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까운 유원지를 다녀 왔는데

몇 년전 직장일로 마음이 상해 참으로 허무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곳을 왔었던 곳이다.

그로부터 만 3년이 된 시점에 그 없이 가보니 감회가 깊다.

사진을 찍었던 언덕의 고목은 그대로다.

찬바람이 아직 매섭다.

제대로 준비도 없이 대충입고 나온 바람에

옷이 허술해 좀 춥다.

그 사람과 같이 왔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말이 떨어지지 않아 말하지 않았다.

그건 사실 다시 같이 찾아야할 분위기가 되지 못해서다.

문득 며칠 전 이웃블로그를 찾았을 때 이제부턴 글을 쓸 수 없으니 양해 바란다고

그렇지만 블로그는 폐쇄하지 않고 그냥 보도록 두겠다고 한 것이 생각난다.

지난일은 그리운 일이다.

마치 나이 들어 아끼던 친구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이 느껴졌다.

하늘을 보니 백로 한 마리가 외로이 바삐 날아가고 있다.

새들은 대개 두 마리가 짝을 지어 높이 나는데 왜 한 마리만 날아갈까!

병이 들어 죽었는가 아니면 사냥꾼의 총에 맞아 사라졌는가!

아니면 어디 보금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지난일은 가슴 시린 추억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 임제가 서도병마사로 부임하는 길에

황진이 묘 앞에서 지었다는 시가 생각난다.

이 시 때문에 임제는 임지에 가지도 못하고 파직당했다 한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은 어디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서러워 하노라


길재가 지은


“五百年(오백 년) 都邑地(도읍지)를 匹馬(필마)로 도라드니.

오백 년이나 이어온 고려의 옛서울(松都-開城)에 한 필의 말을 타고 들어가니.

山川(산천)은 依舊(의구)하되 人傑(인걸)은 간 듸 업다.

산천의 모습은 예나 다름 없는데 인재들은 간곳이 없구나!

어즈버 太平烟月(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

아. 슬프도다. 고려의 태평한 시절은 한낱 꿈처럼 허무하구나.

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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