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당문답 낙서장 2008. 4. 19. 11:30


공당문답

맹사성이 온양에 내려갔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용인땅에 들어서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비를 피하려고 어느 객사에 들었는데 그 객사에는 때마침 비를 피하기 위하여 먼저 들어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영남 사람들로서 그 중 한사람이 서울로 벼슬을 해 보려고 올라가면서 데리고 가는 종자(하인)들이었다.

그들은 먼저 온 손님이라 하여 대청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맹사성은 한쪽 협소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선비는 맹사성을 대청으로 오르게 하여 심심풀이로 장기도 두고 이야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이번에는 좀더 재미있는 놀이로 공公 자와 당堂 자를 말 끝에 붙여서 문답을 하자고 하였다. 나이가 많은 맹사성이 먼저

<무엇하러 서울에 올라가는 공>

하니 그 선비는

<벼슬구하러 간당>

하였다. 맹사성이

<무슨 벼슬인공>

하니 그 선비는

<녹사 시험이란당>

한다. 맹사성이

<내가 시켜 줄공>

하니 그 선비는

<에이, 그러지 못할 거당>

하였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서로 갈라섰다.

그후 맹사성이 정부에 앉아 있는데 그 사람이 들어와 뵙게 되었다.

맹사성은 그 선비를 보더니

<어떠한 공>

하였다. 그 선비는 비로소 전일 용인의 객사에서 만났던 사람이 바로 맹사성 정승이었음을 그제사 깨닫고 엉겹결에

<죽어지어당>

하고 납작 엎드렸다고 한다.

그러자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며 괴이하게 여겼다. 그 때 맹정승이 그 전말을 이야기하자 모든 재상들은 박장대소를 하였으며, 그 선비는 드디어 녹사로 채용되고 그 다음도 맹사성의 추천에 의해 여러고을의 수령을 지냈다.

이것이 유명한 맹정승의 공당문답의 경위이다.

그는 조정에 들어서는 나라의 원동력으로서 엄격한 규율의 법도가 되었지만 일단 공무에서 벗어나면 일반 서민의 따뜻한 감정과 융합하여 백성들의 벗도 되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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