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절제하며 평범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신흥 부자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이같은 특성의 ‘욘족(yawns)’이 2000년대 새로운 엘리트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욘족(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은 젊고 부유하지만 평범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자산 붐이 일었던 지난 10년간 자수성가한 30~40대 억만장자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축적한 부를 요트나 제트기 등 사치품을 사들이는 데 쓰지 않는다.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며, 가족과 함께 평범한 삶을 즐기는 성향을 갖고 있다.

욘족의 소비 패턴은 1980년대 등장한 여피족(yuppies:도시에 사는 젊은 전문직 고소득층), 90년대 유행했던 보보스족(bobos:보헤미안의 정신적 자유와 부르주아의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 엘리트)과 대조적이다. 가령 여피족의 상징이 고급 ‘아르마니’ 수트와 ‘BMW’ 자동차라면 욘족의 상징은 캐주얼 브랜드 ‘다커스’다. 자녀를 키우는 방법도 남다르다. 아이가 평범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평범하게 자라길 바란다.

대표적인 욘족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51)이다. 비록 대저택을 소유했지만 왕성한 자선 활동과 어리숙해보이는 옷차림, 친밀한 가족 관계 등 욘족의 자격을 갖췄다. 야후 공동창업자 제리 양, 이베이 공동창업자 피에르 오디미어, 내슈빌의 억만장자 브래드 켈리도 이에 해당된다.

WSJ는 욘족이 아직 미국보다는 영국에 더 많다고 전했다. 욘족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기업인의 50%만이 돈을 버는 게 인생의 최우선 목표라고 답했다. 나머지 부자들은 아프리카에 나무 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스코틀랜드 기업가 탐 헌터 경을 역할 모델로 삼는다.

〈최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