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낙서장 2012. 4. 18. 19:23


봄이 시작되면 만물은 기지개를 켠다. 나무가 싹을 틔우고, 풀이 땅에서 올라오고,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 다니고, 모든 동물과 식물들이 생동할 준비를 한다. 많이는 가을이 좋다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가을은 하늘이 맑기때문인데 너무 맑으면 어딘지 스산하고 허전해진다. 또 나뭇잎이 물들고 나뭇잎은 떨어져 앙상한 가지를 남기는 계절이다.

물론 수확할 것이 많은 농부야 가을이 제일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확할 것이 많은 사람은 많지 않다. 가을은 가녀린 코스모스가 한들거려 운치있지만 어딘지 하늘이 너무 맑아서 텅 빈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봄 다음으로는 아마 여름이 좋은 계절일 것이다. 물론 개인의 생각이고 취향일 수 있지만 …. 이렇게 보면 계절이 좋은 순서는 계절이 오는 순서대로 봄이 제일 좋고, 겨울이 제일 못한 게 되는 것 같다. 여름은 아무렇게나 편하게 살 수 있다. 못살고 없는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계절임은 분명하다. 못 입어도 밖에 나가서 꿀릴 일이 별로 없다. 겨울은 아무튼 없는 사람이 가장 살기 어려운 계절이다.

인간의 본연은 아마 옷을 입지 않는 것일텐데 그렇다면 원시적 인간에 가장 가까워지는 게 여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여름은 하늘을 보고 잔디에 누워 밤하늘을 쳐다보면 온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가슴이 울렁대며 꿈이 펼쳐져오는 듯하다. ‘한 여름 밤의 꿈’이란 말이 있듯이….

그렇다면 여름이 제일인 것이 아닌가! 물론 여름이 살기에 좋은 계절인 건 분명하지만 봄은 추운 겨울을 지나고 따스함을 처음 느끼며 생동할 준비를 하는데 여기다가 어찌 비할 수 있을까 싶다.

봄바람이 처녀의 가슴을 부풀게 하고 봄바람난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튼 봄만한 계절은 없는 것 같다. 또 온갖 꽃이 거의 다 봄에 피니 얼마나 좋은 한 철인가. ‘띵하오아’이다.

여름도 꽃이 피는 것이 있긴 하지만, 피는 꽃이 많지 않고 꽃보다는 숲이 울창하여 온 산천이 파랗다. 눈이 시원하다. 우리는 녹색이나 청색이나 별 구별 않는데 녹색의 소나무가 멀리 있으면 먼 산이 되어 청색으로 보이기 때문 같기도 하고, 원래 딱 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남의 흠담을 하지 않는 우리네 습관에서 생긴 듯하다.

두서너 개, 너덧 달, 이처럼 대부분이 딱 부러지는 게 없이, 모든 게 어정쩡하여 한 때는 ‘코리안 타임’이란 말도 있었다.말하자면 7시 약속하면 한 시간은 예사로 늦게 나타나는 그런 습관, 물론 당시로선 그렇게 나쁜 거라곤 할 수 없다. 시계가 없었던 그래서 꼭 찍어 시간을 정해 생활을 해보지 않았던 우리 한국사람에게는 시간을 딱부러지게 지킨다는 것이 무리한 일이었을 것이다.

모든 문화가 서양을 따라가다보니 시간도 정확해야 하고, 말도 정확해야 하고, 서양사람 닮으려니 코도 오똑해야 하고, 그래서 성형수술을 많이 한다고 한다. 동양사람은 허리위가 길고 허리아래가 짧은데 그 반대인 서양 사람을 따라가다 보니 무조건 코는 높아야 하고, 키는 커야하고(예전에는 키가 크면 키다리라 하여 놀림감이 된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큰 것이 자랑꺼리다), 광대뼈가 거슬리니(동양사람은 대부분 광대뼈가 툭 불거져 있다) 갈아내어 서양인처럼 얼굴이 길쭉해야 하고, 다리는 길어야 하고(특히 무릎아랫쪽), 이게 병이다.

동양사람이 왜 서양사람을 따라가야 되는가? 문화나 역사도 훨씬 동양이 긴데 왜 서양을 따라가야 하는가. 작은 뱁새가 다리가 긴 황새를 따라 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물론 좋은 것은 본받아야 하지만 너무 지나친게 아닌가 싶다. 무슨 미스코리아란게 데리고 살만한 여성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장승같이 커서야 어떻게 데리고 살건가. 키크고 덩치큰 서양여성은 부담스럽듯이 평상시에는 미스코리아에 나오는 키 큰 아가씨를 주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사람한테는 부담스럽고 국산 사이즈가 아닌데 이게 어째 미스코리아인가. 이름을 미스국제라 바꾼다면 모를까 한국에서 뽑은 가장 미인이라면 한국적이어야 하는데 왜 서양에서 하는 각종 대회에 내보내는 기준으로만 뽑는지 알 수가 없다. 국내용은 160cm전후로 해야 하는게 아닌가. 말하자면 ‘진’은 외국에도 내보내야 하니까 말대장승처럼 180에 가까운 여성을 뽑고 ‘선’과 ‘미’는 160을 전후한 여성을 뽑으면 어떨런지!

기다림이란 황홀한 단어라 생각된다. 야유회가 있으면 가는 날짜가 기다려지고, 재수좋은 사람은 복권에 당첨되어 돈 받을 날짜를 기다려지고, 적금이 만기가 곧 돌아와 그 돈으로 무얼 살 생각이 있다든가, 사랑하는 누굴 어디서 곧 나타나기를 기다린다던가 하는 예정된 기다림 그 것은 가슴이 설렌다. 새로운 것은 다 가슴설레게 한다. 기다리다 찾아온 봄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밖에 나가면 풀이 자라는 데는 다 꽃이 있고, 나가서 제대로 때를 잘 만나면 방금 방긋웃는 막 올라온 꽃을 볼 수도 있다. 물론 꽃은 피면 화무십일홍이라고 열흘 붉는 꽃이 없다하여, 며칠이 지나면 꽃잎이 시들어 이내 지게되고, 지고나면 씨가 열매를 맺는데, 꽃이 피는 것을 교접이라 한다면 씨가 맺는 것은 임신이라고 할 수 있고, 꽃씨가 바람에 날려 다른 곳에서 떨어져 다음해에 싹을 틔우는 것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출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꽃은 사람이 아름답다고 하는 찬사를 받기위해 꽃을 피우는게 아니라 씨앗을 뿌려서 또 하나의 자신을 닮은 생명을 남기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꽃에는 백일홍이라는 꽃이 있는데 화초 백일홍이 있고 나무 백일홍이 있다. 물론 화초는 나무와 달라서 화초중 뿌리가 굵은 종류는 줄기와 잎이 죽고 나서 다음해 다시 여기서 싹이 올라오지만 대부분 화초는 죽으면 그걸로 끝이고(한해살이 풀) 다음에는 다른 옆땅에서 먼젓 것이 떨어뜨린 열매에서 싹이 올라온다. 나무 백일홍은 배롱나무라고도 부른다. 꽃이 하나 피면 이게 백일을 피어있는 것이 아니고 처음 꽃이 핀 것이 지고 다음꽃이 또 올라오고 이렇게 한 나무에서 피어있는 시간이 100일을 간다는 것이다. 요즘 피는 벚꽃(일본말로 사쿠라꽃)을 보면 피고 나서 며칠 안 돼 꽃잎은 이내 떨어지고 나무에서 푸른 잎이 올라오는데 며칠 후면 나무 전체가 파랗다.

아무튼 좋은 계절 봄을 만났으니 자연을 즐기며 삽시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 참 맞는 말입니다. 젊어서 놀기만 하라는 말이 아니라, 일도 열심히 하고 또 휴일이 되어도 일만 할 것이 아니고 시간을 내어 열심히 다니라는 뜻입니다. 다리가 성할 때라야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지 몸이 편찮으면 다 귀찮아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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