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물방울’

와인을 주제로 한 일본만화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만화 효과로 와인시장까지 덩달아 상승한다고 하니 문화의 대단한 힘과 함께 와인업계의 마케팅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다.
우리는 신의 물방울이라고 부르는 그 와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포도주? 분위기 있는 술? 비싼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인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술’ 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수입산 와인 발암물질 ‘심각’
지난 10월11일 KBS 9시 뉴스 보도 제목이다.
시중 유통중인 수입산 와인 71개 품목 중 단 3가지를 제외한 68개 와인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에틸카바메이트가 미국 FDA 권고 기준을 26배까지 초과 검출 된 사실이 식약청 국정감사결과 밝혀졌다.
반잔만 마셔도 하루 허용치를 초과한다.
미국 FDA의 에틸카바메이트 권고 기준은 15ppb인데, 이번에 조사한 수입 와인의 평균 농도는 무려 109ppb나 검출되었다.
에틸카바메이트는 발암물질이며, 간, 신장에 손상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권고 기준조차 없는 상태이다.

*에틸카바메이트
이번에 수입산 와인에서 검출된 '에틸카바메이트'는 다량 섭취했을 경우 간과 신장에 손상을 줄 뿐 아니라 암을 유발할 위험성도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 물질은 주류 등의 숙성과 저장과정에서 질소화합물인 유레아와 에탄올이 반응해 자연 발생되는 것으로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가능물질(2A)로 분류되어 있다.
2A등급은 동물 실험을 통해서 발암물질 가능성이 확인된 것으로 인체 내에서 발견되거나 임상실험 결과에서 발견된 적은 없는 경우에 받는 등급이다.

“와인 반잔씩 53년을 마셔도 암에 걸리는 사람은 100만명당 1명이다.”
이 기사가 보도된 뒤 식약청은 즉각 “와인 반잔씩 53년을 마셔도 암에 걸리는 사람은 100만명당 1명에 불과할 만큼 의미 없는 수치이다.” 라며 반박자료를 냈다.
그 뒤를 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언론사에서 해명기사와 이미 밝혀져 새로운 뉴스라고 하기도 민망스러운 와인의 이점에 대한 연구결과를 속속 보도하였다.식약청은 자신들이 분석한 자료와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해명과 문제제기라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언론기관들은 마치 와인관련 주류업계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씁쓸한 느낌이 전해졌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담배회사의 지원을 받아 흡연과 건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다 결국 연구가 취소된 적이 있었다.
쏟아져 나오는 와인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연구결과는 과연 와인회사로부터 자유로웠을까?
그걸 보도하는 언론은 와인회사로부터 자유로울까?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프랑스현지에선 에틸카바메이트가 평균 5.8마이크로그램이 검출 되었지만 국내 반입 와인에서는 최대 364마이크로그램까지 증가하여 검출되었다.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간 동안 에틸카바메이트의 함량이 변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과학적인 연구에 따른 결과는 동일한 대상에 한해 적용을 받는다. 성분의 농도와 구성물질이 다르게 변했다면 동일한 대상이 될 수 없다. 때문에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들이 100% 맞다 하더라도 의미는 낮아진다.

프렌치 페러독스 열풍이 한창이던 90년대 이후 와인은 어느 나라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코리안 페러독스라는 새로운 열풍으로 다가와 누구나 와인을 떠올리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술이 연상 될 만큼의 위치에 섰다.선택과 책임은 개인의 몫이지만 선택을 위한 정보전달이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프렌치 패러독스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육류 위주의 식사를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심장병 발병률이 미국이나 기타 유럽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가 그 들이 즐겨 마시는 레드와인의 효과라는 것을 설명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