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뿐만 아니라 적외선도 피부 노화를 유발한다는 국내·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24일 개막한 제22차 세계피부과학술대회에서 열에 의해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피부노화를 일으키고 자외선에 의한 피부노화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열 피부노화'(thermal skin aging)에 대한 연구결과를 종합 발표한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선은 자외선(290~400㎚), 가시광선(400~760㎚), 적외선(760~4000㎚)으로 분류되는데 태양광선이나 물체가 내는 복사열의 대부분은 적외선으로 이뤄져있고, 가시광선이나 자외선에 비해 강한 열 작용을 일으켜 열선(熱線)이라고 불린다. 이중에서도 근적외선 (Infrared A, 760~1440㎚)은 피하조직 깊숙이까지 침투가 가능해 적외선 노화 주범으로 지목된다.

정상적인 피부의 온도는 체온보다 낮은 31도다. 그러나 직사광선을 받으면 15분 이내에 40도 이상으로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피부의 주요 구성물질인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인 '기질단백질분해효소'(MMP)가 많이 발생해 피부 손상과 노화가 촉진된다.

정 교수는 "적외선은 피부 조직에 침투해 세포 내부의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활성산호를 증가시킨다"며 "이는 콜라겐을 분해하는 기질단백질분해효소를 과잉 생산해내거나 콜라겐 합성을 감소시켜 주름과 피부 노화를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열선을 이용해 사람의 엉덩이 피부에 42도의 열을 30분 정도 가하고 1~3일 후 조직검사를 한 결과, 탄력섬유의 주 구성분인 탄력질과 피부릴린의 합성이 감소되고 탄력섬유의 분해효소가 증가했다. 때문에 열에 의해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열 피부노화는 이 외에도 요리와 난방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반복해서 열에 노출될 경우에도 발생한다"면서 "열 피부노화는 자외선 노화의 20% 수준이지만 그동안 논의 자체가 적었고 위험성도 간과돼 왔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열 피부노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직사광선을 쬐는 것을 피해야 한다. 요리를 할 때는 오랜 시간 불 앞에 있는 것을 삼가고 수시로 환기를 시켜 실내 공기를 시원하게 하는 등 피부의 온도를 낮추는 게 좋다.

이와 함께 피부노화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독일 뒤셀도르프 하인리히-하이네의과대학 장 크루트먼(Jean Krutmann) 교수는 적외선 중 근적외선의 65%는 피부의 피하조직까지 깊숙이 침투해 활성산소를 형성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전자 전달체계에 관여, 콜라겐 균형을 변화시키는 등 피부를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장 크루트먼 교수는 "현재 적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물리적, 화학적 방법은 없는 상태"라며 "특히 태양광선에 의한 적외선뿐만 아니라 인공 적외선에도 이 같은 피부 손상원리가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인공 적외선에 불필요하게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