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악어들,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

40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돌아와

▲ 400 km 떨어진 곳에서 3주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호주악어 (AFP/Getty Images)
태어나 자란 곳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옮겨진 호주 악어 3마리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호주 퀸즈랜드대학교 크레이그 프랭클린 교수는 “연구 결과가 사람을 놀라게 한다”며 “그동안 악어는 아주 빨리 지친다고 여겨졌지만 며칠동안 계속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연구원들은 호주 퀸즈랜드 케이프요크 반도 서부 해안에서 악어 한 마리를 잡아 추적 장치를 부착한 후 헬리콥터로 400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동부 해안에 옮겼다. 그러나 이 악어는 3주일 만에 정확하게 케이프요크 반도로 다시 돌아왔다. 연구원들은 이 악어에게 부착된 추적 장치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악어들에 대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구원들은 “이 악어들이 마치 부메랑 같다”고 입을 모았다.

프랭클린 교수는 “악어들은 돌아오기 위해 자기장, 태양과 관련된 자신들의 위치, 시각 등을 이용했을 것”이라며 “악어들은 다른 어떤 파충류보다도 조류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조류와 비슷한 항해 시스템을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호주 해변과 강에서 서식하는 악어들이 종종 먼 지역으로 옮겨진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악어에게 귀소(歸巢)본능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 이 방침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랭클린 교수는 이번 연구를 추진하는데 결정적인 힘을 실어준 박물학자 고(故) 스티브 어윈 박사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동안 악어와 함께 TV에 자주 출연해 명성이 높은 어윈 박사는 2006년 수중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다 독이 있는 노랑가오리 꼬리에 가슴을 찔려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주 퀸즈랜드대학교, 호주 동물원, 퀸즈랜드 공원과 야생생물청(Wildlife Service) 공동 합작으로 이루어졌으며 연구 결과는 최근 온라인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