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권미영

사람은 누구나 잠을 자지만 모두 잘 자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불면증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도 많다. 불면증의 증상과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 잠들기가 어려울 수가 있는가 하면 깊이 잠들지 못해 자주 깨는 일도 있다. 이렇게 자는 중간에 깨면 다시 잠들기가 더 어렵다. 또 몸은 잠들었지만 혼(魂)이 잠들지 못하거나, 눈은 잠들었는데 마음이 잠들지 못하기도 한다. 불면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스트레스다.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갑자기 다음날 할 일이 떠올라 걱정으로 잠을 설치는 사람도 많다. 나는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부부가 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그들을 생각하면 나는 아직도 웃음이 난다.


두 사람 중 나를 먼저 찾아온 것은 남편이었다. 당시 그 부부는 직장 때문에 별거 중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직장이었지만 사실 그들이 별거하는 데는 남에게 말 못할 다른 이유가 있었다. 부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잠들기 전까지 설거지나 빨래, 청소 등 밀린 집안일을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편은 심장병이 생길 지경이었고 그가 처음 나를 찾아온 이유도 두통 때문이었다. 직장 때문에 두 사람이 별거를 하면서 남편은 조금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어쩌다 아내가 오는 날이면 그는 어김없이 나를 찾았다. 오랫동안 아내의 불면증으로 고통받아 온 남편은 어느 날 아내를 고쳐달라고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그에게 우선 아내를 병원으로 데려오라고 부탁했다. 그와 병원을 방문한 그의 아내에게 나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왜 잠을 자지 않는지 물었다. 그녀는 너무 바빠 잘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잠은 시간 낭비이며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당시 대학원에 다니던 그녀는 보통 밤을 새우며 리포트나 논문을 쓰는 날도 많았다. 잠이 부족하다 보니 낮에도 그녀는 늘 정신이 흐릿하고 피곤한 상태라고 말했다. 어쩌다 눈을 붙여도 몸만 잠들었지 혼(魂,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1촌짜리 침으로 머리털이 난 경계부위에 침을 놓았다. 몇 분이 지난 후 그녀는 곧 잠이 들었고 두 시간이 지나서야 깨어났다. 그 후 그녀는 밤에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달 후 그녀는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기면(嗜眠) 때문에 또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선생님 잠을 잘 수 있게 해주셨으니 당연히 잠을 덜 자게도 해주실 수 있죠?”라고 물었다. 그녀의 남편은 당황하며 “당신은 머리에 수면량을 조절하는 스위치가 있어서 선생님이 그것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눕힌 후에 전번과 같은 혈(穴) 자리에 이전의 반 정도 되는 깊이로 침을 놓았다. 그녀는 또 잠이 들었지만 오래지 않아 깨어났다.


나는 그녀에게 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사람은 초목(草木)이 아니라 피와 살로 된 육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잠을 자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잠은 기(氣)를 기르고,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하며, 뼈와 근육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사람은 본래 질병이 없는데 늦도록 일하고 저녁에 편안히 잠들지 못하면, 눈꺼풀이 아래로 쳐지고 정기(精氣)가 날로 쇠퇴해지는데 당장 병이 발생하진 않는다 해도 결국 병들게 마련입니다. 잠은 비록 약은 아니지만 온갖 병을 치료할 수 있고 사람의 생명도 구할 수 있는 신약(神藥)입니다.”


그녀는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후 남편의 두통은 씻은 듯이 나았고 부부는 더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글 / 이덕부