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산시성 ‘암마을’

[대기원] 30여개 가구, 총 154명의 주민이 살고 있던 중국 산시(陝西)성 화(華)현 룽링(龍嶺)촌. 1974년 최초의 식도암 환자가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59명이 사망, 그 중 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절반 이상인 36명에 달하는 일명 ‘암(癌)마을’이다. 전 마을에서 단 네 가구만 암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집집마다 사람이 없어 잠궈놓은 자물쇠는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다.

사람들의 기억 모퉁이에서 사라진 이 ‘암마을’은 2001년 암환자 비율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무런 조치없이 6년을 보냈다. 그 동안 비록 학자들이 원인을 밝혀내고 ‘처방’도 내놨지만 공산당 제도하에서 이 ‘처방’은 영원히 ‘처방’으로만 남겨졌다.

학자들도 “나는 조사만 할 뿐이며 과학적 연구로 사람들에게 생태환경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했고 이 변화가 생명에 끼치는 영향을 말할 뿐이다. 이것을 고치는 것은 전반 사회의 큰 공정이라 학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중국에서 최초로 ‘생태환경 지질병’이론을 주장한 학자이자 ‘생태환경 지질연구센터’의 린징싱(林景星) 박사는 룽링촌에서 3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마을에서 자라는 농작물 중 감자와 토마토를 제외하고 모두 유독물질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경작지, 비경작지를 불문하고 심지어 집안조차 모두 납이나 비소 등 유독물질에 오염된 상태였다.

‘진범’은 룽링촌에서 약 4키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70년대에 지어진 화학비료 공장이었다. 공장에서는 매일 24시간 끊임없이 유독성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으며 이 연기는 서북풍에 따라 룽링촌이 있는 친링(秦岭) 방향으로 날아가다 친링산맥을 넘지 못한채 룽링촌에 쌓이고 있었다.

비록 ‘살인범’이 밝혀졌으나 당국은 이 ‘살인범’을 검거하지 않았다. 당시 린징싱씨는 ‘암마을’ 발병 원인을 밝히기 위해 만여 자에 달하는 보고서를 당국에 올려 보냈으나 연구 자금을 받기까지 1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연구를 진행하던 중 화학비료 공장이 ‘범인’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추가 증거를 확보하려 했지만 자금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린 박사는 “연구비용 부족으로 룽링촌 오염이 화학공장 때문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현재 룽링촌은 두가지 선택만 남아있다. 도망치지 않으면 앉아서 죽기만 기다리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갔고 50세 이상의 노인들만 남아서 쓸쓸한 집 대문을 지키고 있다. 9년 동안 마을에는 겨우 2명의 아기만 태어났으며 학교도 문을 닫은 오래다.

린 박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절대로 산에 심은 농작물을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러나 농작물은 마을의 유일한 재원인지라 마을 사람들은 먹지 않더라도 다른 곳으로 갖고 가 팔고 있다.

‘암마을’이란 명칭은 룽링촌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07년 5월 중국 국토자원부에서 중국 오염경작지가 1억5천만 무에 달한다는 놀라운 수치를 발표했다. 산둥성 샤오자뎬(肖家店)촌, 산시(山西)성 신장(新絳)현, 산시성 디자잉(邸家營)촌과 난즈광(南智光)촌 등도 ‘암마을’이나 ‘괴질촌’으로 불리는 곳이다.

1997년 이래 암은 중국인들의 첫번째 사망원인으로 해마다 거의 130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