘부화기’이다. 지난달 23일 톈진 개발구에서 만난 류젠야(46) 화성생물원 총경리는 “생명공학처럼 투자 성과가 당장 나오지 않는 분야일수록 이런 ‘부화기’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1986년 캐나다로 유학가 미생물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뒤 그곳에서 성공적으로 창업했던 류 총경리는 2001년 9월 20명의 해외 유학파들을 결집해 벤처 창업을 돕는 ‘부화기 기업’인 화성생물원을 만들었다. 그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 세계 10여곳의 ‘창업기지’를 돌아보고 장단점을 추렸다”며 “현재 12개 기업이 이 ‘부화기’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기업들 중국인재 쟁탈전=‘부화기지’와 더불어 중국이 산업경쟁력의 제고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인재 정책’이다. 지방마다 차이는 있지만 해외에서 석사·박사를 마치고 돌아온 ‘하이구이(海歸, 유학파)’들은 높은 급여와 주택 등을 보장받는다. 해외 인재 흡수에 가장 성공적인 사례에 속하는 샤먼시의 경우 기업의 급여 이외에 시정부가 별도의 장려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의 통계를 보면 2005년 말 해외로 나간 유학생 총수는 93만명에 이르며, 이들 가운데 귀국한 이들은 25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의 해외 인재 흡수 정책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 또한, 상대적으로 값싼 중국의 고급인력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술 이전을 꺼려 중국 내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기피해왔지만, 최근엔 되레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센터를 세우는 쪽으로 흐름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어차피 한계기술은 다른 경쟁사가 중국에 이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런 기술 이전을 감수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의 인재를 활용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더 낫다는 판단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는 연구개발센터가 제품의 ‘현지화’ 등 낮은 수준의 상품 개발에 그쳤으나, 이제는 중국의 고급 두뇌를 본격 사냥하는 데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엠디(AMD)가 중국과학원과 손잡고 컴퓨터용 프로세서 칩을 개발하고 있다거나, 미국 의료기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중국에 진출해 자기공명영상(MRI)촬영기기 등 고가 장비의 제작에 손을 대는 게 그런 예이다. 이런 고가 장비를 중국에서 제작하면 제작비를 반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화 정책은 새로운 시련을 맞고 있다. 지만수 소장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막연한 중국위협론의 유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계하며, “중국 자체의 움직임도 잘 봐야 하지만, 다른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봐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세계의 굴뚝공장에서 벗어나려는 중국은 이제 새로운 경쟁의 무대로 바뀌어가고 있다. <끝> 베이징·상하이·톈진/특별취재반
‘머리사냥’ 폭발적 경쟁 왕창장 하오주 헤드헌팅센터 대표 중국인들에게 ‘헤드헌팅’이란 말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중국어로는 이를 직역해 ‘머리를 샤냥하다’란 뜻에서 ‘례터우(獵頭)’라 부른다. 중국에서 헤드헌팅 산업의 발전은 인력시장의 발전뿐 아니라 중국 시장경제의 발전 수준을 가늠하게 해주는 시험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8일 베이징 차오양구 야윈화위안에 있는 하오주 헤드헌팅센터의 왕창장(39·사진)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에는 30여명의 직원들이 컴퓨터 앞에서 자료 정리에 몰두하고 있었다. 왕 대표는 “중국에서 헤드헌팅은 미래 산업”이라며 “산업의 고도화에 따라 고급 인력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헤드헌팅산업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업이 “주로 연봉 50만위안(약 6500만원) 이상을 받는 고급인력만 고객으로 관리하며, 현재 1만여명의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990년대에도 헤드헌팅업체가 있었지만 모두 외자기업을 상대로 하는 ‘국영기업’이었다고 한다. 왕 대표는 “현재 중국의 헤드헌팅 업체는 베이징에만 500여곳, 전국적으로는 최소한 3000여개를 헤아린다”며, 시장 규모는 연간 20억위안(약 2600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무작정 자리 옮기기를 부추기는 등 “아직 헤드헌팅 직업윤리와 규범이 확립되지 않아 기업도 인재도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왕 대표는 말했다. 왕 대표는 자신들의 성공 요인으로 인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우리는 무작정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 기업에 문제가 있으면 그걸 고객에게 다 알려주고, 어떤 경우는 옮기지 말 것을 권유한다. 또 중국 종업원에게 비인격적 대우를 한 적이 있는 일부 한국·일본·대만의 기업은 우리가 인재를 추천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들의 사업 방식이 “서방의 관리방식과 중국의 가치를 결합한 것”이라며, 기업이든 인재든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조사·파악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조사비용으로 보통 3만~5만위안(약 390만~650만원), 많게는 70만~80만위안(약 9100만~1억400만원)을 쓰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고객 중에는 한국 대기업도 있지만, 직업 윤리상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왕 대표는 글로벌 기업의 중국 진출이 늘면서 “인재를 길러낼 시간이 없으므로 인재 스카웃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해외 유학파들의 귀국이 늘고는 있지만 우수한 인재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인들이 너무 쉽게 직장을 옮기는 성향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기가 좋아 직업을 찾기 쉬워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며 “직업의식이 성숙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