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알면 편리한 지식 2006. 11. 6. 21:20
완벽한 심신의 조화…활쏘기

비가 오는 지난 일요일, 부천의 부천정에서는 경기도에서 모인 97명의 선수들이 활쏘기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제 47호 궁시장 보존 및 전승을 위한 제 1회 복사골 궁술대회’가 열렸다. 선수들은 145m 거리에서 폭 2m, 높이 2.667m의 과녁에 15발을 쏘는데 그 중 평균 10개씩은 맞춘다. 연습장에서는 국궁에 새로 입문한 미래의 한량이 기본기를 다지는데 여념이 없다.
구한말만 하더라도 이러한 모습이 아주 흔했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추수가 끝난 들판에 과녁을 세워놓고 활을 쏘았다. 우리민족은 세계에서 활을 가장 잘 쏘는 민족이고 가장 우수한 활을 보유하고 있다. 유구한 전통으로 내려온 한국 활쏘기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 활박물관에 전시된 각궁


백보거리에서 옥가락지를 맞히다
중국 고대의 상고사에서는 우리민족을 동이(東夷)라 불렀는데 ‘夷’자를 <설문해자>는 ‘大’+‘弓’로 풀이하고 있다. 즉 중국인의 눈으로 볼 때 우리민족은 활을 잘 쏘는 민족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역사에서는 명궁의 일화가 많다. 가장 오래된 명궁은 동명왕 주몽이다. 이규보의<동명왕편>을 보면 비류왕 송양과 동명왕 주몽간의 활쏘기 시합이 나온다.
비류왕이 동명왕을 만났는데 서로 소개하기를 동명왕은 천제(天帝)의 손자이며 서국(西國)의 왕이라고 하고 비류왕은 선인(仙人)의 후예라고 하였다. 동명왕이 신의 후예인 비류왕은 하늘의 후예인 자기에게 복종하라고 하였다. 비류왕은 동명왕이 천제의 자손임을 의심하여 활을 쏘아 시험해 보고자 하였다. 비류왕은 사슴을 그린 과녁을 백보(126m)거리에서 쏘았는데 정확히 배꼽을 맞히지 못하였지만 맞힌 것으로 간주하였다. 동명왕은 옥가락지를 백보 밖에 걸어놓고 쏘았는데 옥가락지가 마치 기왓장 부서지듯 하여 송양이 크게 놀랐다. 동명왕의 아들인 유리왕이나 태조 이성계에 대한 일화도 조상의 활쏘기 실력을 잘 보여준다.



▲ 부린활(시위를 내린 활)


살아 숨쉬는 활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 보이는 활은 현재까지 전해지는 각궁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각궁이라 함은 소나 물소의 뿔로 만든 활을 말한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소의 뿔을 사용했기 때문에 길이가 작아 여러 조각을 붙여서 사용했다. 그래서 무용총 벽화에 보듯이 뿔을 이어놓은 중간에 명주실을 감아서 사용했다. 각궁의 제작방법은 너무 복잡하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수가 쉽지 않다.
활은 크게 가운데의 대나무, 바깥쪽의 소심줄, 안쪽의 물소뿔, 세 토막으로 이루어졌다. 대나무는 섬유질이 많은 대나무를 사용하고 각궁의 가운데 부분에 들어간다. 물소 뿔은 구부러진 바깥쪽만 사용하며 대나무의 한쪽에 붙인다. 소심줄은 우리나라의 것이 가장 좋으며 가늘게 찢어 풀로 이어 편편하게 만든 심판을 대나무의 다른 쪽에 붙인다. 활의 중간 부분의 볼록한 곳은 참나무로 만들고, 양쪽 끝은 산뽕나무로 만든다. 벚나무 껍질로 활의 표면을 감싸는데 기름기가 있고 잘 늘어나기 때문에 습기에 약한 각궁에는 최적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재료들은 민어부레풀로 접착시키는데 민어의 부레를 솥에 넣고 끓여서 풀을 만든다. 이 풀은 화학 풀과는 다르게 딱딱하게 굳지 않아 여러 가지 재료를 붙여서 만들고 휨이 많은 우리 활에 적합하다. 물소 뿔은 활의 세기를 결정하고, 대나무는 활의 탄력을 결정하며, 심판은 활의 수명을 결정한다고 한다.


▲ 다양한 종류의 화살


심신건강에 최적인 활쏘기
우리민족은 심신을 동시에 수련해 왔다. 심신수련의 대표적인 방법이 단전호흡이다. 활쏘기에서도 단전호흡을 중시한다. 똑같은 활을 가지고 쏘더라도 단전의 기운이 화살에 실렸는지에 따라 나가는 거리나 빠르기 등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정진명 씨의 ‘한국의 활쏘기’를 보면 활을 잡은 손은 계란을 쥔 듯이 가볍게 잡되 새끼손가락으로 잡는 느낌으로 쥐고, 장딴지에는 힘을 단단히 주어 고정시킨다.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어 바닥을 단단히 붙잡는다. 괄약근을 조이면서 활을 쥔 손을 밀며 시위를 당기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호흡이 단전에까지 들어와 단전에 힘이 차게 된다. 이때 기도를 막으면 안 된다. 활을 미는 힘과 시위를 당기는 손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에 약간 숨을 더 들이 마시며 시위를 놓게 된다. 일반적인 근육 이외의 힘을 화살에 실어 날리는 것이다.
과녁을 잘 맞히기 위해서는 잘 맞히겠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과녁을 향한 집중력을 강화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과녁과 활과 자기가 일체가 됨을 느낀다. 이럴 때는 어떠한 자세에서 쏘아도 과녁에 적중한다고 한다. 활쏘기를 통해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이다. 활쏘기는 우리가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민족문화의 정수를 잘 간직하고 있다.
부천정에서 만난 한 노인은 젊은이에게는 활쏘기를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열심히 일해야 할 때 활쏘기를 배우면 그 재미에 푹 빠져 다른 일에 소홀하기 쉽기 때문이다. 활쏘는 연령대는 50대 이상이 주류를 차지하나 요즘은 젊은이나 여성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 제 1회 복사골 궁술대회에서 선수가 시위를 당기는 모습



활쏘기 장비 소개
각궁 :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활로 휨이 좋아 오래된 경험자들이 많이 사용, 관리에 많은 공이 듦.
개량궁 : 대중 보급용으로 FRP와 나무로 만든 활로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적합하며 관리하기가 편함.
죽시 : 마디가 셋인 대나무로 만든 화살, 살이 곧으면 ‘차르르’ 하는 소리를 냄.
개량시 : 카본으로 만들며 개량궁을 사용할 때 사용, 바람의 영향을 덜 받음.
깍지 : 시위를 거는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소뿔로 만든 덮개.
전통 : 종이나 대나무로 만든 화살을 넣어 두는 통.
옷차림 : 보통 상하 흰옷을 입음




활쏘기 배우기
활쏘기는 근처의 국궁장에서 배우면 된다.
대한궁도협회(
http://kungdo.sports.or.kr, 02-420-4260),
디지털국궁신문(
www.archerynews.com),
사이버국궁장(
www.start1234.com)을 참조하여 가까운 곳을 소개 받으면 된다.
비용은 개량궁, 화살, 깍지를 포함하여 35만원 내외이다.
입회비는 10-30만원 정도이고, 회비는 월 1-5만원 정도이다.
활쏘기는 혼자 배우기는 어렵고
또한 처음에 잘못 배우면 세살버릇 여든까지 가듯이 고치기가 힘들기 때문에
국궁장의 사범에게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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